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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숙인은 왜 화장하고 담배 필까
[홈리스를 홈으로] ① 거리를 떠도는 그녀들
2019년 10월 14일 (월) 12:19:48 최유진 기자 gksmf2333@gmail.com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이맘때쯤이면 밤이 더 두렵고 긴 사람들이 있다. 거리에서 밤을 지새는 홈리스(homeless)들이다. 집은 단순히 잠자고 머무는 공간만이 아니라 ‘휴식 공간’이다. 홈리스는 잠 잘 곳이 없으니 당연히 쉴 수 있는 공간도 없다. ‘비적정 주거’는 사회구조적 문제이며, 국가가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거리를 떠도는 홈리스의 실태와 그들을 위한 정책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홈리스를 홈으로’ 기획을 세 차례로 나눠 싣는다. (편집자)

“저리 가세요! 내가 살벌해지지 않을 수가 없어.”

짙은 화장을 한 채 담배 연기를 내뿜던 노미숙(가명∙48) 씨가 버럭 화를 낸다. 옆에 앉은 한 남성 노숙인 때문이다. 담뱃재를 털면서 노 씨는 “난 나이 많아서 괜찮으니까 당신 걱정부터 하라”며 “곧장 집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등을 떠민다.

   
▲ 지난 8일 여성 홈리스 노미숙 씨는 지하철 서울역 13번 출구 ‘따스한 채움터’ 앞 거리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란히 앉아 그가 보는 거리 모습을 담았다. ⓒ 최유진

지난 8일 오후 3시 무렵 지하철 서울역 13번 출구 앞 거리에서 노 씨를 만났다. 하루 세끼를 무료로 먹을 수 있는 ‘따스한 채움터’가 있는 곳이다. 그는 일주일에 사나흘은 아침 7시부터 종일 급식소 근처에서 지낸다. 배식시간이 되면 밥을 먹고 셔터를 내린 가게 앞이나 한적한 골목길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그는 “(급식소에) 가까이 있어야 사람 몰리기 전에 빨리 먹고 나온다”며 “날이 추워져서 낮에 볕 쬐고 (배식) 기다리는 것도 얼마 못한다”고 말했다.

   
▲ 서울역 인근 무료급식소 ‘따스한 채움터’ 입구에는 배식 일정과 이용자 준수∙조처사항이 게시돼 있다. 노 씨는 매주 사나흘은 이곳에 찾아와 하루 세끼를 먹는다. ⓒ 최유진

“여럿이 자는 데는 안 가”

“지금은 길에 있기 딱 좋지. 해가 참 좋다니까. 겨울은 정말 너무 싫어.”

노 씨는 겨울이 무섭다. 추운 날씨에 해가 일찍 저물어 벌벌 떨면서 긴 밤을 지새야 하는 탓이다. 날씨가 춥지 않은 여름에는 바깥에서도 잠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부터는 그냥 밤을 새는 것이지 잠을 잘 수가 없다. 옷을 껴입고 종이 포장박스로 냉기를 막아 보지만 살을 에며 파고드는 냉기를 피할 수 없다. 밤은 왜 그리 길기만 한지, 벌벌 떨며 이제 새벽이 됐겠지 하면 겨우 자정이 지났을 뿐이다.

남성 노숙인들은 추위를 피하려고 없는 돈으로 소주라도 한 병 사 마시고 잠이 들지만 그것도 잠시, 술기운이 떨어지면 잠이 깬다. 여성 노숙인은 그럴 수도 없어 해 지고 새벽까지 열 서너 시간을 추위와 싸우며 견뎌야 한다. 그렇게 밤을 새고 나면 온 몸이 망가진 듯 쑤시고 아프다. 노 씨는 “(겨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돈 없어서 찜질방 같은 곳도 가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겨울이 와도 차라리 떨며 밖에서 지내지 ‘응급 잠자리’는 가지 않을 거라고 고집한다. 노숙생활을 시작할 무렵 일시 보호시설을 찾았다가 불쾌한 일을 당해서다. 불쾌한 정도면 괜찮은데 위험한 곳이 많다.

