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추천 좋은 기사] 2015년 퓰리처상 국제 보도 수상작 - 에볼라 바이러스 관련 뉴욕타임스 보도

2014년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전염병이 퍼졌다.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2014년 10월 기준 2만 3000여 명이 감염됐으며 그중 40%에 달하는 9500여 명이 사망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만들어 낸 참극이다. 당시 아프리카에 번진 이 참상을 국내 언론은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먼 타지에서 벌어지는 또 하나의 비극으로 취급하며 표피적으로 보도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때도 이곳의 이야기에 집중한 언론이 있다. 2015년 퓰리처상 국제보도 부문 수상작인 <뉴욕타임스>의 에볼라 바이러스 관련 보도다. 

▲ 에볼라 바이러스 관련 보도를 한 <뉴욕타임스> 기자들. ⓒ 퓰리처상 누리집 갈무리

여러 사람들의 군상에 집중하다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뉴욕타임스>의 에볼라 바이러스 관련 보도는 모두 10편이다. 이 가운데 두 건은 영상 보도물이다. 2014년 7월부터 12월까지 공개된 기사들은 에볼라 바이러스로 많은 피해를 입은 시에라리온, 기니 국민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당시 상황을 보여준다. 의료진, 환자, 가족 등 다양한 인물을 보여주고, 나아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바이러스가 퍼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 등을 면밀히 분석해 제시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여러 군상의 인물을 다뤘다는 점이다. 바이러스가 퍼진 상황에서 대부분의 보도는 전염 정도와 향후 추세 등 거시적인 측면의 이야기를 다루기 쉽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바이러스를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을 담았다. 에볼라가 극심하게 퍼진 한 지역에 국경없는 의사회와 적십자 소속의 치료 인력이 마을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쉽게 들어가지 못한다. 주민들이 외부인이 들어와서 바이러스를 마을에 퍼뜨린다며 그들이 진입하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는 이 사례에 해당하는 여러 모습들을 보여주며 의료진의 어려움을 자세히 드러낸다. 

의료진과 환자의 상황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마을의 이야기도 전한다. 21살의 카르마(Karma)는 ‘매장하는 소년들’(burial boys)이라고 불린다. 카르마는 매우 가난하여 제대로 장례를 치르지 못한 에볼라 감염 사망자들의 시체를 묻는 일을 하고 있다. 봉사에 가까운 일임에도 이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천대를 받는다. 카르마가 이 일을 시작한 이후 가족들은 고향 마을로 돌아오지 말라고 했고, 친구의 집에서 잠시 거주하고자 했으나 친구의 가족조차 그를 내쫓았다. 

▲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를 치료센터로 이동시키는 앰뷸런스 구조사의 얼굴. <뉴욕타임스>는 그를 비롯해 에볼라 바이러스와 관련된 다양한 군상들을 담아냈다. ⓒ The New York Times

한 사람이 보여주는 전염병의 원인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을 보여주면서도, 각 기사는 한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방식을 택했다. 수상작 중 한 영상물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를 앰뷸런스로 이송하는 구조사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7분간 이어지는 영상은 철저히 그의 시점으로 전달된다. 의료진의 접근을 막는 사람들, 다섯 달 동안 집에 가지 못해 외로움을 느끼는 그의 얼굴 등은 구조사가 겪는 고충을 그대로 전달한다. 영상의 말미에는 그가 퇴근하면서 마지막 환자를 이송하는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그 환자는 다른 환자들로 가득 찬 치료센터에 들어갈 수 없었고, 결국 다음 날 사망했다는 내용이 자막을 통해 전달된다. 7분간 담아낸 구조사의 일상은 바이러스를 둘러싼 사람들의 고통을 그 무엇보다 깊이 전달한다. 

한 사람에게 집중한 이야기는 현상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염병이 빠르게 전파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드러내기도 한다. ‘라이베리아 가족들에게 있어, 에볼라 바이러스는 사랑의 보살핌을 치명적인 위험으로 바꾼다’(For a Liberian Family, Ebola Turns Loving Care Into Deadly Risk)라는 기사는 카이저(Kaizer)라는 인물과 그의 가족 이야기를 다룬다. 카이저는 라이베리아에서 전도유망한 농구선수였다. 하지만 그의 아빠가 카이저에게 에볼라 바이러스를 옮겼고, 카이저를 포함한 7명의 가족은 두 달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사망했다. 

이들 사이에서 바이러스가 빠르게 옮겨진 배경에는 가족주의가 있었다. 라이베리아는 세계적인 빈국 중 하나다. 가족은 가난한 이들이 서로 의지하는 유일한 둥지이다. 가족들 간의 친밀한 접촉은 라이베리아의 기저 문화였고, 전염병에는 치명적이었다. 주변의 시선도 바이러스 확산에 영향을 줬다. 누군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가족 전체가 나서서 비밀에 부쳤다.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마을 주민들이 가족들을 쫓아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바이러스를 퍼뜨린 또 다른 주요 원인이 됐다.  

회의적인 세상을 만들지 않기 위해

8년이 지난 지금,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그때는 관심 갖지 않았던 먼 나라의 전염병 이야기가 오늘을 사는 우리의 현실이 된 것이다. 그때와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은 점도 있다. 여전히 세계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빈국의 백신 접종률에 관심이 없다. 그들은 다른 나라의 시민들보다 더 깊은 아픔을 겪고 있을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에볼라 바이러스 보도가 서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을 조금이라도 높였듯,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 우리에게도 보이지 않는 곳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언론 보도가 필요하다.


세상에는 좋은 기사들이 있다. 저널리즘의 이상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기사다. 언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도 여전히 언론에 희망이 있음을 증명하는 기사이기도 하다. 기자는 그런 기사를 꿈꾸고, 독자는 그런 기사를 기다린다. <단비뉴스>는 2000년대 이후 국내외 주요 기자상 수상작을 중심으로 기자와 독자에게 두루 도움이 될 만한 좋은 기사를 골라 소개한다. (편집자주)

편집: 양수호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