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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그려주는 ‘세네카의 묽은 죽’
[몸 한끼, 맘 한끼] 첫 번째, 나에게 한끼 그려주기 수업 인트로
2019년 06월 12일 (수) 15:08:21 이현지 thinkout32@gmail.com

정말 괜찮아지나요?

10%에 육박하는 청년실업률. 비정규직과 취업준비생까지 포함하면 체감실업률은 40%에 이른다고 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기준 18~25세의 빈곤율은 13.2%, 27~40세는 8.2%로 전년도에 견주어 1.5%포인트씩 증가했습니다.

적당한 회사에 취직해 적정한 월급을 받고, 안전한 집에서 평화롭게 사는 일.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은데 그게 쉽지 않아요. ‘청년들의 포기’가 시대 현상이라지만 내 몸 하나도 건사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10년 후, 아니 5년 후 나는 정말 괜찮을까요?

그저 ‘묽은 죽’ 일 뿐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바라는 대로 좋은 날이 올 거”라는 장밋빛 위안이 가장 잔인한 방식의 위로라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가난해질까 두려워하는 자들에게 묽은 죽과 거친 빵 같은 초라한 음식을 며칠씩 먹으라고 조언했죠. 끔찍할 것 같은 두려움의 실체가 그저 심심한 ‘묽은 죽’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란 거였습니다.

[몸 한끼, 맘 한끼] 첫 시간에는 오롯이 나에게 주는 한끼를 미술활동으로 작업합니다. 먼저, 자신의 현재 상황과 관심사, 고민거리 등을 생각해본 뒤 떠오르는 감정을 관찰해요. 이를 바탕으로 내가 주로 찾게 되는 맛과 음식을 연상하고요. 내 몸과 마음이 음식에서 어떤 식감과 맛, 감정과 느낌을 경험했는지 탐색합니다. 나에게 필요한, 또는 알맞은 한끼를 그림으로 그리거나 지점토로 표현합니다. 이렇게 식생활을 통해 몸과 마음의 흐름을 관찰하며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집니다.

   
▲ 단순하고 소박한 음식은 속을 편안하게 해준다. ⓒ 이현지

괜찮아지지 않아도 괜찮아

“힘을 내 살면 언젠가 다 좋아질 거”라는 장밋빛 위안이 쓰린 내게 ‘세네카의 묽은 죽’을 차려주고 싶습니다. 기름지고 푸짐한 한 상이 아니라, 싱겁고 가벼운 묽은 죽을 말이에요. 단순하고 소박한 음식은 속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음식을 소화하느라 쉴 틈 없는 위장의 노고를 덜어주기 때문이지요. 그럴 때 몸과 마음은 조금 더 느긋한 상태가 돼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자욱해진 나의 몸-마음에게 묽은 누룽지 한 그릇을 그려주면 어떨까요? 괜찮아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비참할 것 같은 미래는 ‘그저 묽은 죽 한 그릇일 뿐’이라고 토닥이면서요. 그렇게 담담하게 그림 한술을 뜨며 지친 마음을 달래 봅니다.

여러분은 자신에게 어떤 한 끼를 차려주고 싶으신가요?
직장 스트레스를 날려줄 짜릿하게 매운 한끼?
삶의 생기를 되찾기 위한 상큼하고 시원한 한끼?

[몸 한끼, 맘 한끼]에서 함께 고민해보아요.


미술치유 프로그램인 [몸 한끼, 맘 한끼]를 진행하는 이현지 <미로우미디어> 대표는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하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재학하면서 사단법인 <단비뉴스> 영상부장으로 일했으며 졸업 후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미술과 영상, 글쓰기를 결합하는 컨셉트의 <미로우미디어>는 서울시의 도농연결망 '상생상회' 출범에 기여했고 <단비뉴스>에는 [여기에 압축풀기]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오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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