“요 근처에 여자만 자는 방도 있고, 잘 수 있는 데는 꽤 있지. 근데 나는 여럿이 같이 자는 데는 안 가. 차라리 길에서 잘 거야. 여자 방에 갔더니 험한 꼴 안 당하려면 할머니랑 끌어안고 자래. 싫다고 홀에 있는 카우치(couch)에서 잤지. 근데 남자 셋이 돌아가면서 옆에 와서는 이상한 소리 내고… 그게 완전 성희롱이지.”

무슨 일을 당할지 알 수 없어 다시는 가지 않는다고 했다. 길거리나 지하도 등도 불안하긴 하지만 그나마 도망이나 칠 수 있어 한데서 자는 것이 편하다는 얘기다.

   
▲ 서울역 광장에 누워있는 남성 노숙인들. 노 씨는 이곳 광장에서 떼 지어 술 마시던 남성 노숙인들에게 거북한 농담을 들은 이후 다시는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 최유진

거리에서도 쉼터에서도 불안한 여성 노숙인

   
▲ 서울역 광장 한쪽에 서울특별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가 있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이 거리상담(아웃리치), 응급구호, 일시보호시설 연계 등을 지원한다. ⓒ 최유진

“여자들은 ‘다시서기센터’에 들어가기도 하는데… 한 네다섯 명? 남자에 비해서는 적지. 근데 나는 그냥 돈 생기면 찜질방이나 PC방으로 가. 애들이 많잖아. 일단 덜 무섭고....”

노 씨는 맞은 편에서 쳐다보는 남성 노숙인들 거동을 살피며 속삭였다.

“진하게 화장하고 담배도 피우면 (남자들이) 쉽게 못 보는 것 같아. 못 피우는 담배를 그래서 입에 물고 있는 거야. 조금 남은 돈으로 일주일에 한 번은 목욕탕 가서 씻고 화장을 하지.”

그는 “PC방도 이상한 사람 오긴 하는데 조용한 데 자리잡으면 잘 만하다”며 “이제 돈 좀 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담배를 피우다 말고 손을 털었다. 저녁 6시가 다가오자 ‘따스한 채움터’로 향했다. 그를 지켜보고 서있자 가라는 손짓을 계속했다.

“옷 넣을 봉지 하나도 사야 한다니…”

“친척 집이 멀긴 한데, 갔다 오긴 했어요. 계속 있기가 그러니까 그런 건데, 갈 곳이 있긴 있는 거죠. 여기 내가 왜 있냐면, 그냥 편하니까 있는 거예요. 나도 애도 있고, 학교도 다녔고 지금 잠깐 이렇게 된 거지. 친척 집에 가면 되는데, 여기가 편해요.”

   
▲ 서울교통공사는 철도안전법 제48조 ‘역 및 열차 내 노숙행위 금지’에 따라 역 안에 노숙인이 다른 시민에게 피해를 줄 경우 퇴거 명령을 내린다. ⓒ 최유진

젊은 남녀들이 쌍쌍이 손잡고 거리를 거닌다.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는 와중에 어디선가 드르륵 바퀴 끄는 소리가 요란하게 다가온다. 낡아 다 떨어진 캐리어와 빵빵한 비닐봉지를 이고 다가오는 한 여인이 있다. 사람들은 힐끗 눈길을 주고서 이내 분주히 제 갈 길을 간다. 일부는 눈살을 찌푸리며 대놓고 외면하기도 한다. 그는 젊음의 거리에서 철저히 이방인이다.

지난달 중순 서울 성균관대 입구 사거리에서 김성아(가명∙42) 씨를 만났다. 그는 거리에서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오래 씻지는 못했다는 고백을 들으며 노숙 기간을 그저 짐작해볼 수밖에 없었다. 비닐봉지 안에 무엇이 들었냐고 묻자, “친척이 겨울 잠바 몇 개 챙겨준 걸 갖고 다닌다”고 했다. 낮에는 따뜻한데 새벽녘으로는 추워서 이불 대용으로 갖고 다닌다는 거였다. 그는 “요즘은 편의점에 가도 봉지를 돈 주고 사야 된다고 하는데 큰일”이라며 “(봉지가) 찢어질 것 같아 튼튼한 가방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날이 추워지면 다시 친척 집에 갈 것이라고 했다.

