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디즈니+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웰컴 투 어스’

<웰컴 투 어스>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자연 다큐멘터리다. 미국 가수이자 배우인 윌 스미스가 전문 탐험가와 함께 극한의 자연을 경험한다. 윌 스미스는 활화산의 분화구를 향해 걷고 잠수정을 타고 수심 1000미터(m) 깊이로 내려간다. 때로는 밧줄 하나로 아프리카의 협곡을 건너기도 한다. 경이로운 자연을 체험하는 여정의 제작사는 탐험 전문 매체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원래 지리학 관련 지식을 전달하는 잡지였다. 미국 국립지리학회가 1888년 창간했는데, 현재는 지구 곳곳을 탐험해 발굴한 사실을 잡지, 영화, 다큐멘터리, 책 등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로 만든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TV 채널은 월트 디즈니(디즈니)가 인수해 운영한다. <웰컴 투 어스>는 디즈니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다.

▲ '웰컴 투 어스'(Welcome to Earth)는 윌 스미스가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외계인을 물리치며 한 명대사다. <웰컴 투 어스>는 이 대사를 차용한 제목이다. ⓒ 디즈니플러스

익숙한 감각을 뒤엎다

총 6편으로 제작된 <웰컴 투 어스>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감각이다. 대자연은 인간이 보고, 냄새 맡고, 들으며 인식하는 세계가 얼마나 편협한지 일깨운다. 자연으로 들어간 인간은 이전에 감각하지 못했던 세계를 경험한다. 1화 ‘고요한 포효’는 숨겨진 소리의 세계를 찾아 떠난다. 윌 스미스는 주황빛 용암을 분출하는 화산의 소리를 가까이서 녹음하기 위해 분화구 쪽으로 내려간다. 그는 분화구에 내려가기 전 용암이 솟아오르는 소리가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묘사한다. 분화구 근처에 간 윌 스미스는 소리의 본질인 진동을 느낀다. 그는 어디선가 들어본 소리가 아닌 고막을 흔드는 진동을 먼저 느꼈다고 전한다.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없는 초저주파 소리를 귀가 아닌 몸을 통해 진동으로 느낀 것이다. 

▲ 윌 스미스(왼쪽)가 화산학자(가운데), 시각장애인 등산가(오른쪽)와 함께 활화산의 분화구 방향으로 내려가는 모습이다. 시각장애인 등산가 에릭 바이헨마이어는 청각으로 세상을 본다. 윌 스미스는 분화구 근처에서 진동을 느끼며 에릭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경험한다. ⓒ <웰컴 투 어스> 공식 예고편 갈무리

2화 ‘어둠 속으로의 하강’에서는 빛이 없는 바닷속으로 들어가 색깔의 세계를 탐험한다. 깊은 바다로 내려갈수록 태양빛인 백색광과 멀어지고 우리가 아는 색깔들은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순서로 그 색을 잃는다. 인간은 파란색까지 사라진 암흑에서 생물체가 스스로 빛을 만들어 내는 현상인 생물발광을 경험한다. 다큐멘터리는 완전한 암흑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생명체의 빛깔을 카메라에 담는다. 

▲ 수심 1000m에 사는 생명체가 빛을 만들어 냈다. ⓒ <웰컴 투 어스> 공식 예고편 갈무리

3화에서는 아프리카 세렝게티 평원의 영양 무리와 네팔의 꿀벌 무리를 관찰한다. 4화는 태평양에 있는 뱀상어를 추적하며 냄새의 세계를 탐험한다. 5화는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려 인간의 눈에는 안 보이는 자연의 움직임을 카메라에 담는다. 다큐멘터리는 동물 세계의 규칙을 보여주고 인간이 가진 감각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을 제공한다. 윌 스미스는 익숙한 감각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통해 자연의 소통법을 체득한다.

▲ 꿀벌 무리는 포식자의 위협을 느꼈을 때 연쇄적으로 몸을 젖힌다. 물결처럼 보이는 움직임은 일종의 방어전략이다. ⓒ <웰컴 투 어스> 비하인드 영상 갈무리

<웰컴 투 어스>의 매력은 신기하고 놀라운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수려한 영상미는 윌 스미스가 체험하는 현장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인다. 극한의 자연이 자아내는 경이로운 풍경은 다양한 카메라 앵글로 생생하게 전달된다. 드론을 활용해 인간이 얼마나 거대한 자연 속에 있는지 보여주고, 최첨단 수중 카메라는 심해의 적막과 신비로움을 고스란히 담았다. 수심에 따라 LED 조명과 카메라 설정 등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소프트웨어를 구축한 덕에 가능했다. 진청색 공간을 부유하는 노란 잠수정은 SF 영화에 나올 법한 컴퓨터그래픽(CG) 장면처럼 보이지만 또 다른 잠수정에서 직접 촬영한 장면이다. 

