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시사맥(脈)] 레고랜드 사태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테마파크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빌린 돈을 강원도가 갚지 못하자 금융시장이 얼어붙는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테마파크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빌린 돈을 강원도가 갚지 못하자 금융시장이 얼어붙는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해 법원에 기업 회생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기업 회생은 한 기업이 빚을 감당할 수 없을 때, 빚의 일부를 탕감하거나 주식으로 전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재기할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강원도는 춘천에 테마파크 ‘레고랜드’를 짓기 위해 GJC를 설립하고 약 2050억 원을 빌렸는데, 이 빚을 갚지 못하겠다고 공표한 겁니다.

강원도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빌린 돈을 갚지 못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한 일을 언론은 ‘레고랜드 사태’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저 사건도 아니고 사태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김 지사의 선언으로 국내 채권 시장이 사실상 마비됐기 때문입니다.

채권은 정부나 공공기관, 주식회사 등이 일반인 투자자로부터 장기적으로 큰 액수의 자금을 빌린 후 발행하는 차용증서입니다. 보통 국가나 지자체가 발행하는 채권은 민간 기업 채권보다 신뢰도가 높습니다. GJC는 강원도가 보증하는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모았는데, 강원도가 돈을 갚지 못하게 되니 채권을 신뢰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퍼지게 됐습니다.

채권을 사는 사람이 없으면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됩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지자체와 공기업은 채권을 다 팔지 못하거나, 발행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기준금리가 연이어 인상되면서 대출금리도 급격히 올랐습니다.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해도 훨씬 높은 대출금리를 감당해야 합니다. 신용도가 국가나 지자체에 비해 훨씬 낮은 중소기업은 큰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23일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50조 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강원도 역시 지난 27일 레고랜드 보증 채무 2050억 원을 올해 12월 15일까지 전액 상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달 발표를 뒤집은 셈입니다. 효과가 있을지는 의견이 갈립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채권 시장 상황이 “최소 이번 주가 지나면 레고랜드 사태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신뢰가 깨진 시장에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레고랜드 사태로 큰 충격을 받은 금융시장은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 주의 시사맥(脈), 레고랜드 사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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