   
▲ 지난달 성균관대 입구 사거리에서 만난 김성아 씨가 늘 갖고 다니는 보따리. 비닐봉지에는 친척집에서 얻은 겨울 외투가 들어있다. ⓒ 최유진

쓰레기장 옆 ‘안전 잠자리’

김 씨는 마로니에공원 ‘어딘가’에서 잔다고 했다. 그는 “공원에 행사가 많으니까 심심하지 않다”며 “음악을 자주 들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근데 거기도 생각보다 남자들이 많이 자는 것 같은데... 내가 어디서 자는지 알면 어떡해? 일단 친척집 가기 전까지는 임시로 있어야지, 임시로.”

그는 “누가 날 따라다니지 않는지 걱정된다”며 “(캐리어가) 너무 시끄러워서 그런 것 같다”고 우려했다. “쓰레기장 옆에 있으면 (사람들이) 잘 다가오지 않아 해코지를 안 할 것 같다”며 “그래서 잠바 싸매고 쓰레기봉지 옆에서 잔 적도 있다”고 말했다.

   
▲ 지난 7월 신대방역에서 만난 여성 홈리스 박한이(가명) 씨는 가방 세 개를 갖고 여러 지하철역을 돌아다닌다. 공책에는 ‘남구로 월세 뺏겼다’는 내용이 반복해서 적혀 있다. ⓒ 최유진

남에게 피해 안 주려 해도 씻을 곳 없어

지난봄 서울 서초역 인근 한 커피전문점에서 겪은 일이다. 여자화장실을 가려던 사람들이 문을 열어보고는 곧장 자리로 되돌아왔다. 화장실에는 티슈에 물을 적신 채 발을 닦고 있는 한 여성이 있었다. 한참 뒤 그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바닥에는 머리카락 한 움큼이 뭉쳐 있었는데, 그가 쓸어 모아 놓은 것이었다. 그에게 궁금증이 생겼다. 마음 편히 씻을 곳은 없는지 묻고 싶었다. 봉지에 양말을 챙겨 넣는 그를 붙잡았다. 커피 한 잔 하시겠냐는 물음에, 그는 소리쳤다.

“여기 아니면 어디 가라고? 씻을 데가 없어.”

묵직한 책가방을 메고서, 빨랫감을 담은 봉지를 들고서 그는 급히 사라졌다. 아무것도 묻지 못했지만, 괜히 그를 도망치게 만든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 지난 3월 을지로입구역에서 만난 여성 홈리스 김미영(가명) 씨에게 어디서 씻는지 물었지만 “몰라”가 대답의 전부였다. ⓒ 최유진

전국 여성노숙인 2900여명, 거리에도 120여명

보건복지부의 ‘2016년도 노숙인 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 노숙인은 전체 노숙인의 25.8%로 전국에 2,929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중 거리노숙인은 6.4%로 128명이다. 이 실태조사 결과에는 찜질방, PC방, 만화방 등에서 쪽잠을 청하는 이들은 포함돼 있지 않다.

사람들은 노숙인을 보면 “어쩌다 저 지경까지 됐누” 하면서 노숙인을 은근히 탓하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노숙인들도 좋아서 거리로 나앉지는 않았다. 오죽하면 집에서 나와 거리를 떠돌고 있을까?

서울역에서 만난 여성 노숙인 노미숙 씨는 한때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했다. 이후 학원을 운영했다. 서울 강남에 오피스텔을 갖고 있을 정도로 수입이 좋았다. 그러다 사업이 잘 안돼 실패했다. 이유를 물었지만, 그는 답하지 않았다. 사업 실패하고 오갈 데 없어 나왔는데, 노숙 생활을 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았다고만 밝혔다.

