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코아세 회원들이 살아가는 법

지난 4월 11일 오후 5시, 충북 옥천의 한 식당에서 네이버카페 ‘코카콜라의 아름다운 세상(이하 코아세)’ 모임이 있었다. 회원 수가 1000여명에 달하는 코아세 동호회의 2015년 첫 정기모임 겸 ‘코카콜라 129주년 기념’ 행사였다. 회원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했고 운영진들은 식당 안으로 안내하기에 분주했다.

코카콜라 수집가들의 모임

본격적인 행사진행에 앞서 식사시간이 있었다. 4인 1테이블로 식당은 40명 회원들로 채워졌다. 테이블에는 ‘힘내요’, ‘사랑해요’ 등의 로고가 적힌 코카콜라 페트병이 테이블 당 2~3개씩 비치되어 있었다. 자신의 닉네임이 적혀있는 명찰을 보여주며 자기소개부터 이야기가 오갔다. 처음 정기모임에 온 회원들 그리고 이미 참석해본 회원들이 한데 섞여 코카콜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 캔콜라 수집가들로 보이는 두 명의 정모 참석자 중 한명이 캔 뚜껑 분리에 대한 '노하우'를 가르쳐 주고 있다. ⓒ 정교진

“페트 콜라 맛이 이상합니다. 병 콜라로 바꿔주세요.”

참가자 중 한명이 말했다. 다른 회원 몇 명도 페트 콜라를 마시더니 덩달아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다. 테이블에 있던 페트 콜라들은 병 콜라로 대체되었다. 교체된 병 콜라를 한 모금씩 음미하고 난후에야 표정들이 온화해졌다.

신입 회원들을 환영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신입회원들은 한명씩 일어나 가입 동기나 자기소개를 자유롭게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일반 대학생부터 요식업, 농업, 공무원, 회사원까지 직업은 다양했다. 콜라병 디자인이 예뻐서 수집을 시작했고 콜라관련 정보를 보다 다양하게 얻기 위해 카페에 가입했다고 말하는 신입회원이 가장 많았다. 이날 참가한 신입회원들에겐 마그네트(냉장고에 붙이는 자석), 콜라병, 손난로, 카드지갑과 같은 콜라 용품들이 선물로 제공됐다.

▲ 코카콜라 페트로 가득 차 있던 콜라들을 모두 병콜라로 교체했다. 교체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콜라들이 바닥이 났다. ⓒ 정교진

코아세는 코카콜라와 관련된 수집품을 모으는 전문가들의 모임이다. 조모(50)씨는 핸드폰을 꺼내 저장된 여러 종류의 코카콜라 사진을 보여주며 출시된 연도와 장소 등을 소개했다. 대한민국 88올림픽 기념 콜라를 보여주며 한국의 콜라 역사도 설명했다. 가입한지 아직 2개월이 안된 김태완(25·조명디자이너·경기도 분당)씨는 “콜라를 하루에 2리터씩 마셨는데 주변 사람들이 몸에 해롭다고 못 먹게 했다”며 “콜라를 먹지 않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인터넷 콜라병 매물을 찾기 시작했고 콜라병 수집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그는 “캔과 보틀 위주로 수집하고 있고 그에 대한 정보는 카페를 통해 얻고 있다”고 말했다.

▲ 하나같이 심상찮은 포스를 지닌 회원들이다. 왼쪽부터 코카콜라 제로 브로마이드를 얻은 회원의 기념촬영, 스마트 폰을 통해 88올림픽 기념으로 출시된 코카콜라 병을 보여주며 한국의 코카콜라 역사를 설명하는 회원, 코카콜라 모임에 잘 어울리는 모자를 착용한 회원의 뒷모습. ⓒ 정교진

이날 모임에는 여성회원들도 많았다. 이은희(30·연구원·전북 익산)씨는 “남편이 콜라 병을 모으는 것을 보고 나 역시 콜라 소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며 “코카콜라 소품의 종류에는 인형, 자동차, 마그네트와 같은 장난감 용품들이 많다. 처음에는 콜라병 하나에 만원, 많게는 십만원대로 비싸게 거래되는 콜라병 수집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사치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자기수준에 맞지 않게 지나친 소비를 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문제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왜 모으는가?

“콜라 수집은 사람 수집과 같다.”

천기찬(54·공무원·충북 옥천)씨가 코카콜라를 수집하는 이유다. 그는 “콜라병과 관련 수집품들을 모으는 사람을 많이 알아야 다양한 수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희소가치가 있는 수집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평소에 많이 알고 있어야 수집할 수 있는 물품의 범위가 넓어진다”고 귀띰했다. 그가 콜라병과 콜라 소품들을 처음 수집하게 된 계기는 우표와 화폐, 술 수집이라며 웃었다. 많은 콜라수집가들이 자신처럼 이 수순을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크리스털, 알루미늄, 미니카, 인형 등 다양한 수집을 해왔고 현재까지 수집에 1억원 가량 들었다고 한다. 희소가치가 있는 콜라들이거나 한정판으로 나온 콜라병 하나에 수 십 만원이 들기도 한다. 코카콜라가 중독성이 강한 음료이듯이 코카관련 수집도 그 중독성이 강하다는 풀이가 인상적이었다.

