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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야 낫는데 갈 집이 없어요”
[홈리스를 홈으로] ② 비적정한 ‘비적정 주거 대책’
2019년 10월 18일 (금) 11:12:54 최유진 기자 gksmf2333@gmail.com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이맘때쯤이면 밤이 더 두렵고 긴 사람들이 있다. 거리에서 밤을 지새는 홈리스(homeless)들이다. 집은 단순히 잠자고 머무는 공간만이 아니라 ‘휴식 공간’이다. 홈리스는 잠 잘 곳이 없으니 당연히 쉴 수 있는 공간도 없다. ‘비적정 주거’는 사회구조적 문제이며, 국가가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거리를 떠도는 홈리스의 실태와 그들을 위한 정책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홈리스를 홈으로’ 기획을 세 차례로 나눠 싣는다. (편집자)

“집에서 잤으면 이런 일도 없었겠죠. 다리 다친 지는 6개월쯤 됐어요. 여기(서울역 거리에) 살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생겨요. 자다가 공사장 못뽑이 쇠지렛대로 다리를 맞았다니까요. (때린 사람이) 정신이 온전치 않은 것 같아서, 뭐 보상이랄 것도 못 받고… 그래도 머리 안 맞은 게 다행이다 하면서 마음 삭이고 그렇게 지냈어요.”

   
▲ 서울역 근처에서 지내는 홈리스 김형수(가명∙54) 씨는 6개월 전쯤 거리에서 자다가 지나가던 사람에게 못뽑이 쇠지렛대로 다리를 맞았다. © 최유진

지난 8일 지하철 서울역 2번 출구 앞에서 만난 홈리스 김형수(가명∙54) 씨는 오른쪽 다리를 계속 주무르고 있었다. 인대 파열로 수술한 자리가 쑤시고 아파서다. 집에서 제대로 재활과 휴식을 해야 좋아질 텐데, 갈 집이 없어 치료와 요양이 쉽지 않다. 여섯 달 전쯤 그는 길에서 자다가 느닷없이 날아온 공사장 못뽑이 쇠지렛대에 다리를 맞았다. 김 씨는 “수술비가 128만 원 나왔다”며 “센터 같은 데서 안 도와줬으면 수술도 못 받을 뻔했다”고 말했다.

“원래 집은 신당동에 있고 축구클럽 회장까지 했다니까요. 단란주점을 했는데 손님이 그렇게 없어질 줄 난들 알았겠어요? 몸도 성치 않고 돈도 없고 집사람 성가시게 하기 싫어서 나왔는데, 이런 일을 겪네요.”

김 씨는 지난해 봄 집을 나온 뒤로 계속 서울역 광장에 머물렀다. 그는 “서울역이 다들 어디로 바쁘게 갈 데가 있는 사람들이 오가는 데라 서글플 때가 많다”며 “그럴 때는 집 생각이 간절한데 돌아갈 수가 없다”고 했다.

“집에 돌아가면 좋겠죠. 집사람이 해주는 밥 먹고 편하게 자면 좋죠. 여기 있는 사람이 다 그러고 싶죠. 근데 다리도 낫고 뭐라도 해야 가보기라도 할 건데, 아직은…….”

그는 “요즘엔 날이 추워서 (다시서기종합지원) 센터에 가서 잔다”며 “일주일에 사흘 정도 센터서 자는데, 아직도 매일 밤 거리에서 자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응급잠자리가 충분치 않은 데다 자리가 있어 들어가도 편치가 않아 다시 나온다는 것이다.

부족한 시설, 부실한 ‘응급잠자리’

정부가 2016년 조사한 전국 노숙인 11,340명 가운데 거리 노숙인은 1,522명이다. 최근 자료는 없어 지금 노숙인 숫자는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는 것이 정부 노숙인 대책의 현주소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년 노숙인 등의 복지사업 안내’ 자료에 따르면 노숙인에게 응급 잠자리를 제공하는 노숙인 종합지원센터는 전국에서 10곳에 지나지 않는다. 그 마저도 서울 2곳, 부산 2곳, 대구 1곳, 대전 1곳, 경기 3곳, 제주 1곳 등 대도시나 인구밀집지역 6곳에만 설치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실제 거리노숙인은 서울, 경기, 대구 등 대도시 중심으로 집단 상주한다”고만 밝혀 놓고 이들 시설의 수용규모 등에 관한 상세자료는 없다. 거리에서 잠을 자는 노숙인들조차 ‘수도권’이 아닌 지역은 차별을 받고 있다. 대신 서울시가 다른 지역에서 들어오는 노숙인까지 고려해 겨울철 응급잠자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만, 이것도 수용규모가 작고 시설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 서울시가 2017년 겨울철 노숙인∙취약계층 특별보호대책을 추진하면서 발표한 종합지원센터와 일시 보호시설, 고시원 등을 활용해 마련한 1226명 응급잠자리 목록. ⓒ 서울시