노숙인 쉼터나 보호센터 봉사자나 관리자들 말을 들어보면 노숙인들이 홈리스가 되는 과정은 일정한 패턴이 있다고 한다. 당연히 잘살던 사람들이 노숙인이 되는 일은 별로 없고, 대체로 서민이나 중산층 가장들이 은퇴하거나 사업에 실패해서 거리로 나앉는 경우가 많다. 정년퇴직이나 명예퇴직을 하고 생계유지를 위해 퇴직금을 식당이나 자영업에 투자해 경험부족과 경기부진으로 실패하고, 그걸 살려보려고 집까지 담보로 잡혀 다 날리고 홈리스가 된다는 것이다. 집이 없어지면 자녀들은 가까운 친척집에 맡기거나 아내와 함께 처가에 맡기고 가장인 본인은 어디에도 갈 데가 없어 거리로 나앉는다는 것이다.

남성 노숙인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 홈리스가 되는 반면 여성 노숙인들은 경우가 좀 다르다. 노 씨처럼 사업실패로 홈리스가 되는 사례도 있지만 돌볼 사람이 없거나 돌보아야 할 사람들이 내팽개쳐 거리로 나앉은 이가 많다. 여성홈리스 12명을 인터뷰해 제작한 다큐영화 <그녀들이 있다>를 보면, 가정폭력을 피해 나온 이도 있고, 미혼모로 살다 생계가 한계에 이르러 나온 이도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당장 보호가 시급한 정신질환자들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점이다.

강민수 종교계노숙인지원민관협력네트워크 간사는 "노숙 생활이 오롯이 개인 책임만은 아니기도 하다"며 "알코올중독까지 이른 건 개인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저마다 사연을 들어보면 사업 실패나 가정불화, 사별 등 가슴 아픈 이유들이 있다"고 말했다.

"남성 홈리스는 자발적으로 집에서 나오는 경우도 많다. 이를 개인 선택이니 전적으로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들의 생명까지 위험해진다. 실제로 거리에서 돌아가시는 분들을 너무 많이 봤다. 어떻게 미리 손 쓸 수 있었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구구절절 사연을 재고 따지기보다 생명을 일단 살리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보호 필요한 정신질환자도 많아

복지부 조사결과를 보면 여성 노숙인의 47.6%가 조현병, 우울증, 알코올중독, 약물중독 등 정신질환으로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시설의 여성 노숙인들은 80% 이상이 정신질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신대방역에서 만난 여성 노숙인 박한이(가명) 씨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그는 지하철 플랫폼에 앉아서 끈임없이 무언가를 노트에 메모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가서 보니 ‘남구로 월세 뺏겼다’는 내용을 반복해서 적고 있었다. 취재를 위해 만난 여성 노숙인 중에도 상당수가 정신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거나 방어할 수 없는 상태에 있어 당장 보호가 필요한 상태에 있다. 노숙인의 개인적인 책임도 없지 않지만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구멍 나고 고장 난 것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드러나고 있다.

‘홈리스’와 ‘노숙인’은 같은 뜻이 아니다. ‘노숙인 등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노숙인 등’은 “상당한 기간 동안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 노숙인시설을 이용하거나 상당한 기간 동안 노숙인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다. 한자 뜻 그대로 보면 ‘노숙인(露宿人)’은 이슬 맞으며 자는 사람이다.

강민수 간사는 “(노숙인에 비해) 홈리스는 집이 없는 사람, 즉 쪽방이나 고시원 같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까지 확장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노숙인만이 아니라 홈리스 지원정책이 생겨야 주로 PC방에서 잠을 해결하는 노미숙 씨 같은 사람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여지가 생긴다.

그러나 서울시 홈리스 정책은 노숙인을 위한 정책이라기보다는 일반인들이 불편해하고 거리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거리노숙인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지난해 노숙인 1,045명 임시 주거 지원…82.4% 노숙 탈출’. 2018년 2월 7일자 서울시 보도자료 제목이다.

‘2018 홈리스추모제’ 주거팀은 “서울시가 (노숙인 탈출에 그치지 말고) 더 나은 주거로의 상향 이동을 위한 후속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노숙인을 거리에서 임시주거로 옮기는데 중점을 두지 말고, 임시시설 거주기간을 최소화하고, 임시거주하는 동안에도 노숙인들이 최소한 사람답게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숙인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국가가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내몰린 홈리스들을 위한 종합적이고 안정적인 보호시스템과 제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편집 : 김정민 기자

[최유진 기자]
단비뉴스 편집국장, TV뉴스부, 지역농촌부, 기획탐사팀 최유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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