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로그인 회원가입
2018.11.19 월
> 뉴스 > 칼럼 > 클래식카페
     
“사랑이란 곁에서 끝까지 지켜주는 것”
[클래식카페] 제8회 예무스 정기연주회
2018년 10월 29일 (월) 21:20:02 이자영 황진우 기자 delicious_12@naver.com

이름부터 독특한 ‘예무스’는 ‘예술인의 무리’라는 뜻이며 ‘사랑과 나눔’ 정신을 담아 연주하는 예술 단체다. 2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열린 제8회 예무스 정기연주회에는 ‘슈만과 클라라의 로망스’라는 주제에 맞게 우리 음악계에서도 ‘낭만적 사랑’으로 부부의 연을 맺은 연주자들이 대거 출연했다. 그들의 사랑 이야기와 연주는 대개 부부인 관객들의 ‘어쩌면 잊혀진’ 로망스를 자극하는 듯했다.

연주자도 관객도 부부 사랑을 느낀 음악회

엄숙한 여느 연주회와 달리 김용진 해설자는 유머를 곁들이며 음악회를 진행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는 연주자들을 소개하면서 “부부였던 사람들이 오늘 연주를 한다”고 했다가 관객이 웃음을 터뜨리자 급히 “부부인 사람들”로 정정하기도 했다. 그는 또 “모두 남녀가 짝이 되어 나오지만 한 팀은 여자 둘이 나올 텐데 부부라고 오해하지 말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실은 남편이 팔을 다쳐 두 여성이 함께 출연한 팀이었다.

   
▲ 제8회 ‘예무스’ 정기연주회 포스터. ⓒ 네이버 블로그 '이든예술기획'

‘아! 슈만’ 장인과 법정공방 끝에 사랑을 쟁취하다

김재은 예무스 단장은 연주회 팸플릿에 슈만과 사별한 뒤 부인 클라라가 쓴 일기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인사말을 대신했다. 김 단장은 ‘부부란 단어는 곱씹어보면 참으로 신이(神異)하고 거룩하며 연민 어린 질감을 자아낸다’며 ‘두 사람은 대단한 인연으로 만나 찬란한 꽃길을 걷기도 하고 질곡의 수렁을 헤쳐나가기도 하지만 생의 동반자이기에 가능한 발맞춤’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연주회는 클라라와 슈만의 사랑을 느끼게 하려는 듯 기존 음악회의 정적인 분위기를 벗어나려 했다. 보통 음악회와 해설음악회의 중간이라고 할까? 성악,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피아노의 선율뿐 아니라 연주자의 연기, 해설, 그리고 무대 뒤로 띄워진 부부 연주자들의 사진에 이르기까지 사랑의 감성을 자극하며 한 곡씩 완성해 나갔다.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은 클래식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하다. 독일의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인 슈만은 법대를 중퇴하고 음악인의 길을 걷고자 프리드리히 비크의 문하생으로 들어가게 된다. 슈만은 비크의 딸인 천재 피아니스트 클라라에게 반하게 되고, 둘은 결혼을 약속한다.

제자이지만 아직 무명 음악가인 슈만에게 애지중지 키운 외동딸을 보낼 수 없었던 비크는 슈만과 법정 공방까지 벌이게 된다. 법원은 슈만의 손을 들어주고 둘은 1840년 드디어 결혼해 무려 8 자녀를 두었다. 슈만은 결혼한 그해에만 150여 가곡을 작곡했으며, ‘시인의 사랑’과 같은 걸작들이 모두 이때 만들어졌다.

   
▲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슈만과 클라라(왼쪽). 그리고 클라라를 평생 연모한 브람스(오른쪽). ⓒ google

결혼 전날 선물한 사랑의 헌정곡

왕혜인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어린이 정경’ 중 ‘트로이메라이’를 시작으로 연주회가 시작됐다. 두 번째 연주곡인 ‘Myrten’은 ‘미르테의 꽃’이란 뜻으로, 슈만이 클라라와 결혼하기 전날, 자기 마음을 담아 작곡한 곡을 클라라에게 헌정한 것이다. ‘미르테’는 흰색 꽃인데 독일에서는 결혼식 때 신부는 부케로, 신랑은 옷깃 장식용으로 사용한다. 그는 총 26 곡을 작곡해 가죽으로 묶어 선물했다.

