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제4회 민송 백일장

<앵커>

시청자 여러분,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르렀던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오월 어느 무덥던 날, 찬란한 봄날'을 노래한 영랑의 시구가 떠오르는 날이었죠. 이 즈음엔 시원한 산들 바람 쐬며 시상을 가다듬거나 글을 짓는 백일장이 제격인데요.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 글솜씨를 겨루며 글의 향기를 마음껏 흩뿌린 민송 백일장 소식을 정재원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해맑은 표정의 앳된 중학생부터, 잔주름의 연륜이 묻어나는 중년까지. 서울은 물론, 멀리 부산과 광주까지. 전국에서 원고지와 펜을 들고 모여드는 참가자들의 달뜬 표정. 얼굴 가득한 설렘에 백일장의 분위기도 달아오릅니다.  

인터뷰) 김민지(광주대광여고 3학년)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버스 타고 광주에서 왔고요, 오늘 목표는 민송 백일장 장원입니다."

제4회 민송 백일장이 열리는 충북 제천시 세명대학교 강당입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자들의 관심이 커지는 이번 백일장의 글제는 무엇일까? 궁금증을 안고 글제가 발표되는 강당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참가자들이 통로까지 가득 메워 열기를 고조시키는 가운데. 김기태 위원장이 글제가 담긴 족자를 들고 무대에 오릅니다. 긴장 가득한 눈망울로 족자를 응시하는 참가자들. ‘아버지’라는 글제가 펼쳐지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옵니다.

인터뷰) 이상용(제천 세명고 2학년)

“아버지란 주제를 처음 들었을 때 제가 평소에 생각해온 아버지의 모습과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버지 속마음에 대해 이번 기회에 써보려고 합니다.”

인터뷰) 김기태 민송 백일장 운영위원장

“올해 제시어가 아버지인데 이유는요.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있어서 그 존재감이 나날이 좀 축소되고 나아가서는 박탈감이 증가하고 있는 오늘날의 아버지들의 위상을 한번 점검해보고 싶어서 그래서 우리 청소년들을 포함해서 일반인들이 우리 아버지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한번 알아보고...”

백일장은, 대낮에 마당에 모여 글을 쓰는 데서 붙은 이름입니다. 과거시험과 같은 방식인데요. 현장에서 글제를 받는 점이 미리 주제를 받아 오랜 기간 글을 쓰는 공모전과 차이입니다. 즉흥적인 현장 글솜씨 겨루기가 매력 포인트인데요. 아울러 자연을 벗 삼아 글 짓는 묘미도 만끽합니다.

인터뷰) 이현주(세명대 경찰공공행정학부 4학년)

“안에서 하면 사방이 막혀 있어서 (마음이) 막혀있는 것 같은데 밖에서 쓰니까 다 뚫려 있고 그래서 생각을 좀 더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것 같아요.”

글 쓰는 표정도 다채롭습니다. 시원한 바람 속, 그늘에 앉아 끄적이는가 하면. 사색을 즐기나요? 나무에 기대앉아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합니다. 친구들과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아직 앳돼 보이는 어린 학생들은, 글 쓰는 것보단 친구들과 노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아 보입니다.

인터뷰) 박규민(제천 대제중 1학년)

“글 쓰는 것도 재밌긴 한데, 경치를 바라보면서 친구들끼리 서로 장난치고 놀고 대화하면 좀 더 재밌고 친구들 간의 우정도 더 돈독해지는 시간이 좋은 것 같아요.” 

맛난 점심을 먹은 뒤에는 세명대학교 측이 마련한 북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오늘 초대 작가는 강지원 변호사입니다. 예비문학인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인터뷰) 강지원 변호사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 행복해.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니까 짜증 나고 일도 잘 안 돼. 망하는 거야.”

마침내 발표 시간.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환호와 박수가 이어지고. 올해의 민송 백일장 장원은 중등부 지유찬, 김지은. 고등부는 권희수, 조현정. 대학, 일반부는 김지영씨에게 돌아갔습니다.

인터뷰) 김민성(중등 산문 동상)

“기분은 정말 좋구요. 보람찼어요. 제 또래 친구들이 더 열심히 해서 같은 대회에 나가서 상을 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분야별로 모두 41명이 상을 타며 백일장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올해 민송 백일장에는 모두 557명이 참가해 백일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습니다.

인터뷰) 이용걸(세명대 총장)

“세명대학교는 백일장을 통해서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중·고등학교, 대학·일반부 등 많은 사람들이 가슴 속에 품고 있던 문학적인 소양을 밖으로 드러낼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드리고자 4번째 개회하게 됐습니다.” 

고려 시대 과거제도에서 시작해 1천여 년 역사를 이어오는 한국의 백일장 전통. 현장 창작이라는 문학적 의미까지 더해진 고유의 문화유산으로 더 깊은 뿌리를 내리길 기대해봅니다. 단비뉴스 정재원입니다.

(영상취재 : 정재원, 임지윤 / 편집 : 임지윤 / 앵커 : 최유진)


편집 : 임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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