▲ 코아세 회원 '바람잡이'님은 수집한 코카콜라들을 정모 참가자들에게 공개하여 직접 소개해주었다. 컵, 시계, 자동차 등 코카콜라 기념품은 구하기도 힘들지만 가격도 만만치 않다.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귀여운 코카콜라 북극곰 피규어들도 보인다. ⓒ 정교진

코카콜라병의 경우 국내판과 해외판이 있다. 해외판의 경우 한정된 수량으로 소량 생산하는 반면 국내판의 경우 대량으로 생산한다.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국내판이 더 인기다. 해외판은 구하기도 쉽지 않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콜라수집으로 창업을 꿈꾸는 이도 있었다. 박정섭(30·취업준비생·전북 익산)씨는 “제가 태어나기 전에 나온 1리터 병에 희소가치를 느끼고 구하기 시작했고 모으다보니 코카콜라 국내판 창업을 해볼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콜라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그는 콜라병을 수집할 때마다 하나하나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얼마에 샀는지 당시의 이야기들을 기록에 남긴다. 그는 해맑게 “콜라만 보고 있어도 일상에서 생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라고 말했다. 코아세 카페 활동에 대해 묻자 그는 “이 모임에 적게는 5년 많게는 30년까지도 수집하신 대가들이 많은데 이들과 대화하면 정말 말이 잘 통해 굉장히 즐겁다”고 했다.

▲ '힘내자, 웃어요'라고 적혀있는 콜라를 들고 있는 코아세 공식 커플회원 ⓒ 정교진

“어릴 때 구구단 외울 때처럼 하나씩 모으면 성취감이 느껴집니다.”

“없는 것을 채워나가는 즐거움이란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모를 겁니다.”

안인호(59·농업·경북 김천)씨는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권하여 콜라병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재미있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구하기 힘든 종류의 콜라들이 많아서 쉽지 않더라”며 “모으다보니 어느 순간 성취감이 느껴졌다”고 부연했다. 이어 “콜라가 몸에 해롭다고 말하는 데 모으는 사람으로서 그 사실에 대해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죽마고우 친구와 함께 이번에 '코아세' 신입회원이 되었다. 신입회원은 첫 모임 참가 시 자기소개가 필수이다. ⓒ 정교진

한국 코카콜라 수집가들의 베이스캠프, 코아세

“카페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 콜라 구경도 한다. 서로를 이해하는 사람들끼리 덧글도 달고 서로 일상을 교류한다.”

코아세 매니저인 김영조(49·공무원·경북 구미)씨는 우연히 2011년 6월에 열렸던 코카콜라 125주년 기념전시회를 참가하게 되었고 콜라병의 매력에 빠졌다. 그는 2011년 10월 4일 코아세 카페를 개설했다. 전국의 콜라수집가들이 이 카페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지금은 수집가들의 베이스캠프가 되었다. 카페에 대한 소개를 부탁하자 그는 “주로 물물교환, 정보교환, 친목도모 이렇게 세 가지를 위한 모임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폴 3종 세트(코카콜라 리미티드 콜렉션)와 같은 제품은 과거 우리나라 시장에는 나오지 않았었다”면서 “코아세 카페가 활성화 되자 한국 시장에서도 수요가 있음을 알고 코카콜라 본사에서는 다양한 콜라를 출시했다 ”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덕분에 예전보다 다양한 콜라병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며 뿌듯해 했다. 코카콜라 본사는 이날 코아세 모임에 콜라 페트 500ml 5박스를 지원했다.

▲ 카페 매니저 '누리마당'님이 정모 참석자들에게 버스 차량 부착용 브로마이드를 무료로 나누어 주고 있다. 오른쪽 한 회원이 재빠르게 손을 들어 브로마이드를 차지하려는 중이다. ⓒ 정교진

대만국적의 여덕정(45·요식업·경기도 평택)씨도 정기모임(정모)에 참가했다. “3년 전 첫 명동 정모의 시작으로 6번째 모임에 참가하였다. 여유분이 있는 콜라병을 서로 나누기도 하고 싼 가격에 거래하기도 한다”며 코아세 카페 내에서 이루어지는 콜라병과 다양한 소품들의 거래에 대해 간단히 소개했다. 카페 회원들에 한해 물품을 시중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기도 한다. 그는 올해까지 총 30년간 콜라를 모아 왔고 평택에 운영 중인 식당 건물 내에 지금까지 수집한 콜라들을 보관중이라며 다음 평택 정모 때 그곳을 공개한다고 말했다.

▲ 집중하지 않으면 좋은 아이템을 놓칠지도 몰라 다들 고도의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는 정모 참석자들. ⓒ 정교진

“코카콜라는 일상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발견했을 때 그 성취감은 크다.”

“가정에서도 콜라를 소홀이 여기지 않는다. 와이프가 콜라소품이 있으면 가져다주고 아이들도 콜라 배지와 같은 것들을 보면 가져다주기도 한다.”

수집가들은 원하는 수집품을 하나씩 모아 갈 때마다 성취감과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모인 사람들은 다양한 연령대에 비해 서로 친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신이 알고 있던 콜라에 대한 지식정보들을 나누며 최신정보들을 습득했다. 125주년 기념 콜라 세트가 G-market(온라인쇼핑몰)을 통해 곧 출시된다던지, 어떤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한 콜라가 시중에 돌고 있다는 정보들은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중요한 뉴스가 오고갔다. 연락처를 주고받기도 하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기도 했다. ‘코카콜라의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카페명과 같이 이들에게 있어서 콜라는 일상이자, 삶의 일환이었다. 콜라로 인해 삶의 기쁨을 찾아가는 그들의 표정에는 걱정거리는 보이지 않았다.

▲ 나이, 직업, 사는 곳은 다 달라도 콜라를 좋아한다는 공통 관심사에 의해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 정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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