[상상사전] ‘메갈리안’

▲ 고륜형 기자

팝아트의 본질은 해체다. 같은 그림을 반복해 나열함으로써 본래의 이미지를 퇴색시킨다. 마릴린 먼로가 나열돼 있는 앤디 워홀의 작품을 예로 들 수 있다. 마릴린 먼로가 수없이 나열돼 있는 그림은 어딘지 모르게 기이하고 무가치해 보인다. 원래 그녀가 가지고 있던 섹시함과 요염함, 여성성은 사라지고 단순한 팝아트의 도구성만 남는다.

앤디 워홀이 이런 팝아트로 얻은 것은 두 가지다. 마릴린 먼로와 같은 연예인의 권위 추락, 작가인 자신의 권위 신장이다. 연예인을 팝아트의 도구로 사용하면서 그들이 갖고 있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그들을 도구로 사용한 자신의 가치는 높이는 것이다. 동시에 고전 예술의 이미지 실추, 팝아트라는 새로운 현대 미술의 자리매김도 가능하다. 팝아트의 ‘해체’라는 속성은 역설적이다.

▲ 앤디 워홀은 자신의 그림에서 마릴린 먼로의 개성을 해체하고 그녀를 팝아트의 도구로 사용했다. ⓒ pixabay

여성의 해체는 남성의 권위 신장을 가져온다. 농경시대 미인상이었던 비너스부터 산업혁명 당시 일하는 여성, 21세기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까지. 여성의 이상형은 생산과 경제발전의 단계에 따라 달라졌다. 단순한 개체 생산의 주체로 기능하던 여성에 사회적 역할이 부여된 것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로 남성의 입지는 줄어들었다. 한정된 일자리에 여성혐오와 남성우월주위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일베는 여성을 단순한 성적 주체로 대상화하며 남성성을 확인했다. 여성을 철저하게 해체하며 남성만을 능동적인 존재로 만들려고 한 것이다.

팝아트의 역설은 여기서 시작된다. 앤디 워홀은 자기 얼굴도 수없이 연결해 작품을 만들었다. 작가로서 신장된 권위를 다시 작품으로 추락시킨 것이다. 팝아트가 현대미술의 한 부류가 될 수 있었던 이유다. 여성을 끊임없이 해체하며 대상화한 남성은 스스로 대상화하기 마련이다.

메갈리안의 등장과 <뷰티풀 군바리>라는 웹툰의 등장으로 남성은 철저히 해체됐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남성의 수동적인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팝아트의 기이하고 무의미한 가치들이 인류애와 동족의식을 갖고 함께 살아가는 남성과 여성에게 덧씌워지고 있다. 다만 앤디 워홀처럼 자신을 먼저 해체할 수 있는 용기가 남성에게 있었더라면 메갈리안은 등장하지 않았으리라.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황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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