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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노동자에게 외갓집 같은 휴식을
[단비인터뷰] 비정규노동자쉼터 꿀잠 김소연 운영위원장
2021년 08월 23일 (월) 00:13:49 남윤희 기자 yoon0439@naver.com

통계청 기준으로 약 740만 명, 노동계 기준으로 약 1000만 명이나 되는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에 비해 부당한 해고를 많이 겪는다. 이들 중 일부는 부당해고에 맞서 단식, 고공농성 등 목숨을 건 투쟁을 한다. 서울 신길동에 있는 ‘비정규직노동자쉼터 꿀잠’은 이런 비정규직노동자와 그들을 돕는 활동가를 위한 쉼터다. 2017년 설립된 꿀잠에는 그동안 어떤 사람들이 어떤 사연을 갖고 머물렀을까. 이곳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김소연(52) 운영위원장을 지난 6월 18일 꿀잠에서 만나고, 지난 21일 문자로 추가 인터뷰했다. 

매년 수천 명 노동자·시민이 머물며 연대하는 곳 

   
▲ 비정규직노동자와 활동가를 위한 쉼터 꿀잠의 김소연 운영위원장이 꿀잠 주방에서 <단비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윤희

아시아나항공 협력업체인 아시아나케이오(KO) 노동자 10여 명은 지난해 5월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영악화’를 이유로 해고되자 투쟁에 나섰다. 이들은 최근 1심에서 ‘부당해고’ 판단을 받을 때까지 500일 가까운 싸움을 하면서 꿀잠을 종종 이용했다. 꿀잠에는 이런 장기투쟁 노동자들이 많다. 특히 지방 노동자가 서울 본사를 상대로 투쟁할 때, 잘 곳과 씻을 곳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과거엔 지하철 화장실에서 씻다가 걸려서 욕을 먹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꿀잠을 “(굉장히 열악한 조건에 놓여있는) 비정규노동자에게 기본적인 숙식을 제공해주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노동자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도 아들을 잃은 지 두 달 후 꿀잠에 왔다. 산업재해 관련 집회·시위 등을 위해 여러 달 동안 투숙하면서 밥도 함께 먹고, 비슷한 상황에 있는 노동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 씨는 “꿀잠에 있으니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도 “친정집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꿀잠 쉼터를 모두의 집, 언제든지 편하게 올 수 있는 집, 문턱이 없는 집, 외갓집 같은 집으로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꿀잠을 거쳐간 노동자·활동가는 2017년 4211명, 2018년 3670명 등 매년 수천 명이다. 노동자와 연대하려는 학생들도 단골이다. 꿀잠은 하루 25~5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데, 1층에 장애인이 사용하는 1인실 하나, 3층에 5인실 하나, 4층에 4인실 3개, 옥탑에 4인실 하나로 구성돼 있다. 그 외 빨래방, 식당, 장애인 화장실, 회의시설을 갖춘 문화교육공간, 비정규노동자 투쟁역사를 전시한 공간 등이 있다. 치과 진료실도 있다. 경기도 동탄 등 다양한 지역의 치과의사들이 한 달에 두 번 퇴근 후 쉼터에 와서 무료로 진료 봉사를 한다. 치위생사들은 스케일링도 해준다. 한 달에 한 번 진료가 이뤄지는 한방쉼터도 있다.

 
꿀잠 안에 있는 침실과 욕실, 치과 진료실. 치과 진료실에는 여러 지역 치과의사들이 번갈아 찾아와 무료 치료를 해준다. ⓒ 남윤희

고등학생·대학생도 쉼터 건립에 참여 

꿀잠 건립은 2015년 7월 기륭전자 투쟁 신년평가 토론회에서 “비정규노동자를 위한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나온 게 계기가 됐다.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통일문제연구소 등 여러 시민단체가 힘을 모으면서 준비 작업이 급물살을 탔다. 처음엔 3억 원을 모아 전세를 구하자는 계획이 나왔지만 조현철 신부(현 꿀잠 대표)가 “누가 집을 빌려주겠나” “빌려준다고 해도 2년마다 이사를 다녀야 한다”고 반대해 구입하기로 했다. 후원금 모금을 위해 2016년 법인을 설립했고 십시일반으로 약 6억 원을 모아 2017년 3월에 건물을 샀다.

