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임의 문답쇼, 힘] 윤구병 보리출판사 대표

“새로 취임한 대통령이 꼭 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주인이 직접 경작하지 않는 땅을 사들여서) 소유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하고, 농사지으려는 사람에게 무상임대 방식으로 경작권을 주라는 것입니다. 그 소출의 10분의 1, 혹은 9분의 1은 세금으로 걷어서 장애인 지원 등 공동체를 위해 쓰고요.”  

‘농사짓는 철학자’로 불리는 윤구병(74) 보리출판사 대표가 18일 SBSCNBC 방송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 정부가 부재지주 농지와 유휴지를 사들여서 귀농 희망자에게 농사지을 땅을 주고 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량안보 확보하고 청년실업도 해결

충북대 철학과 교수직을 버리고 지난 96년 전북 부안군으로 귀농해 ‘변산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윤 대표는 “현재 농지의 50% 이상을 도시 사람들이 소유하면서 제대로 돌보지 않고 있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공시지가에 맞춰 이 땅을 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의 실직자와 비정규직으로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 구직 못 한 청년들이 (무상임대한 땅에서) 농사를 지으면 식량안보와 일자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0%대이고 (쌀을 뺀) 잡곡 자급률은 5%에 불과하다”며 “밀가루 자급률은 0.01%에 그쳐 (방부제 처리로) 10년이 넘어도 썩지 않는 미국산 밀가루가 들어오지 않으면 살 수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식량 자급이 없는 자주국방은 말짱 헛소리”라며 “선진국들이 자주국방을 하거나 독립국가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식량 자급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윤 대표는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농촌에서 자연을 배우고 이웃끼리 힘을 모아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며 “(획기적인 농업정책을 통해) 청년들과 후손들이 살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윤구병 대표는 국가가 부재지주 등의 농지를 사들인 뒤 귀농인 등에게 경작권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SBSCNBC 화면 갈무리

‘스스로 살아가는 법’과 ‘서로 돕는 법’을 가르치는 게 교육 

변산에서 초중고생을 위한 대안교육을 하고 있기도 한 그는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손발을 놀리며 배워야 한다”며 “하루 종일 책상에 묶여 있는 도시 아이들은 사형선고를 받은 거나 다름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교육개혁의 핵심으로 ‘자연에서 직접 배울 기회를 늘리는 것’을 제시했다. 학기를 반으로 나눠 1년 중 6개월은 산과 들, 바다에서 몸으로 자연을 배울 기회를 갖게 하자는 것이다.

▲ 윤 대표는 입시경쟁 위주의 잘못된 교육 때문에 아이들이 자율성과 협동심을 잃어가고 있다고 탄식했다. ⓒ SBSCNBC 갈무리

세월호 참사 후 참회의 의미로 3년간 삭발했던 그는 “사고 당시 아이들이 본능에 따라 탈출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지시를 따른 것은 어른의 말이 정답이라는 무조건적 순응교육 때문”이라며 “교육자로서 죄책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교육의 목표는 아이들이 제 앞가림을 하면서 ‘스스로 살아가는 법’과 경쟁 대신 ‘서로 돕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버지가 8시간만 일하면 자식이 일자리를 얻는다”

윤 대표가 운영하는 보리출판사는 약 5년 전부터 하루 6시간, 주 30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연간 500권 이상을 찍어 내는 대형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나무 한 그루를 벨 가치가 있는 책만 내자’는 경영철학,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과 ‘더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직원에게 주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도전이었다.

▲ 윤 대표는 하루 8시간 노동만 지켜져도 현실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SBSCNBC 갈무리

“(프랑스에서 오래 살았던) 언론인 홍세화씨에게 물었더니 주 32시간 노동제로 가장 앞서가는 프랑스에서도 이런 회사는 없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보리에서 나온 책 중 엄청난 베스트셀러는 없어도 한 권도 절판된 게 없을 만큼 독자들이 꾸준히 찾아주고 있어서 회사를 꾸려가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윤 대표는 멕시코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장시간 일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노동시간을 단축할 경우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버지의 특근, 야근은 가족과의 오붓한 저녁시간을 뺏는 것은 물론 아이들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버지가 8시간만 일하면 나머지 시간은 자식 세대의 일자리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밤샘 등으로 힘들게 일해 에너지를 고갈시키면 다음날 일할 힘이 어떻게 생기겠느냐”며 “일하는 시간을 줄일수록 생각할 시간이 생겨서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밥 먹듯 가출하고 퇴학도 당했지만 4개월 만에 대학 합격

이날 방송에서 윤 대표는 아들 이름에 ‘일병’, ‘이병’ 등 일련번호를 붙인 아버지의 작명법 때문에 막내인 자신이 ‘구병’이 된 사연 등 성장기의 기억도 털어 놓았다. 한국전쟁에서 아들 여섯을 한꺼번에 잃은 아버지가 나머지 아들은 농사꾼을 만들기로 하는 바람에 초등학교 시기 4년을 학교에 못 다녔고, 중고등학교에서도 수업에 적응하지 못해 가출을 반복하다 퇴학까지 당했다고 한다.

그러다 아버지가 자신을 데리고 사진관에 가서 찍은 사진에 ‘마지막 남은 실 한 오라기’라는 뜻의 여섬일루(餘纖一縷)를 써놓은 것을 보고는 아버지를 위해 공부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4개월 만에 서울대학교 철학과에 합격했다. 윤 대표는 “당시 장학금을 주기로 한 학원사의 조건이 (등록금이 싼) 서울대 입학이라 무조건 시험을 쳤고, 서울에 있는 대학이라 서울대라고 하는 줄 알았다”며 “입학해보니 (대학들 중) 건물이 가장 후졌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 전체 영상은 아래 링크에서도 다시 볼 수 있습니다.

http://sbscnbc.sbs.co.kr/read.jsp?pmArticleId=10000859473


편집 : 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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