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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으로 기후위기 막고 건강도 개선
[단비인터뷰] 한국채식연합 이원복 대표
2021년 07월 25일 (일) 19:55:39 김주원 기자 wndnjs0929@hanmail.net

기후위기와 동물권에 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채식을 선택하는 인구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KVU) 이원복 대표는 이런 흐름이 본격화하기 훨씬 전부터 자발적으로 동물성 식단을 거부한 32년 차 비건(완전 채식주의자)이다. 그는 지난해 6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 1회 채식 급식’을 촉구하는 등 채식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한 운동을 이끌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4월부터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월 2회 ‘그린급식의 날’을 운영하고, 대구‧충남‧충북에서도 지난 3월부터 월 1회 채식 급식을 도입하는 등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만6000여 채식연합 회원을 이끌고 있는 이 대표를 지난 5월 29일 서울 대현동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만나고 지난 19일 전화로 추가 인터뷰했다. 

고기·인스턴트 식품 과잉섭취로 아토피 등 급증 

   
▲ 이원복 대표가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채식의 필요성과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 강훈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육식 위주의 문화와 식습관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그래서 동양적 식사로 점차 방향을 옮기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육식 위주의 서양식 식사를 아직도 따라가고 있는 것이 문제죠. 건강을 위해서라도 주 1회 정도는 학생들도 채식 급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05년 한국채식연합을 결성한 이 대표는 각급학교의 채식 급식을 위해 3년 전 채식급식운동본부를 만들었다. 건강과 환경을 위해 채식을 하는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운동본부는 교육감이나 도지사 선거 등에서 후보들에게 채식 급식과 관련한 정책을 제안하는 활동 등을 해왔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활동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6‧13 지방선거 교육감 후보들을 대상으로 ‘주 1회 채식 급식’과 ‘채식 급식 선택권’에 대한 질의서를 보내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고 한다. 

이 대표가 설명하는 채식 급식의 첫 번째 목적은 학생들의 편중된 식습관을 바로잡아 건강을 개선하는 것이다. 지나친 육식과 인스턴트 식품 등으로 아토피, 비염, 소아암, 성 조숙, 비만과 같은 질병에 시달리는 어린이·청소년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30~40년 간 청소년 비만이 10배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육식 위주의 편중된 식생활은 학생들의 체력을 오히려 떨어뜨리고, 폭력적 성향을 높이며 학습능력 저하 등의 문제도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목적은 지구온난화를 막는 것이다. 그는 채식 급식이 늘어나면 공장식 축산과 과도한 육식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좁은 공간에 소, 돼지, 닭 등을 대량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은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를 대량 발생시킨다. 미국 환경단체인 천연자원보호협회(NRDC)에 따르면 소고기 1킬로그램(kg)을 생산하는 데 25.6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2014년 기준 미국 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34%가 소고기 생산 과정에서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환경단체 플랜드로다운(Plan Drawdown)은 향후 30년간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줄이는 방법으로 1위 냉매 관리, 2위 육상풍력 증설에 이어 3위를 채식 위주 식단으로 꼽았다.

성장기 청소년, 육류 안 먹어도 ‘영향 균형’ 문제없어 
 
   
▲ 지난달 서울 한산초등학교 '그린급식의 날'에 샐러드 등으로 구성된 식단을 배식받고 있는 어린이들. ⓒ 서울시교육청

최근 몇 년간 채식의 중요성을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학교 외에 공공기관도 채식 급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또 군대도 올해부터 입대하는 장병들에게 개인 신상명세서에 ‘채식주의자’ 여부를 표시해 채식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 제공하는 채식은 지역별, 기관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울산과 인천교육청에서 시행하는 ‘고기 없는 월요일’은 육류만 뺀 식단을 제공하고 있으며, 울산의 ‘월 1회 채식의 날’에는 비건 형태의 급식을 제공한다. 전북은 ‘주 1회 채식 급식’을 해산물과 달걀, 유제품까지 먹는 페스코 형태로 운영한다. 전북 채식 시범학교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채식의 날 운영에 만족한다’는 항목에 학생 86.3%, 학부모 97.5%, 교직원 99%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채식 급식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성장기 학생들이 고기를 먹지 않으면 영향에 불균형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학부모들의 우려와 축산업계의 반발이다. 축산업계에서는 유럽(EU)·미국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비교적 균형 있는 육류소비를 한다며 교육당국의 채식 확대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다. 

이에 관해 이 대표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1970년대에 채식과 육식에 관한 영양 논쟁이 끝났다”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선 채식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청소년기에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채식으로 충분히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단백질을 예로 들면 콩이 100그램(g)당 34g의 단백질을 포함하는 반면 소고기는 21g에 불과하며, 동물성 단백질은 많은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공육에 문제가 많은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5년 소시지와 햄, 베이컨 같은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시판되는 가공육에는 사람들의 식욕을 자극하기 위해 붉은색을 만드는 '아질산나트륨'이 들어가는데, 이것이 동물성 단백질인 '아민'과 만나면 '니트로사민'이라는 1군 발암물질이 생성된다. 같은 1군 발암물질에는 담배와 석면, 플루토늄 등이 있다. 

