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오리지널 웹예능-힙학개론] Ep.1 세명대학교편

 

자본주의 체제는 모든 것을 자본화한다.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자본을 극대화하는 경제는 결국 인간의 노동과 감정을 착취한다. 흔히 취미로 돈 버는 시대라고들 한다. 현대 사회에선 쉬기 위한 취미조차 돈으로 환산되지 않으면 폄하된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많은 돈으로 환산되는 활동이나 특성이 주목을 받는다.

자본주의 사회 속 힙을 이야기하려면 ‘플렉스(flex)’를 빼놓을 수 없다. 플렉스는 원래 ‘구부리다’라는 뜻으로 근육을 과시하는 자세를 뜻했다. 90년대 미국 흑인 래퍼들이 막대한 재산을 과시하는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제 소비를 은근히 자랑하지 않는다. 부유함을 과시하는 플렉스가 흔해졌다.

그렇다면 힙은 과연 플렉스를 할 수 있는 재력에서 나오는 것일까? <단비뉴스>는 힙문화의 중심인 20대가 모여 있는 대학교에서 힙에 대한 정의를 찾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제천시에 위치한 세명대는 다양한 장학금으로 유명하다. 지원이 많아 재학생의 만족감도 높다. 플렉스의 대학, 세명대에서 힙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들어봤다. 학생들은 자유로움, 개성표현 등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태도를 꼽았다.

힙은 의외로 젊은 사람들에게만 있지 않았다. 촬영 중 ‘플렉스’를 한 총장이 ‘힙’하다는 대답을 듣고 <단비뉴스>는 세명대학교 총장을 만났다. 올해 43세 권동현 총장은 사석에서 마주친 학생들의 술자리를 계산하고 교내 커피차를 무료로 제공했다. 권위적인 모습이 연상되는 대학 총장, 그러나 그에게 얻은 힙의 정의는 예상했던 재력과 플렉스가 아니었다. 그는 인터뷰 중, 자신이 힙하다고 불리우는 이유에 대해 재력을 쓸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이 가진 소유를 남에게 쓰는 ‘여유로운 마음’은 효율적이지 않다. 하지만,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 때 그 흐름을 역행하며 ‘비효율’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작은 비효율들이 모여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고, 자본이나 물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일깨운다. 우리는 그것을 힙이라 부른다.

언제부턴가 ‘힙하다’는 말을 많이 쓴다.

여성 장관의 염색하지 않은 흰 머리를 보고 '힙하다'고 하고,

개성이 뚜렷한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가진 인디밴드를 '힙하다'고 말한다.

고기를 잡으면서도 시를 짓고 사는 어부를 '힙하다'고 하고,

화려한 연예계 생활을 뒤로하고 귀농한 가수를 '힙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힙’은 다양한 상황과 사람을 형용한다. 그런데 그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힙’이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한 느낌으로 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과연 '힙하다'는 말의 정의는 무엇일까?

SNS의 시대,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통 큰 바지, 화려한 염색, 독특한 음악 취향 등으로 자신을 표현하기도 하고, 소신 있는 소비나 발언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증명하기도 한다.

자기표현이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시대지만, 동시에 자유롭지 못한 시대다. SNS의 발달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경쟁과 갈등 속에서, 능력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천편일률적인 성공의 루트를 걸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아간다.

'힙을 좇는 시대'다. 힙한 카페, 힙한 음악, 힙한 패션 등, '힙'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돈이 모이고 사람들이 모인다. 사람들이 ‘힙’을 이토록 갈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표현의 시대에, 자기표현을 할 수 없는 이들이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는 ‘힙함’을 동경하게 된 것은 아닐까?

<힙학개론>에서 ‘힙’을 탐구해보고자 한다. 현대인들의 삶으로 들어가 그들을 직접 만나 묻는다.

“‘힙’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다양한 대답 속에서 ‘힙’의 가치를 탐구한다. <힙학개론>은 현대 사회에서 ‘힙’이라는 단어가 지닌 가치와 시대상에 대한 기록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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