▲ 윌 스미스가 탑승한 잠수정이 수심 1000m 깊이의 심해에서 절벽을 발견한다. 잠수정에 동승한 디바 아몬 해양 생물학자는 이 절벽을 본 건 처음이라며 심해에서 탐험된 부분은 1%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웰컴 투 어스> 공식 예고편 갈무리

아주 빠르거나 아주 느린 움직임을 포착하는 특수 카메라는 새로운 시각 경험을 선사한다. 카멜레온은 혓바닥을 60센티미터(cm) 내미는 데 수백분의 1초밖에 안 걸린다. 인간의 눈으로는 카멜레온이 혓바닥을 내미는 순간이 흐릿하게 보인다. 특수 카메라는 카멜레온의 혓바닥이 뻗어가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준다. 속도가 너무 느려 인간이 인식할 수 없는 현상도 특수 카메라로 볼 수 있다. 사막에 펼쳐진 무수한 모래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그 예다. 특수 카메라는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세계를 보여준다. <웰컴 투 어스>는 인간이 느끼는 감각에 집중한 구성 방식과 최첨단 기술을 총동원한 영상촬영으로 지구라는 미지의 세계를 ‘방구석 탐험’하게 만든다.

▲ 나미브 사막에서 윌 스미스(오른쪽)와 알버트 린 내셔널지오그래픽 탐험가(왼쪽)가 카멜레온이 혓바닥을 내미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 <웰컴 투 어스> 공식 예고편 갈무리

코로나19가 이끈 미지의 세계

<웰컴 투 어스>는 2년이 넘는 기간 700명 이상의 제작진이 7개 대륙 34개국에서 촬영해 작품을 완성했다. 2018년 윌 스미스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원 스트레인지 락>(One Strange Rock)의 내레이션을 맡았다. 이때 그는 탐험에 호기심을 갖고 참여 의지를 제작진에게 적극적으로 내비쳤다. 제작진은 윌 스미스를 세렝게티로 데려가 함께 탐험을 시작한다. 

<웰컴 투 어스>의 총괄 프로듀서인 제인 루트는 촬영 도중 코로나19가 터져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다 보니 더 극단적이고 놀라운 장소로 찾아가게 됐다고 제작 과정을 전했다. 해수면 아래를 탐험하고 아이슬란드에서 카약을 타고 바다에 도착하는 모험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선택이었다. 코로나19가 윌 스미스와 제작진을 가장 낯설지만 가장 경이로운 장소로 이끈 것이다. 제인 루트는 “우리가 절대 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곳, 가장 놀라운 장면들을 찾아갔다”라고 말했다.

▲ 아이슬란드 촬영 당시 <웰컴 투 어스> 제작진 120명은 이틀에 한 번씩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아야 했다. 아이슬란드 정부가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자 제작진 중 화학자가 자체 검사소를 만들어 검사 받으며 촬영을 진행했다. 촬영을 마친 후 제작진은 검사소를 아이슬란드 정부에 기부했다. ⓒ Brendan McGinty

경이로움의 끝은 ‘나’

드넓은 소금사막에 비친 은하수를 보며 감탄하고, 카약을 타고 거친 물살을 가르는 윌 스미스를 응원하면서 작품을 끝까지 보면 숨겨진 세계의 정체를 깨닫는다. 미지의 세계는 아직 보지 못한 세상을 향한 호기심, 낯선 세계에 도착했을 때 밀려오는 두려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불안 등이 극대화된 곳이다. 이 세계는 울창한 숲과 드넓은 사막이 아닌 네모난 스크린에 갇혀 사는 우리의 일상에도 존재한다. 호기심이 생기는 대상이 무엇인지, 어떨 때 두려움을 느끼는지, 불안할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있다면 극한의 자연이든 방구석의 문명이든 그곳은 곧 경이로운 미지의 세계다. 


편집: 이예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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