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실험실] 충남 당진시 우강면 주민들이 전하는 송전탑 문제

충남 당진시 우강면 삽교호 일대는 철새도래지입니다. 삽교호는 1970년대 추진된 농업종합개발사업으로 조성된 인공담수호입니다. 3370m 길이의 방조제로 바닷물을 막으면서 삽교호 일대에는 247㎢ 규모의 예당평야가 만들어졌습니다. 한 해에 8만 마리의 겨울 철새가 삽교호를 찾습니다. 흰꼬리수리, 큰고니, 큰기러기, 가창오리, 저어새 등 1, 2급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서식합니다. 삽교호 가운데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17만㎡ 크기의 소들섬은 농경지에서 떨어진 낱알을 먹고 호수에서 물을 마신 철새가 천적을 피해 쉴 수 있어 철새의 낙원으로 불립니다.

이곳에 송전탑이 들어섰습니다. 당진시에서 소들섬을 통과해 아산시로 이어지는 총 길이 35.6km 구간에 345kV의 고압송전탑과 송전선로를 설치하는 사업의 일환입니다. 도심을 지하로 통과한 송전선로는 삽교호 인근에서 지상으로 올라와 7개의 송전탑을 지난 뒤 아산으로 이어집니다. 이 중 하나는 소들섬에, 나머지는 벼가 자라는 예당평야 위에 세워졌습니다. 송전탑이 설치되기 전인 2021년 충남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는 소들섬은 철새들에게 ‘삽교호 지역의 유일한 휴식공간’이라며, 이곳에 송전탑이 설치되면 이런 기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송전선로를 잇고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하면 더 이상 철새가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한국전력이 추진한 이 송전선로 사업은 지난 2013년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고,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을 승인받았습니다. 주민들은 2014년부터 송전탑이 건설된다는 이야기가 동네에 돌았지만, 이장들이 한전에서 주최하는 회의에 참석했을 뿐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청회나 사업설명회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삽교호 일대 철탑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2021년 7월입니다. 공사 첫날, 주민들은 벼를 뒤집어엎던 포클레인을 막아섰습니다. 주민 6명이 공무집행방해죄로 그 자리에서 연행됐습니다. 그해 말, 주민들은 송전탑이 세워지면 철새가 다치거나 사라질 위험이 있다며 소들섬 일대를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주민들이 당진시청 앞에서 102일 동안 천막농성을 이어간 끝에 당진시는 환경부의 동의를 받아 소들섬 일대를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지난해 3월 당진시는 한전에 공사중지명령을 내렸습니다. 한전은 이미 사업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그해 11월 법원은 당진시의 손을 들어줬지만 그 사이 송전탑은 모두 건설됐습니다. 당진시 법률대리인 하승수 씨는 “법을 위반해서 공사했을 때 지자체가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공사를 다 해놓고 소송을 이어가는 한전의 의도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단비뉴스는 송전탑이 모두 세워질 때쯤 주민들을 만나 철새와 송전탑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철탑은 들어섰지만 쉽게 싸움을 끝낼 생각은 아니라는 우강면 주민들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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