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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저장장치, ‘블랙아웃’ 걱정 끝
[청정에너지 현장을 가다] 전기차와 스마트그리드 ③ 전망
2014년 06월 25일 (수) 08:25:02 유선희 이성제 기자 tjsgml881101@naver.com

“전기차를 보급하려면 충전에 대한 불안 요소를 줄여줘야 합니다. 어디서 충전할 수 있는지 알려주고, 도로에서 배터리가 방전되는 비상시에 출동해 이동식 충전기로 운전자를 안심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 스마트그리드 KEPCO홍보관 내의 전기자동차 충전인프라 설명 자료. 충전은 충전시간에 따라 완속 충전과 짧은 시간에 많은 전력을 차량에 공급하는 급속 충전 방식으로 구분된다. 완속 충전은 교류, 급속 충전은 직류 전원을 이용한다. ⓒ 신은정

지난해 10월 4일 제주시 영평동 제주도첨단과학단지 내 제주전기자동차서비스에서는 전기차 충전서비스 시험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고현종 대표가 컴퓨터의 마우스를 누르자 벽면 상황판에 제주도내 386개 전기차 충전소의 상태가 표시됐다. 고장난 곳은 붉은 색, 이용가능한 곳은 푸른색으로 나타났다. 고 대표는 “실시간으로 충전기 고장상태가 올라오고, 신고가 들어오기 전에 출동해서 교체하는 시스템을 갖췄다”며 “이용자가 불편 없이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화면에는 충전소 표시 외에 전기차 모양의 아이콘도 세 개가 떴다. 고 대표가 그 중 하나를 클릭하자, ‘가파도’ ‘시속0km/h' '배터리 잔량 99%’ 등 해당 차량의 위치와 속도, 충전상태 정보가 떴다. 서비스 개선을 위해 전기차 3대를 시험 운행하고 있는데, 그 차량에 설치된 단말기가 이런 정보를 실시간 전송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제주도 내 전기차 사용자가 회원으로 가입하면 배터리(전지)가 떨어졌을 때 자동으로 알려주는 알람(경보)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 스마트그리드 KEPCO홍보관에서 <단비뉴스> 취재진이 전기자동차 완속충전 체험을 하고 있다. 카드를 인식기에 갖다대고 전환교환기 장치를 차에 꽂으면 충전 후 결제 확인 화면이 나온다. ⓒ 신은정

휴대전화처럼 자동차 충전, 필요할 땐 거래소에 전력 판매  

“자동차 이용 패턴을 보면 하루 주행거리가 30~40킬로미터(km)에 불과합니다. 한 번 충전하면 130km를 갈 수 있는데 이는 2~3일 사용량이에요. 택시 같은 영업차량이 아닌 한 하루 100km이상 달릴 일이 없어요. 앞으로 핸드폰 충전하듯 전기차를 쓰게 될 겁니다. 일반 자동차와 이용 개념이 다른 거죠. 저희 서비스는 방전 등 예상치 못한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전기차는 운행하지 않는 심야시간 등에 각 가정에서 충전할 수 있다. 이런 전력사용방식은 전력공급자와 소비자가 인터넷을 통해 수요공급 정보를 교환, 관리하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를 통해 국가 전체 전력사용을 효율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전기수요가 낮은 시간대에 자동차 배터리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전력수요가 많은 ‘피크타임’에 스마트그리드를 통해 전력거래소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여름 냉방기 사용 등으로 전력예비율이 낮아져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을 걱정하는 사태를 자연스럽게 예방할 수 있게 된다. 