기존 건물 철거와 신축공사 등에는 약 1000명이 참여했다. 건물 입구에 있는 여성 청소노동자 상징은 조각가가 만들었고, 냉장고와 세탁기는 한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 보내줬다. 고등학생과 교사가 함께 만든 식탁도 있다. 건물 바닥은 시골 마루 같은 느낌인데, 건축학과 대학생들과 교수들이 작업했다. 많은 이들의 손을 거친 쉼터이기 때문에,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나는 여기 작업했다” “그때 이런 문제가 있었다”고 웃으며 추억을 나눈다고 한다. 

   
▲ 쉼터 입구에 꿀잠 건립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이 포스트잇 형태로 새겨져 있다. ⓒ 남윤희

꿀잠은 정부 지원 없이, 100% 시민 후원으로 운영된다. 종교인, 문화인, 노동자 등 다양한 후원자가 적게는 1000~2000원, 많게는 1000만 원을 보내준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1000만 원 보내주신 후원자는 아직도 이름과 얼굴을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에는 후원이 많이 줄어 걱정이라고 한다. 

김 위원장은 꿀잠에서 전반적인 일정 관리 외에 꿀밥 나눔(공동식사), 노동역사기행, 법률강좌 등 다양한 기획 사업을 한다.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비정규노동자투쟁역사 사진전을 열었고, 비정규노동자들과 함께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찾아 일제에 맞선 여성들의 수난과 저항사를 살펴보기도 했다. 

옥상농성·단식농성·고공농성에서 대통령 후보까지 

꿀잠의 운영위원장이 되기 전까지, 김 위원장의 삶은 투쟁의 역사였다. 고등학교 시절 직선제 학생회를 위해 싸웠고, 1992년 서울 구로공단 갑을전자에 입사해 97년 노조위원장이 됐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갑을전자가 폐업신고를 하자 그는 생계 대책비 지급과 공장 재가동 및 매각 시 고용 승계 등을 요구하며 155일간 점거농성을 했다.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회사가 분할매각돼, 그는 2002년 기륭전자에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 거기서 불법파견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옥상농성, 단식농성, 포클레인 고공농성을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절박한 상태에서 싸우다 보니 무섭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며 “용역깡패와 경찰들이 두렵기는 했지만 분노가 더 컸다”고 회고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정치인들은 가진 자들의 편에서 움직이고 노동자의 삶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노동자를 위한 정치인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민주노총 간부, 비정규직노동자, 대학생, 서울대 교수 등 진보 지식인들이 그에게 힘을 보탰다. 심상정, 이정희 등 당시 진보정당 후보들은 중간에 사퇴했지만, 그는 끝까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완주했다고 말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제도 폐기, 불로소득 중과세, 무상의료 실시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그는 1만6687표를 얻어 5위를 기록했다. 당시 당선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 2012년 대선 당시 무소속 김소연 후보의 포스터.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 ‘세상을 뒤엎는 노동자 대통령’을 구호로 내세웠다. ⓒ 김소연

김 위원장은 비정규직노동자가 억울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법상 보장된 노동조합결성의 권리, 즉 단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은 조합활동으로 불이익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고 단기직이 많아 노조가입률이 낮은데, 그럴수록 노조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민주노총같은 상급단체가 비정규직노동자들과 연대하면서 교육도 하고 투쟁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노동자는 조합이 만들어진 후 짐승에서 사람이 되었다는 표현도 합니다. 노동조합은 단지 근무조건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곳이에요. 또 노동조합은 더 열악한 조건에 있는 장애인, 성소수자 등과 함께 살아가고 연대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을 통해 권리도 찾고 가치 있는 삶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어요.”

(*사단법인 꿀잠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6-701-442424)


편집 : 김계범 기자

[남윤희 기자]
단비뉴스 환경부, 시사현안팀 남윤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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