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인문산책] 직접 민주주의는 부활할 수 있을까

▲ 김이향 기자

오비디우스의<변신이야기>에는 트로이전쟁에서 죽은 아킬레우스의 유품을 놓고 오디세우스와 아이아스가 다투는 일화가 나온다. 두 사람은 자신이 유품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말하며 격론을 벌인다. 전쟁의 여신 아테나의 뜻에 따라 심판관이 된 그리스 군대는 조약돌 투표로 오디세우스의 손을 들어준다. 아이아스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자결은 체면과 명예를 중시한 그가 다수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지는 방식이다.

4·13 총선 후 오디세우스와 아이아스처럼 국민의 선택을 받은 자와 받지 못한 자가 갈렸다. 국민은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야당의 손을 들어주었다. 여당 참패의 책임자로 박근혜 대통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등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당사자는 묵묵부답이다.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에서 물러나겠다’던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 참패 후 ‘호남 민심이 자신을 버린 것인지는 더 기다려보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누구 하나 명예롭게 결과를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
 

▲ 루소는 “국민은 투표할 때만 주인이 되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노예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 wikimedia

“국민은 투표할 때만 주인이 되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노예로 돌아간다”는 루소의 말처럼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다음 선거를 기다려야 하는지... 아테네 시민은 도편추방제를 통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거나 국가에 해가 될 만한 정치인을 추방시켰다. 우리나라 역시 국민소환제도를 통해 능력과 책임감이 부족한 선출직 공무원을 해임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 절차가 복잡해 실행하기 어렵고, 국회의원은 아예 대상에서조차 제외됐다. 참여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천하려 해도 제도적 뒷받침이 없는 상황이다.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는 국민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낼 때 가능하다. 스페인의 신생 정당 포데모스는 ‘루미오’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시민 의견을 모아 정강 정책을 틀을 짠다. 헝가리는 ‘루미오’를 통해 논란이 되는 정부 정책을 찬반 투표에 붙인다. 정책 반대운동을 펼쳐 철회시키기도 하는 사례는 타산지석이다. 우리도 제대로 된 국민소환제를 요구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갖췄다. 테러방지법,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등 찬반이 첨예한 사안에 대해 국민이 결정할 수 있는 기술적 제반여건은 마련됐다. 국민 스스로 정책을 결정하고, 법을 제정하던 기원전 2500년 전 아테네의 직접 민주주의는 언제 부활할 수 있을까. 유권자의 손에 달렸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1학기에 개설되는 인문교양수업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담당교수 김문환)].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에 대한 서양 문명사 강의가 펼쳐집니다. 수강생은 수업을 듣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 과정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 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 한 편도 첨삭 과정을 포함해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신혜연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