서울시는 작년 11월부터 올 3월 15일까지 거리상담반 91명을 배치해 동사 예방을 위한 응급잠자리를 하루 평균 740개 제공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스스로 밝힌 응급잠자리 최대수용인원 1,226명에는 미치지 못한다. 상당수 노숙인은 추운 겨울에 거리나 지하도서 밤을 세웠다는 뜻이다. 최대 수용 규모라는 것이 노숙인들이 쪽잠을 잘 경우를 상정한 숫자인지 수용시설에 문제가 있기 때문인지, 노숙인들 상당수는 응급잠자리를 이용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시는 응급 잠자리 시설 자체가 한참 부족한 실정이다. 부산시가 마련한 응급잠자리는 단 한 곳뿐인데 입소정원이 60명밖에 안 된다. 부산시 전체 노숙인 숫자는 파악조차 안 돼 있지만, 2017년 부산시 자료에 따르면 부산역 일대 노숙인만도 87명이었다. 이들조차 다 수용할 수 없는 것이 부산시 노숙인 대책의 실상이다.

수용 규모 자체가 부족한 데다 그나마 있는 응급잠자리도 내부 시설이나 관리에 문제가 많다. 보건복지부가 2016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노숙인이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단체생활과 규칙 때문에”(31.2%) “실내 공간이 답답해서”(21.1%) 등이 지적됐다. 서울시는 최근 여성전용 응급보호시설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지만, 대다수 지자체는 응급잠자리 내 여성용이 있는지조차 공시하지 않는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여성용 응급잠자리도 여성 노숙인들이 들어가기를 꺼린다. 일부 시설은 한 시설에 남녀 응급잠자리가 같이 있어 성희롱 등의 위험이 있어 여성 노숙인들이 들어가지 않는다.

질병관리본부가 조사한 ‘전국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의 한랭 질환자 실시간 신고자료’ (2014.12~2015.2)에 따르면, 노숙인이 전체 한랭 질환자의 12%를 차지한다. 지난해 1월에는 텐트 생활을 하던 노숙인이 동사하는 사고도 있었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노숙인들의 동상 등 한랭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응급잠자리가 필수인데 지자체나 정부의 관심과 대책은 없고, 있어도 대피소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 서울시가 마련한 서울역 응급대피소 내부 모습. 추위와 비바람만 피할 수 있게 만든 임시 대피시설이라 노숙인들의 이용도가 높지 않다. ⓒ 서울시

유엔 특보가 눈물 흘린 한국의 ‘비적정 주거’ 실태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인간으로서 존엄한 삶을 위협하는, 사람이 살아서는 안 되는 거처를 포괄적으로 비적정 주거라 정의하고, 우리 사회가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최대한 빠르게 이주 또는 주거환경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지난 4월 ‘유엔 적정주거 특별보고관 권고안 이행을 위한 토론회’ 현장. ⓒ 이용득 의원실

지난 4월 29일 서울에서 열린 ‘유엔 적정 주거 특별보고관 권고안 이행을 위한 토론회’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비적정 주거 대책으로 ‘홈리스에 대한 정의 확대와 지원 강화’를 제시했다. 지난 3월 제40차 UN 인권이사회에서 채택한 <레일라니 파르하 UN 특보 보고서>에 따라 한국의 주거 문제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동현 홈리스 행동 상임활동가는 "노숙인복지법을 개정해 노숙인보다 포괄적 개념의 '홈리스'를 법 대상으로 삼고 비적정 주거에 대한 최저 주거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작년 5월 한국을 방문한 레일라니 파르하 UN 특별보고관은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서울역 홈리스를 만나고, 동자동 쪽방, 서울역 고시원, 홈리스 자활시설 등을 살펴본 뒤 우리 정부에 홈리스 대책 마련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그는 "고시원에서 죽어가는 사람 등 한국 주거권 상황을 살펴본 뒤 어떻게 해야 한국 정부를 움직일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했다"며 눈물까지 보였다.

‘홈리스는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구성되는 가족과 사회적 관계, 노동에 필요한 휴식, 안전 보장 등의 재생산 영역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회가 이들을 위해 무엇을 구비해야 할지를 직접 표현한다.’

