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

“청년들이 가상화폐 투기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 나라가 거대한 ‘가상 카지노’가 된 것처럼 보입니다.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돈을 불려 나가는 손님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카지노 주인 배만 불려주는 모습과 같아요. 가상자산도 마찬가지로, 돈을 버는 청년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는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정도로 돈을 잃고 있습니다.” 

정의당의 청년 조직인 청년정의당을 이끄는 강민진(26) 대표의 말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체벌과 두발·복장 규제 등 폭력적 학교 분위기에 반발해 자퇴한 뒤 청소년인권운동에 앞장서 온 그는 2019년 정의당 청년대변인을 거쳐 지난 3월 청년정의당 대표로 뽑혔다. 검정고시 등으로 공부를 이어가면서 ‘18세 참정권 확보’와 학생인권법 제정 운동 등을 이끌어 온 그는 최근 청년정의당 대표로서 청년 일자리와 노동안전, 기후위기 대응 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월 12일 서울 여의도동 정의당사에서 강 대표를 만나고, 지난달 30일 문자로 추가 인터뷰했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코인 투기판 방치한 정부 

강 대표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자산) 투기의 배경에 불안정한 일자리와 노동소득 하락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들이 노동소득만으로 자산을 형성하거나 집을 구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며 “취업도 어려워진 현실에서 가상화폐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산마저 다 던져버리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노동소득으로도 충분히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사회였다면 지금처럼 가상자산 투기현상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서울 여의도동 정의당사에서 <단비뉴스>와 인터뷰하는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 강훈

그는 최근의 가상자산 광풍에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가상자산 투기현상은 이미 2017년에 한 번 있었는데, 그때 규제 정책을 제대로 내놓지 않고 문제를 방치한 잘못이 지금의 2차 가상자산 투기과열 현상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을 방치한 것에 관해 청년들에게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적절한 규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가상자산 시장규모에 관한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국내 채굴을 규제할 것, 거래량 조작 방지를 위해 실시간 감시를 할 것, 가상자산 관련 방송광고를 금지할 것 등을 제안했다. 그는 무엇보다 청년들이 가상자산 투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산 형성과 주택 마련을 할 수 있도록 노동소득 수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하청노동과 ‘위험의 외주화’ 심각

“코로나19가 청년 취업률이나 일자리 상황을 급격하게 나빠지게 한 것은 맞지만, 이전부터도 청년들의 이 취업 문제가 계속 이어져 왔었던 거죠. 이제 두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첫 번째는 비정규직 문제고 두 번째는 하청 문제입니다.”

강 대표는 청년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가 취업인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규직 중심 노동시장이 비정규직 위주로 바뀌면서 현재 20대 청년은 대부분 비정규직, 하청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과 ‘위험의 외주화(비정규직 등 취약한 노동자에게 위험한 일을 전가하는 것) 금지’를 약속해 기대감이 생겼지만 두 약속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비정규직은 더 늘어났고,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은 각종 예외 조항으로 누더기가 됐다”고 비판했다. 

▲ 지난 5월 11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산재사망 이선호 노동자 추모집회에서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 오른쪽은 송명숙 청년진보당 대표. Ⓒ 강훈

통계청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2017년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32.9%였으나,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에는 36.4%로 증가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이 적용 대상에서 벗어났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간 법 적용이 유예돼, 노동자 보호 취지가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강 대표는 “청년들이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에 김용균, 이선호 노동자처럼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청년들이 나온다”며 “97년 외환위기 이후 지속된 불안정 노동과 외주화 노동에 민주당 정권은 제동을 걸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청년을 대상화하는 ‘나쁜 정치’는 그만 

강 대표는 지난 4·7 재보궐 선거 결과를 두고 기성세대가 ‘이남자(20대 남자) 현상’이라고 부르며 젠더 갈등, 즉 남녀 대결 양상으로 해석하는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마치 여성 정책 때문에 20대 남성들이 결집한 것처럼 말하는데, 이런 분석은 굉장히 비생산적이고 건강하지 못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기성세대가 청년을 다양한 생각과 인격을 가진 존재로 보지 않고 특정 성향만으로 규정하는 ‘대상화’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기성세대가 청년들을 ‘다른 존재’로 규정하며 청년의 문제의식에 공감하지 못하는 ‘타자화’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으로 사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동·일자리·주거 이런 전반적 문제들을 해결해야 20대 남녀 모두의 삶이 나아진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인이 여성을 위한 정책을 폐지함으로써 20대 남성들의 삶의 질을 높이자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데, 이는 ‘나쁜 정치’라고 일갈했다.

