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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시민이 홍콩의 동지들에게
[단비발언대]
2019년 12월 22일 (일) 18:35:31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gmail.com
   
▲ 이나경 기자

“민주화운동을 하던 이들이 변절한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한 방송토크쇼에서 이런 질문을 받은 유시민 작가는 “민주화가 성공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우리는 한때 열렬히 민주주의를 부르짖던 이들이 수구세력의 전위대가 된 걸 드물지 않게 목격한다. 유 작가의 해석에 따르면 ‘성공’이라는 결과에 집착했던 그들은 민주화가 쉽게 오지 않을 것 같자 다른 길로 가버렸다는 얘기다.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을 촛불로 끌어내린 대한민국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홍콩의 민주화 시위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성공이 까마득해 보여도 희망을 잃지 말고 나아가라’는 것이다. 특히 시민의 손으로 지도자(행정장관)를 뽑는 ‘직선제’를 절대 포기하지 말고 쟁취하라고 말하고 싶다. 대한민국 시민들이 촛불이라는 평화적 수단으로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헌법이 받쳐주는 대통령 직선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이기에 국민을 배신했을 때 탄핵할 수 있었다.

동시에 우리가 이런 수준의 민주주의를 이루기까지, ‘1보 후퇴와 2보 전진’이 반복됐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수많은 이들이 피를 흘리며 독재에 맞섰지만 시민의 승리는 곧장 오지 않았다. 1960년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무너졌으나 군사 쿠데타로 박정희 정권이 들어섰다. 1979년 10.26 총격으로 박정희가 숨지고 잠깐 ‘서울의 봄’이 찾아왔지만 전두환 신군부가 광주항쟁을 총칼로 누르고 정권을 잡았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달성했지만 다음 대선에서 이긴 것은 허무하게도 ‘전두환의 친구’인 노태우였다. 그래도 그때 직선제를 쟁취했기에 여러 번 선거를 거치면서 다시는 독재로 돌아갈 수 없는 민주 체제를 정착시킬 수 있었다.

   
▲ 홍콩 시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7개월째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 Flickr

홍콩 시민들도 당장 원하는 결과를 다 얻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가야할 길을 가고 있다는 믿음을 붙잡고 계속 싸워야 한다. 2014년 홍콩 시민들은 친중파 중심의 선거위원회에서 추천한 후보자 중 행정장관을 뽑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우산 혁명’ 시위를 벌였다. 당시 세계가 주목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진 못했다. 2017년 행정장관 선출은 간접선거로 이뤄졌고, 중국을 등에 업은 캐리 람이 정권을 잡았다. 2019년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송환법)’ 폐기를 요구하며 시작한 시위는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홍콩 사람을 중국으로 압송할 수 있었던 송환법이 결국 폐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요구한 5개항 중 직선제 도입, 체포자 석방 등 나머지 4개를 당국이 외면했기 때문에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갈수록 거칠어지는 홍콩 경찰의 폭력적 시위 진압은 나의 부모세대가 민주화 운동을 하며 겪은 고통과 상처를 떠올리게 한다. 비무장 청년에게 총을 쏘고 임신한 여성을 폭행하는 잔인한 장면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캐리 람 장관에게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는 뉴스와 겹치며 불길한 상상을 자극한다. 반면 지난달 24일 구의회 선거에서 야당인 범민주 진영이 친중·친정부 세력에 압승을 거둔 사건은 희망의 불씨로 보인다. 미국 의회가 홍콩 인권민주주의법안을 통과시키며 ‘민주주의 후퇴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것도 홍콩인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 주고 있다.

무엇보다 인류 역사가 인권과 민주주의 확대 방향으로 전진해 왔다는 것을 홍콩의 동지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홍콩 시민들이 긴 싸움을 벌이는 동안 나를 포함한 이웃의 촛불 시민은 ‘관심’이라는 연대를 보여줄 것이다. 40여 년 전 국내에선 보도할 수 없었던 광주민주항쟁을 독일 TV가 세계에 알린 것처럼, 우리는 홍콩 민주화의 목격자, 증인이자 지지 세력이 되어 줄 것이다.


편집 : 홍석희 기자

[이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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