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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은 왜 몸에 좋고 환경에 좋은가
[식품기자포럼] ⑥ 한식 이야기
2012년 10월 06일 (토) 01:53:29 이승현 기자 vivaseunghyun@gmail.com

먹으면 신선이 되는 음식의 비결

화통이 붙은 냄비(구자)에 어육과 채소를 소담스럽게 넣고 각종 고명으로 장식하여 육수를 붓고 끓이면서 먹는 전골요리나 탕을 신선로라 부른다. 신선로는 음식 이름이면서 그릇 이름이기도 하다. <조선요리학>에 따르면 연산군 시대에 정희량이란 선비가 산속에 은거하면서 화통이 붙은 냄비에 여러 가지를 넣고 끓여 먹었는데 그가 죽어 신선이 됐다 하여 그 음식을 신선로라 하였다고 전한다.

   
▲ 대표적 궁중요리인 신선로는 다양한 재료와 색상으로 이루어져 우리나라 음식 중 가장 호화롭다. ⓒ 네모판

보기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신선로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손색이 없다. 한식이 세계적인 음식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한식의 강점을 정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음식들과 비견되는 한식의 장점은 무엇일까?

지난 4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제6회 ‘한국식품기자포럼’(회장 박태균)에는 식품 관련 기자, 교수, 의사, 업계 종사자 등 50여 명이 참석해 강연을 듣고 토론을 했다. 박용호 국립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본부장이 식품 관련 정책들을 설명했고, 천호식품 김영식 대표가 식품산업에 대한 발표를 했다. 또 한국원자력연구원 이완로 박사가 방사능 오염식품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는 등 다양한 의제들이 등장했다.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정혜경 교수는 한식의 우수성과 세계화 가능성에 대해 발표했다. 정 교수는 한국영양학회 영양정책위원장과 한국식생활문화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고, 저서로 <서울의 음식문화> <지역사회 영양학> <한국인에게 밥은 무엇인가>(공저) 등이 있다.

한국 전통식단의 우수성

   
▲ 호서대 정혜경 교수가 한식의 우수성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 안형준

정 교수는 한국음식의 우수성이 쌀 문화, 다양한 채소문화, 콩문화, 세련된 육류문화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한국음식은 식이섬유 함유량이 높고,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높으며,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식물영양소)이 많아 성인병 예방에 탁월하다. 특히 제 7의 영양소라 불리는 파이토케미컬이 풍부해 한식의 건강성이 입증된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서양에서 파이토케미컬 연구를 많이 하면서 브로콜리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미국 NIH(미국국립보건원)에 따르면 브로콜리 같은 컬러 푸드에 들어있는 파이토케미컬의 총량보다 곰취나 쑥에 더 많이 들어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정 교수는 “요즘 서양 사람들이 먹는 음식 위주로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런 서양 건강식이 유행하면 참기름이나 들기름 대신 올리브유를 선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식의 나물 중심 식단은 또 하나 강점으로 설명될 수 있다. 정 교수는 서구에서는 주로 샐러드 형태로, 한국은 익혀서 무친 숙채로 먹고, 중국은 기름에 볶아먹고, 일본은 짜게 절여먹는다며 서로 다른 섭취방법을 설명했다. 그는 생채보다 숙채로 먹는 한식이 질산염을 줄이고 산화를 억제하는 항산화(抗酸化)물질을 활성화해 나물의 건강 기능성을 높인다며 한식의 우수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건강한 식사의 황금비율은 채식과 육식을 8대 2로 섭취하는 것입니다. 채식에 기반을 두고 육식과 조화롭게 음식비율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비빔밥, 신선로, 구절판 등이 한식의 특성을 도드라지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식의 특성을 살리는 게 중요하지요.”

콩으로 대표되는 발효식단도 한식문화의 우수성을 말해준다. 발효식품에서 나오는 유산균은 말할 것도 없고, 된장도 콩보다 종양이나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물질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된장에는 콩에 없는 비타민 B⒓가 생성된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장수인들의 혈중 비타민을 살펴보면 비타민 B⒓의 함량이 높게 측정된다고 한다. 채식 위주 식사의 단점인 비타민 B⒓ 결핍을 전통 발효식품인 간장, 된장, 청국장, 고추장의 비타민B⒓로 보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아침식사 때 한식과 양식의 열량 자급률을 비교한 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비슷한 열량의 아침식사를 했을 때 자급률은 한식이 70%, 양식이 13%였다. 한식 위주 식생활은 영양의 균형뿐 아니라 식량 자급률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식사라는 것이다.

“한식은 요즘 ‘로컬 푸드’나 ‘슬로우 푸드’처럼 음식과 환경의 관계에 관심이 많은데, '채식에 기반을 둔 친환경 식사인 한식이 환경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는 시카고 대학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책과 그림에 나타난 한식의 원형

한식의 원형은 2000년 이후 발견된 한국 최초의 조리서, <산가요록>(山家要錄)에서도 엿볼 수 있다. 박 교수는 “대장금은 조선왕조실록에 한 줄 나오는 역사지만 15세기 중반 의관 전순의가 저술한 산가요록에는 굉장히 많은 조리법이 나온다”고 말했다. 또한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은 경북 영양지방에서 내려온 조리법을 적은 최초의 한글 요리책이다.

또 빙허각 이씨가 “아무리 많이 알고 있어도 글로 써서 남겨야 한다”며 쓴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옛 여인들의 음식철학이 들어 있다. 현재 많은 영양학 연구를 통해 통설로 굳어진 ‘지방량 줄이기’는 규합총서에 이미 기록되어 있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남겨진 조리서 외에 한식의 원형을 볼 수 있는 그림들도 있다. 작자 미상의 그림에서는 주막의 모습을 볼 수 있고, 김홍도의 <기로세련계도>(耆老世聯契圖)에는 교자상 차림도 나온다. <기산풍속화첩>(箕山風俗畵帖)에서는 앞으로 고생할 신부에게 큰 상을 차려주는 것으로 신부를 배려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 마을의 새 관리가 노인들을 초대해 접대하는 잔치를 묘사한 김홍도의 <기로세련계도>의 일부.
   
▲ 신랑이 신부 집에 가서 신부를 맞이하는 의식을 담은 김준근의 <기산풍속화첩>.

또 <선묘조제재경수연도>(宣廟朝諸宰慶壽宴圖)에서는 숙수가 남자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수라 상궁처럼 숙수가 여자일 것이란 통념을 깨는 그림이다. 상상 속의 <태평성시도>(太平城市圖)는 집 가운데 부엌이 있는 점으로 미루어 먹고 마시는 것을 최상의 가치로 여긴 당시 사회상을 보여준다.

   
▲  선조의 연회 장면을 담은 작자 미상의 <선묘조제재경수연도>. 그림 중앙에서 약간 왼편 조리대 앞에 붉은 모자를 쓰고 칼을 들고 있는 남성이 '숙수'다.
   
▲ 조선 후기 사회가 지향한 이상사회를 그린 작자 미상의 <태평성시도> 일부.

“코스 요리로 대표되는 프랑스 요리는 사실 러시아 요리였던 것처럼, 전통은 계속 변합니다. 우리는 예전 그림을 통해서 우리의 전통을 계속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전통을 찾아보는 노력에서 한식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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