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비상구’ 서평공모전] 가작 수상작

38년의 교직 생활을 마감하면서 돌아보면, 교육자로 보람 있었던 성과는 학교숲가꾸기 사업으로 교정을 녹색정원으로 만든 것, 환경교육에 힘써 쓰레기양을 반 이하로 줄여 쾌적한 환경으로 탈바꿈시킨 일이다. 경기도청에서 실사를 나온 공무원이 ‘퇴임 이후에도 계속 실행되도록 인계를 잘하라’고 권유한 말이 귓가에 남는다.

지난 총선거에서 사용한 비닐장갑이 63빌딩 7개 높이, 투표용지가 원목 23만 그루 분량이라는 통계에 기절할 뻔했다. 지구촌이 코로나19로 신음하는 가운데, 미세먼지는 평년보다 훨씬 줄어서 연일 청량한 하늘을 볼 수 있으니 과연 인간이 지구의 유일한 주인인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든다. 환경문제를 이론이 아닌 조사와 체험 위주로 쓴 <마지막 비상구>를 읽고 나니, 새삼 교육자로서 실천해 온 환경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38년 교직 떠나는 ‘환경지킴이’의 깨달음 

이 책의 1부 ‘비상경보, 위험한 에너지의 역습’에는 환경오염의 위험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먼저 원전과 석탄발전소로 일상이 무너진 현실을 잘 보여준다. 핵발전소 부근에서 평생 ‘물질’로 먹고살다가 하나둘씩 암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나는 해녀 할머니들의 모습은 우리를 섬뜩하게 한다. 원전 인근 여고생의 몸에서 방사성물질 삼중수소가 검출되니, ‘원전 가까이 산 게 죄’라고 가슴을 치는 어머니의 절규에 가슴이 저미어 온다. 국가의 의무는 과연 무엇인가.

원자력발전소 작업장에서 사용한 도구와 직원이 입었던 작업복, 그리고 사용후핵연료 등 모든 핵폐기물은 드럼에 넣고 완전히 밀봉하여 보관해야 한다. 10만 년이 지나야 방사능이 사라지니 원전은 ‘화장실 없는 맨션’을 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삼천포화력발전소와 하동화력발전소 인근에서 폐암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여기서 생성된 미세먼지 때문이다. 한반도를 뒤덮는 미세먼지의 주범 중 하나가 화력발전이라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석탄발전소 인근, 물 좋고 공기 맑았던 동네의 생계수단인 조개, 게가 탄가루 범벅이 되고 주민들이 어느 때부터인가 폐질환으로 숨져가니 금수강산이라는 말은 이제 폐품창고에 들어가야 한다.

2부 ‘찬핵 세력의 거짓말’에서는 한국이 ‘위험한 에너지’ 곧 원전과 석탄에 매몰된 원인과 과정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은 백성들의 환심을 사려고 저렴한 전기요금 정책을 폈다. 이를 위해 원자력이 절대 필요하였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전소를 건설하여 원전 대국이 되었다. 원전에는 반드시 냉각수가 필요하기에 강이나 해안가에 지어야 한다. 냉각수는 원전에서 나와 강이나 바다로 들어간다. 온도가 높아지고 방사성물질도 섞이니, 인근 강과 바다에서 기형 물고기가 발견되곤 한다.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인적이 드문 산골 마을에 도깨비같은 송전탑을 세웠다. 역시 암환자가 증가한다. 이렇게 아무 힘없는 민초들의 삶을 황폐화하니, 이를 ‘에너지 비민주주의’라 정의한다. 핵폐기물 비용뿐만 아니라 원전은 보통 30~40년 후면 폐로(廢爐)를 해야 하는데, 기간이 수십 년 걸리고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 폐로 비용 등을 감안하면, 원전의 생산단가는 재생에너지나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보다 훨씬 비싸다.

한아름 선물 받고, ‘원전 안전’ 글 써서 수상도 

7년 전 학생들을 인솔하여 고리원자력발전소로 체험학습을 갔다. 내부 촬영은 할 수 없었고 시설을 두루 관람하였다. 장황한 설명에 ‘원전은 안전하고 저비용’이라고 반복해서 해설하였다. 대접도 융숭했고 귀가 시 선물도 한아름 안겨주었으며, 돌아와 학생이 원전 안전성에 대한 글을 써서 상도 받았다. <마지막 비상구>에서 이유를 알았다. 핵폐기물 문제와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한 유출 사고는 은폐하고, ‘싸고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홍보한다는 사실을. 여론조사에서 ‘원전이 안전하니 건설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이유도. 원전은 사실을 감추는 일종의 쇼를 하고 있었고, 거기에 학생들과 함께 이용을 당했다 할 수 있다.

▲ 부산광역시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 ⓒ KBS

책 3부 ‘에너지 대전환은 가능하다’에서는 명쾌하게 대안을 제시한다. 불과 40년 만에 초고속 산업화를 이루었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달러를 넘었으니 이제 환경문제를 최우선으로 다뤄야 한다. ‘위험한 에너지’에서 탈피하여 ‘안전한 에너지’ 시대를 열어가자. 과감한 탈원전을 바탕으로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원전 선진국 프랑스에 수출하는 독일을 본보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대안은 재생에너지이니, 태양광·태양열·풍력·바이오매스·지열 등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생산하자. 우리나라는 아파트가 많고, 연중 맑은 날도 10개월 이상이다. 아파트 옥상마다 태양광을 설치하면 대단히 효율적일 것이다. 우리나라 태양광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태양광 솔루션 기업 <한화큐셀>이 2019년 미국 주택용 태양광 모듈 시장과 상업용 모듈 시장 모두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는 소식이다. 기술을 국내에서도 발휘하게 해야 한다.

중요한 수요관리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이 워낙 싸니 에너지 낭비가 지나치다. 경제 규모 12위, 무역량 9위에,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7위다. 삶의 질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이 환경이다.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위험한 에너지에서 탈피하여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에너지를 소비하는 곳에서 그만큼 생산도 하는 제도를 추진해야 한다. 나는 이것을 ‘책임에너지제도’로 부르고 싶다. 전기 할인 특혜를 받는 대기업들,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남 탓 말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서두를 때   

미세먼지, 중국 탓만 하지 말자. 2015년 합의된 파리기후협약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지난 3월 13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을 하는 청소년들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책임을 다하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원전해체연구소를 준공하여 영구 정지된 원자력발전소를 안전하게 해체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베드·인력양성 기능을 수행한다고 한다. 이렇게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 탈원전을 실현하여 ‘금수강산’의 원래 모습을 회복하자.

진정한 주인은 주변인, 하인을 괴롭히지 않는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주인 정신’은 주변과 상생하는 진정한 주인을 말한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면 환경과 공존해야 한다. <마지막 비상구>가 주는 교훈이자 경고다. 오랜만에 다소 무겁지만 피부에 와닿는 독서를 하였다. <마지막 비상구>를 위해 애쓴, 유능한 대학원생 기자들에게 힘찬 격려와 박수를 보낸다.

(*원 제목: 책임에너지제도로 금수강산을 회복하자)


편집 : 박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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