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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 칼럼 > <제5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
     
길에서 죽은 ‘친구’를 애도하며
[상상사전] ‘길’
2015년 03월 12일 (목) 11:17:37 박성희 기자 sunghee6546@hanmail.net
   
▲ 박성희 기자

그날의 종착지가 동학농민운동발상지였던가, 아니면 선운산이었던가? 2010년 여름의 기억은 또렷하지 않다. 일렬종대로 늘어선 대원들은 국토대장정을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나자 입을 다물었다. 나 역시 발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통증을 참아내느라 말은커녕 옆 사람에게 귀 기울일 여유조차 없었다. 

우리가 만난 길은 다양했다. 꼬부랑길, 오르막·내리막길, 고속도로, 새만금방조제…… 그런데 길들에는 공통점이 있었으니, 동물의 사체들이 어김없이 도로에 널브러져있다는 거였다. 반복된 것일수록 기억은 선명하게 남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 로드킬로 희생되는 동물은 집계된 것만도 한 해 2천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고라니, 너구리, 멧토끼, 멧돼지 순으로 지난 5년간 1만819마리가 죽었다는데, 실제로는 몇 배가 될지도 모른다. 그 중에는 멸종 위기의 삵도 들어있다. 로드킬로 죽은 동물이 새끼들 먹이를 찾아나선 어미라면 일가족 몰살이 뒤따른다. 

   
▲ 인간의 이기심은 그들의 운동장을 없애고 도로를 만들었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수의 야생동물이 도로 위에서 죽어가고 있다. ⓒ flickr

로드킬 사고의 원인은 인간의 편의만 추구하는 무분별한 도로건설이다. 특히 자연환경을 무시한 채 산자락을 마구 자르고 직선으로 뻗는 고속도로는 야생동물이 넘기 힘든 장애물들이다. 인간의 통행을 위해 원래 거기 살던 야생동물의 통행로를 차단하는 짓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나? 책임져야 마땅할 인간은 입을 다물 뿐이다. 운전자의 주의나 목격자의 로드킬 신고로 희생되는 동물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인간의 반성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2008년 개봉한 황윤 감독의 <어느 날 그 길에서>는 국내 최초로 체계적인 로드킬 조사를 한 다큐멘터리다. 작가 셋이 참여한 제의(祭儀) 형식의 전시인 ‘만장 로드킬 프로젝트’도 있다. 만장(輓章)은 죽은 이를 슬퍼하며 지은 글을 비단이나 종이에 적어 기(旗)처럼 만든 것으로, 도로 위에서 죽음을 맞이한 수많은 동물의 넋을 기리고 애도한다. 

도로 관련 기관들은 로드킬당한 야생동물의 사체를 신고받아 매장하는 예산은 있지만, 로드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사고 다발구간 전수조사 등에는 관심이 적다. 야생동물의 도로 진입을 막는 펜스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그들이 어느 날 갑자기 도로에서 삶을 마감하는 일이 빈발하지 않도록 하는 일은 생태계의 일원이자 친구인 인간의 의무이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제5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이 글을 쓴 이는 올해 충남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입학한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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