이 문구는 <유엔 적정 주거 특별보고관 권고안 이행을 위한 토론회 자료집>이 제시한 ‘홈리스’ 개념이자 대책의 핵심이다. 유엔 보고관은 한국의 ‘주거 기본법’이 국제인권기준을 적절히 반영했다고 평가했지만, 그가 내놓은 권고안은 한국 정부의 정책이 주거복지 측면에서 국제 지침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의 통계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고, 그런 이들을 구제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 유엔 주거권 보고관이 제시한 ‘인권에 기반한 주거전략의 10대 원칙’. ⓒ <국회 토론회 자료집>

근본적 장기적 대책은 거의 없는 상태

이런 지적처럼 노숙인을 장기적, 안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대책은 거의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란 점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주거취약계층주거지원사업’을 통해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 도시근로자가구 월평균소득의 50% 미만이면서 쪽방, 고시원, 비닐하우스 등에 3개월 이상 거주하거나, 아동을 양육하는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등이 대상이다. 2017년부터는 보증금도 50만 원으로 낮췄다. 그런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으로 2007~2018년까지 공급한 공공임대주택은 9천여 호다. 그러나 주택이 아닌 거처에 사는 가구 수가 37만 가구(2016년 기준)란 현실에 대비해보면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서울시는 올해 노숙인 100호, 장애인 60호, 노인 40호, 정신질환자 16호 등 취약계층 ‘지원주택’을 공급한다. 2022년까지 매년 200호씩 추가해 4년간 지원주택 총 816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시설보호가 위주인 주거 취약계층이 독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모델의 공공임대주택을 준비하고 있다.

   
▲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으로 2007~2018년까지 공급된 공공임대주택은 9천여 호로, 비주택 거주 37만 가구에 견주어 매우 부족하다. ⓒ <국회 토론 자료집>

서울시 지원주택 시범운영 눈여겨 볼만

지원주택은 원룸이나 다세대주택 형태로 공급되며, 최장 20년까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 시세 30% 수준 임대료로, 월 임대료와 보증금 비율은 입주자 특성을 감안해 조정한다. 서울시는 사업 본격화에 앞서 지난 2년간 50호를 공급하는 시범사업을 벌였다. 지난달 10일 노숙인 대상 지원주택 입주자 모집이 끝났다. 자격조사를 거쳐 11월 24일 입주자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강동구 한 지원주택에서 만난 서울시립 비전트레이닝센터 윤치상 사회복지사는 지원주택 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존 주택 임대 프로그램의 한계를 보완하려고 ‘지원주택’이란 모델을 가져왔습니다. 주거 지원에 추가로 다양한 서비스 연계를 접목한 모델이라고 보면 되죠. 노숙인 중에서 알코올 중독과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됩니다. 이전 사회복지 모델은, 개인이 지역사회로 들어갈 조건을 완벽히 갖춰야 집이 주잖아요. 예를 들면, 질환을 가진 사람은 질환을 다 극복해야 하고, 사회 나가서 살려면 고정적인 수입도 필요하니 일자리를 얻어야 하고… 자기 수입 일부를 꾸준히 저축해야 하고, 금전 관리를 할 줄 아는 사람에게 주택을 제공하는 겁니다. 그냥 집만 준다고 해서 나가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죠. 그래서 주거 문제와 서비스 문제가 같이 결합한 지원주택이란 모델을 채택해서 시범적으로 운영해봤습니다.”

윤치상 복지사는 “(지원주택으로) 지역사회 정착률은 굉장히 많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알코올 중독 문제가 있는 노숙인이 지역사회 어느 한 곳에 1년 이상 거주하는 경우도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면서 “시범사업 하는 동안 2년 이상 유지한 비율이 30% 이상 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지원주택은 현재로서 최선이라고 생각됩니다.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죠. 노숙인들이 병원에 장기입원 하지 않고, 시설에 입소하지 않으면 비용 절감이 큽니다. 개인이 지역사회로 들어와서, 자기 질환을 관리한다는 것은 엄청난 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겁니다.”

   
▲ 강동구의 한 지원주택 외부. 일반적인 원룸 건물에서 ‘지원주택’이 시범 운영됐다. ⓒ 최유진

종교계노숙인지원민관협력네트워크 강민수 간사는 “열악한 주거상황에 처한 이들은 저마다 사연이 다양해서 명확히 규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개인의 잘못으로 거리에서 살게 됐다 하더라도 죽어가는 이가 있다면 살리는 게 우선 아닐까”라고 말했다. 강 간사는 “쪽방이나 고시원은 오히려 답답해서 거리에 사는 분들도 있다”며 “그런 분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희망을 품도록 하는 게 바로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집’”이라고 강조했다. 바뀔 것 같지 않을 거라 생각한 사람들도 집다운 집이 생기니까 그걸 지키기 위해서 바뀌더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근본적인 대책과 프로그램은 서울시만 추진하고 있는 데다 그나마 시범사업 수준에서 극히 일부 노숙인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더 적극적으로 전체 노숙인들을 위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비적정 주거 문제’ 해결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편집 : 윤재영 PD

[최유진 기자]
단비뉴스 편집국장, TV뉴스부, 지역농촌부, 기획탐사팀 최유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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