이 대표는 “이제는 단백질 부족이 아닌 단백질 과잉을 걱정해야 한다”며 “단백질 이외에 칼슘과 철분도 녹황색채소와 곡물, 해조류, 견과류에 다 들어있어 채식 급식을 하더라도 영양적으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 우유와 달걀도 살충제 오염 등 건강상의 위협과 지구온난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완전 채식인 비건을 학교 급식에서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다양한 종류의 채식을 설명하는 그림. 완전 채식(비건)에서 세미 채식까지 선택의 범위가 넓다. ⓒ 서울시교육청

첨가물·조미료 익숙한 학생들 ‘맛없다’ 반응도 

이 대표는 채식 급식 현장에 다니면서 학생들의 반응을 살폈다고 한다. 채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들은 ‘건강에 좋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피부가 좋아지고 여드름이 많이 사라졌다’ 등의 얘기를 했다. 반면 채식을 부정적으로 보는 학생들은 ‘맛이 없다’ ‘고기를 먹고 싶은데 의무적으로 채식을 하는 것에 불만이 있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맛이 없다는 평가에 관해 “각종 첨가물과 조미료에 길들여진 학생들이 입맛의 순수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앞으로 채식 급식이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왜 채식이 왜 필요하고 어떤 이익이 있으며 내 몸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광주와 전남은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채식 급식이 이뤄졌는데,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육과 홍보가 잘 이뤄져 현장의 반응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 울산시교육청이 ‘고기 없는 월요일’과 ‘월 1회 채식의 날’을 통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채식 급식. ⓒ KBS

“하루아침에 채식주의자가 된다는 것이 아니고 단계적으로 채식 급식 선택제와 같은 방향을 통해 학교 급식을 바꿔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대표는 앞으로 학교 급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우유나 달걀도 배제한 완전 채식, 즉 비건을 도입할 것, 둘째, 채식의 필요성과 환경·건강상의 영향을 사전에 충분히 교육할 것, 셋째, 학교가 ‘채식 위주의 사회’로 넘어가는 디딤돌이 될 것 등이다. 그는 호주·뉴질랜드가 학생·군인 외에 교도소에도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고, 포르투갈은 공공급식에서 채식 선택권을 2017년 법으로 보장했다는 것을 소개하기도 했다. 

대학 때 외롭게 채식 선택, 영양학 서적 70~80권 독파

“대학생 때 회식을 하는데 고기를 먹는 게 갑자기 부담스러워졌어요. 고기가 어떻게 우리 식탁 위에 올라오는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어떤 동물을 먹거리로만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 심적인 부담이 작용한 것 같아요. 그 후 채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던 것 같아요.”

소나 돼지를 도축하는 장면을 직접 본 것도 아니고, 관련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본 것도 아닌데, 채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대학 시절 갑자기 들었다고 한다. 이후 이 대표가 직면한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주변 사람들 모두 고기 먹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자신만 세상과 반대로 가고 있다는 심적인 압박감과 부담감이 컸다고 한다. 주위에 터놓고 얘기할 친구도 없고,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쉽게 자료를 찾아볼 수 있는 시절도 아니었다. 한창 먹어야 할 20대의 나이에 단백질과 칼슘, 철분과 같은 필수 영양소의 결핍에 관한 걱정도 들었다. 

그는 도서관으로 갔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었지만, 대학 3학년 때 두 달 동안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면서 영양학과 관련한 책을 70~80권 독파했다. 책을 읽다 보니 꼭 고기를 먹지 않아도 단백질‧필수아미노산‧칼슘‧철분 같은 필수 성분은 식물성 식품을 통해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대표는 “매년 종합 검진을 받고 있는데, 신체 나이가 또래보다 10~15년 이상 젊게 나온다”고 말했다.

   
▲ 대학 3학년 이후 30여 년간 채식주의자로 살면서 학교 채식급식 운동 등에 앞장서고 있는 이원복 대표. 건강검진을 하면 신체나이가 또래보다 10~15년 젊게 나온다고 한다. ⓒ 이원복 제공

그는 개인적으로 건강을 위해, 그리고 지구적으로 기후위기 예방을 위해, 채식의 필요성이 더 널리 인식되고 더 많은 사람이 실천에 나서기를 희망했다. 

“지금까지 육식이 가져온 사회적 병폐가 너무나 많았고, 더는 그냥 지켜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거죠. 육식이 지구 전체에 미친 영향들을 우리가 더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편집 : 이성현 PD

[김주원 기자]
단비뉴스 지역사회부, 유튜브브랜딩팀 김주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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