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제대로 키워보겠다”

최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세운 한국인 명단을 연일 발표해 집중조명을 받고 있는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김용진 대표(비상임). 우리나라 방송 탐사보도의 개척자 중 하나로 꼽히는 그가 지난 2월말 한국방송(KBS)에 사표를 낸 뒤 곧바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의 전임교수로 부임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오랜 기자 생활의 실전 경험과 탐사보도 노하우를 ‘실력 있는 후배 언론인’을 키우는 데 쏟아 붓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열강 중이다. <단비뉴스>가 지난 4월 18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의 도서관 ‘단비서재’에서 ‘교수 김용진’의 구상과 각오를 들어봤다. 
 
기자, 언론사대표에 추가된 ‘교수’ 명함

“회춘하는 느낌입니다.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지요.”

그는 대학 4학년 말인 1987년 입사해 26년을 근무했던 KBS에 지난 2월 27일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현직시절부터 깊이 관여했던 <뉴스타파>의 비상임 대표로서 탐사보도를 진두지휘하는 동시에 저널리즘스쿨 교수로서 후학을 가르치는 새 삶을 시작했다. 익숙한 곳을 떠나 힘들고 불편한 점도 있으련만, 그는 “기자는 늘 새로운 걸 찾아다니고 추구하는 게 삶의 양식”이라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05~2006년 미국 미주리대학 저널리즘스쿨에 방문연구원으로 다녀온 적이 있다. 그곳 교수진은 언론 현업에서 경력을 쌓은 뒤 학문을 병행한 사람들이었다. 기자정신과 윤리, 그리고 철저한 실무교육으로 예비언론인을 무장시키는 미주리의 시스템을 보고 그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국에도 비슷한 교육기관이 생긴다면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2008년 국내 처음으로 선진국형 저널리즘스쿨을 설립한 세명대에 그가 안착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인지도 모른다. 

“막연하게 가졌던 꿈이 이뤄져 기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미국, 유럽 등 굴지의 저널리즘스쿨 못지않은 학교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해 볼 생각입니다.”

김 교수는 이 학교에서 ‘탐사보도이론과 도구’, ‘방송취재보도실습’, ‘미디어제작실습’ 등을 강의하고 있다. 앞으로는 KBS의 <미디어포커스>를 만들었던 경험을 살려 매체비평론 과목도 개설할 계획이다. 그는 강의 외에 학교의 ‘멘토’제도를 통해 제자들과 자주 만나며 조언을 한다. 공부, 진로와 관련한 상담 뿐 아니라 인생 고민까지 들어주고 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들이 만드는 온라인신문 <단비뉴스>에서는 영상보도팀과 미디어팀의 지도를 맡아 기획 단계부터 취재와 편집에 이르기까지 촘촘히 지도하고 있다.

‘뉴스타파’ 병행은 제대로 된 탐사저널리즘 구현 위해

김 교수는 “탐사저널리즘을 제대로 해 보겠다는 것이 기자를 해 온 유일한 이유”라고 자주 말해왔다. 그는 “탐사저널리즘은 하나의 장르라기보다 저널리즘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체계”라며, 교수가 된 후에도 뉴스타파의 비상임 대표를 병행하는 것 역시 진정한 탐사보도를 구현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탐사저널리즘은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탐사보도는 어떤 공방이나 논란이 있을 때 어느 쪽이 진실인지, 혹은 어느 쪽이 조금 더 진실에 부합하는지 독자적으로 취재해서 확증한 것을 시청자에게 알려주는 것이죠.”

KBS의 탐사보도팀장이었던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KBS경영진이 바뀌면서 부산과 울산으로 ‘좌천’돼 4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화려한 전적을 자랑해 온 KBS탐사보도팀은 해체됐다. 김 교수는 당시 탐사보도는커녕 일상적인 취재도 하기 힘든 여건이었다고 회고했다. KBS에 계속 있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김 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 전세계적으로 <뉴스타파> 같은 비영리 탐사보도전문언론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기성언론에 실망한 수용자들이 이들의 활동에 박수를 보내고 있고, 기성언론사에서 탐사보도에 갈증을 느끼던 유능한 기자들도 속속 모여들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유럽 등에서 비영리 탐사보도매체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얼마 전에는 소속기자가 불과 다섯 명인 작은 매체가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지요. <뉴스타파> 모델은 이처럼 세계적인 추세 속에서 탄생한 것입니다. <뉴스타파>가 앞으로 10년 내에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신뢰받는 언론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이건 단순한 희망 사항이 아닙니다.” 

대학원생들과 실전 프로젝트도 추진할 것

김 교수는 예비언론인들에게 비판정신, 그리고 끈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에서 조세회피처 관련 첫 보도를 하기까지는 260기가바이트(GB)나 되는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분석한 15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엄청난 인내심과 끈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기자는 기본적으로 사회의 모든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신발 밑창이 닳도록 돌아다니는 치열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 교수는 앞으로 학생들과 단순한 수업 차원을 넘어선 탐사보도 프로젝트를 시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좋은 기획과 치밀한 취재로 수준 높은 결과물을 내놓으면 기성언론에도 자극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기사가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불필요)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