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니] 마이클 커크가 들려주는 ‘좋은’ 탐사프로그램

<추적 60분>, <PD수첩>, <그것이 알고 싶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렵다, 재미없다, 지루하다. 물론 이러한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이들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대중은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 대중을 끌어들이기 위해 예능처럼 만들라는 얘기가 아니다. 주의가 산만한 아이들을 집중시키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라. 스토리다.

스토리는 사람으로부터 시작한다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것도 스토리다. 마이클 커크는 스토리가 프로그램에 생기를 불어넣는다고 믿는다. 그가 제작하는 것은 드라마가 아니라 심층탐사 프로그램이다. 미국 PBS방송 <프런트라인>의 초창기 멤버였던 그는 200편이 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저는 항상 중심인물을 찾습니다. 찾지 못하면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지 않아요”라는 마이클의 생각은 ‘사람으로부터 시작한다’는 <프런트라인>의 원칙과 맞닿아 있다. <오마바의 딜>(2009), <부시의 전쟁>(2008), <체니의 법>(2007) 등 그의 작품 중심에는 인물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타이틀부터 그렇다.

▲ 프로그램 내용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부각된 타이틀 <부시의 전쟁>. ⓒ PBS 화면 갈무리

스토리가 중요하더라도 탐사 프로그램은 저널리즘의 한 형태다. 사실에 기초해 제작된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마이클은 스토리와 저널리스트의 페르소나가 작품 안에서 충돌한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스토리가 어떤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작품의 주제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제 이것을 폭로합니다’라고 얘기하지 않으면서 드러나는 폭로가 가장 강력한데 그것을 스토리가 할 수 있다고 보았다. 공영방송 PBS의 <프런트라인>이 NBC의 <화이트 페이퍼>, ABC의 <클로즈업>, BBC의 <파노라마> 등 다른 방송사 탐사프로그램과 차별화했던 점은 사실성과 스토리의 공존을 꾀했다는 점이다. 

스토리는 프로그램을 쉽고 흥미있게 만든다

프로그램에 흥미 있는 스토리가 있고, 저널리즘적 주제의식이 있더라도 보는 사람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없다.  방송은 쉬워야 한다. 방송은 신문, 책 등 다른 매체에 비해 매체-수용자 간 관계가 느슨하다. TV는 소파에 편히 앉아 감자 칩을 먹으며 보는 '린 백 미디어(Lean back media)'이기 때문이다. 심층 탐사프로그램도 방송이다. 따라서 시청자가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마이클이 세운 원칙은 어떤 개념을 직접 설명하지 않고, 개념과 관련된 주변 것들을 설명함으로써 시청자가 스스로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가 만든 <부시의 전쟁>은 딕 체니, 콜린 파웰, 도널드 럼즈펠트, 조지 테넷, 콘돌리자 라이스 등 부시의 주변인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이라크전쟁의 전모를 보여준다.

▲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속담처럼 부시의 주변인들을 통해 부시가 일으킨 이라크전쟁의 전모가 드러난다. ⓒ PBS 화면 갈무리

스토리는 ‘드러내는’ 폭로를 ‘드러나는’ 폭로로 만든다

스토리, 저널리즘적 요소, 방송의 난이도 등은 탐사프로그램의 요건일 뿐이다. 그렇다면 ‘탐사프로그램은 왜 만들까?’하는 근본적 질문이 남는다. 답은 단순하다. ‘진실’ 찾기다. 마이클이 생각하는 진실이란 다음과 같다.

“투표에 돈이 개입됐다면 그 사람은 좋은 일을 한 게 아니라고 마음을 먹게나.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섬세하고 지적이며 감각적으로 다루게. 그래야 시청자들이 당신이나 회사를 향해 화를 내지 않고 마음을 결정하지 않겠나? 부드럽게 하라고. 시청자 스스로 보고 파악하고 결정하게 만들어야 해.”

그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 균형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균형성을 갖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진실을 찾는 일이며 사회에서 정의를 바로잡는 방법이라고 마이클은 말한다. 여기서의 균형은 편향되지 않은 시각뿐 아니라 다음의 세 가지의 조화도 의미할 것이다. ‘사실에 충실하고, 알기 쉽게, 스토리 방식으로.’ 이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이고, 좋은 탐사프로그램을 만드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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