   
▲ 스마트 그리드는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등 청정녹생기술의 접목 및 확장이 용이한 개방형 전력 시스템이다. ⓒ IEE-SA 한국 공식 블로그

스마트그리드가 도입되면 집집마다 설치된 지능형 전력계량기인 ‘스마트미터’가 전력사용량을 측정해 실시간으로 정보망에 전송한다. 그러면 해당 시간대의 전력 수요에 따라 전기요금을 정하고, 전력 공급도 조절한다. 이 시스템은 가정에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기를 전력거래소에 팔 수 있는 ‘양방향 전력 네트워크’이기도 하다. 기존 전력망이 원전 등 대형발전소의 전기를 일방적으로 공급하는데 그쳤다면, 스마트그리드에서는 지역 곳곳에서 생산한 전기를 유통·거래할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신재생에너지의 지역별 분산 발전도 크게 활성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계적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스마트그리드와 신재생에너지 발전, 전기자동차가 ‘3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저서 <3차 산업혁명>에서 “재생에너지원으로 전기를 생산해 전기자동차를 충전하고, 전력 수요가 높을 때 이를 재판매하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미국 내 모든 전통적인 중앙집중형 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스마트그리드홍보관 앞에 주차된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 이성제

지난 2012년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전기자동차 도입에 따른 시간별 전기수요 추정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도 리프킨의 의견을 뒷받침한다. 보고서는 심야의 싼 전력을 이용해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충전한 후, 전력요금이 비싼 피크시간대에 남는 전기를 중앙 전력시스템에 되파는 브이투지(V2G:Vehicle to Grid) 프로그램은 피크전력수요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미터 보급 등 앞선 선진국, 우리는 아직 ‘걸음마’

세계 각국은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자립’과 ‘노후 전력망 교체를 통한 경기부양’ 등을 목적으로 스마트그리드 투자에 팔을 걷어 붙였다. 유럽연합(EU)도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회원국 간 전력거래 활성화를 위해 스마트그리드 개발과 확충에 나서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정보분석센터가 지난해 9월 내놓은 ‘글로벌동향브리핑’을 보면 재생에너지 투자가 활발한 유럽에서는 EU 주도로 모든 회원국들이 2020년까지 전력소비자 10명 중 8명에게 스마트미터를 보급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미 2012년 말 기준으로 4900만대의 스마트미터가 유럽지역에 설치됐고, 유럽 전력회사들 또한 지능형 배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1년에 스마트미터 3729만대가 설치됐는데 2013년 말에는 6177만 대가 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우리나라의 스마트그리드 투자는 이제 막 걸음을 뗀 상태다. 정부는 지난 2009년 제주도를 실증단지로 지정해 지난해 5월에야 스마트그리드 실증연구를 마무리했다. 2010년 1월 발표된 스마트그리드 3단계 국가 로드맵은 실증단지 구축 및 운용을 통한 신기술 검증(2010~2012), 거점도시 및 광역지구로 확장(2013~2021), 국가 단위의 스마트그리드 완성(2021~2030년)으로 짜였다. 이 3단계 계획이 잘 추진되면 2030년에는 전력 인프라와 정보·통신 인프라가 융합된 고효율 차세대전력망이 가동되면서 통신·건설·자동차·에너지 등 다양한 사업의 기반이 바뀌고 가정생활도 엄청난 효율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리프킨의 지적대로 원전 등 중앙집중식 대량 에너지공급 기조를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 발전으로 전환하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토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석유, 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을 대부분 수입해 쓰는 ‘자원빈국’이면서도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한국.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후쿠시마 사고 같은 핵재난을 막으려면 화석연료와 원전 의존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현실은 아직 거북이 걸음이다. 반면 독일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햇빛, 바람, 지열 등 ‘토종 청정에너지원’을 이용한 전력생산이 이미 원전 비중을 넘어섰다. <단비뉴스>는 남보다 한발 앞서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한 국내의 현장들을 찾아 실태를 점검하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와 대안을 함께 모색한다.(편집자)

* 이 시리즈는 주한 영국대사관 기후변화 프로젝트의 취재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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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희 기자]
단비뉴스 전 취재부장, 환경팀
진실에 더 가까이 간다면, 그 어느 후미진 곳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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