강 대표는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남성 위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여성혐오 시각을 제도권 정치 의제로 올려놓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여성할당제가 남성을 역차별하는 제도라고 지적하고, 페미니즘이 오히려 젠더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와 관련, “과거 수구세력이 종북몰이하면서 ‘나라를 지키려면 보수세력이 정권을 잡아야 한다’고 선동한 것과 유사하다”며 “여성과 페미니즘이라는 허구의 적을 상정해서 청년들을 선동하고, 여론을 활용해서 본인이 주목받기 위한 ‘정치 장사’와 다름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 강민진 대표가 지난 5월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강남역 살인사건 5주기 추모글. 국민의힘이 보여주고 있는 ‘성평등 역주행’을 비판했다. ⓒ 강민진 페이스북

그는 지난달 26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에서 “여성이라고 꽃처럼 대접받기를 원하면 항상 여성은 장식이 될 수밖에 없다”며 “페미(페미니스트 혹은 페미니즘)라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고 한 것에 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추 전 장관이 모든 페미니즘 운동을 싸잡아 폄훼했다”고 말했다. 페미니즘이 성별에 따른 차별과 폭력을 없애기 위한 운동인데도 사회적으로 온갖 조롱과 낙인찍기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 전 장관이 정치 지도자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추 전 장관이 사과는커녕 비판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정치지도자로서, ‘페미’라는 조롱에도 불구하고 성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는 청년들을 응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극복, 불평등 해소, 다양성 존중이 과제 

강 대표는 새로운 진보정치의 최우선 과제로 ‘기후위기 극복, 불평등 해소, 다양성 존중’을 꼽았다. 특히 기후위기 극복이 제1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미래세대만 겪을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기후위기 극복은 개인의 실천 수준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닌, 전반적인 사회구조를 고쳐야 하는 문제”라며 “기후위기 극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평등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석탄발전소 노동자처럼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도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 5월 30일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환경단체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주최한 ‘P4G서울정상회의 대응행동’에 참석한 강민진 대표. 발언하는 장혜영 국회의원 옆에서 녹색 머리띠를 하고 손팻말을 들고 있다. Ⓒ 고성욱

그는 또 차별금지법(성별, 장애,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과 손실보상법(소상공인 등의 코로나19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을 지적하며 ‘진보’를 표방하는 집권당을 비판했다. 그는 “이게 민주당이 말하는 사회적 약자와 서민을 위한 진보 정치라면, 민주당은 진보를 참칭하고 있는 기득권 세력”이라며 “거대양당 기득권에 맞서 소수자와 서민을 위하는 새로운 진보정치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손실보상법은 '소급적용' 규정 없이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강 대표가 이끄는 청년정의당은 지난 3월 정의당의 ‘당내 당’으로 만들어진 청년 조직으로, 독일 기독민주당의 청년 조직 ‘영유니온(Die Junge Union Deutschlands)’처럼 정당 안에서 독립적 정치활동을 보장받는다. 일반적인 정당 내 청년위원회가 당의 위계서열에 따라 일종의 부서처럼 움직이는 반면, 청년정의당은 당원들 스스로 활동을 계획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한다. 강 대표는 “청년정의당의 목소리를 중앙당이 반영해준다는 개념이 아니라 청년정의당이 중앙당과 함께 정의당의 목소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만 25세, 대통령 만 40세 이상으로 규정된 피선거권을 ‘선거권과 동일한 연령(만18세 이상)’으로 통일하자고 주장하는 그는 공직선거 출마 계획을 묻자 “총선은 아직 너무 멀고 지방선거(내년 6월)는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편집 : 이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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