“그대는 나의 영혼, 나의 심장, 그대는 나의 기쁨, 오 나의 고통. 그대는 내가 살아가는 모든 세상이며, 모든 근심을 그 안에 영원히 묻어 놓는 내 무덤. 그대는 나의 안식과 평안, 그대는 하늘로부터 내려받은 선물. 당신이 나를 사랑함에 내 삶은 소중해지고, 당신의 눈빛은 나를 씻겨 준다오. 당신은 사랑으로 나를 승화시키오. 그대는 내 좋은 영혼, 나보다 더 나은 나.”

수록곡인 ‘Widmung’은 ‘헌정’이라는 뜻으로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뤼케르트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연주자들은 곡의 유래만큼이나 부부애를 보이며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Myrten’을 연주할 때는 미리 타악기인 Marimba를 연주한 남편이 ‘그대는 꽃처럼’이라는 하이네의 시를 읊고 있는 아내에게 살며시 다가가 순백의 꽃 한 송이를 전했다. 그는 “슈만은 이렇게 아름다운 멜로디로 클라라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라며 아내를 위해 슈만의 대표곡 ‘Dichterliebe’(시인의 사랑)으로 화답한다. 사랑을 연기한 것이 아니라 표현해냈기 때문일까? 청중들은 연주자의 연기에 미소 짓고 박수 쳤다.

세 번째 연주인 ‘Adagio and Allegro, Op. 70’은 1849년 슈만이 휴양을 위해 방문한 드레스덴에서 3일간 작곡한 것이다. 본래 호른과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작곡됐으나, 후대에 출판 과정에서 호른 대신 다양한 악기로 편곡되었다.

슈만은 ‘아다지오’ 대신 ‘로망스와 알레그로’라는 표현을 자주 썼는데 슈만의 낭만적 감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연주에서는 호른 대신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가까운 음색을 내는 첼로와 피아노 연주로 이루어졌다. 중후한 음색의 첼로와 잔잔하게 연주되는 피아노의 선율은 곡 제목처럼 Adagio(느리게)와 Allegro(빠르고 경쾌하게)로 급격하고 명확하게 대비되는 곡의 흐름을 살려냈다. ‘Fantasiestucke, Op. 73’은 ‘부드럽게 감정을 담아’라는 제목의 1악장과 ‘빠르고 불과 같이 하라’는 제목의 3악장 연주가 대조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2부에서 연주된 곡은 ‘Phantasie in C Major, Op. 131’(환상곡 C장조)였다. 바이올린의 기술적인 부분을 살린 곡이었다. 이 곡은 1853년 9월, 헝가리 출신인 당대 최고 바이올리니스트인 요제프 요아힘의 요청으로 슈만이 작곡했다. 곡을 보면 후반부 셋잇단음표가 연속으로 사용되며 바이올린의 기교와 음색을 살려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후 슈만은 라인강에 투신할 정도의 정신병과 우울증 증세를 보였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이를 지켜본 요하임은 그해 10월 이 곡을 초연한 뒤 이후로는 연주하지 않았다.

스승의 아내를 사랑한 브람스의 순정

   
▲ 제8회 ‘예무스’ 정기연주회를 끝낸 연주자들이 관객에게 차례로 인사를 하고 있다. ⓒ 황진우

“오늘 정기연주회는 사랑의 향기를 소중한 여러분과 함께 나누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슈만과 클라라, 브람스가 그랬듯 지친 일상 속에서도 사랑과 낭만을 오롯이 간직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 이야기에 빠지지 않는 사람이 바로 브람스다. 브람스는 슈만의 제자이면서도 ‘사모님’인 클라라를 사랑했다. 늘 죄의식을 갖고 있던 브람스는 존경하는 스승이자 친구이며 자기 재능을 알아보고 작곡가로 키워준 슈만이었기에 신의를 지키고자 했다. 브람스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로버츠 슈만과 클라라 슈만은 엄청난 반대 속에 부부의 연을 맺고 열렬한 사랑을 했다. 그리고 로버츠가 죽은 뒤 클라라를 사모한 브람스가 곁을 지킨다.

“가장 안전한 투자는 가정에 투자하는 것”

김용진 해설자는 마지막 연주 시작 전 김재은 단장의 남편이자 후원회장인 송병준 박사(전 산업연구원장)를 “음악 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외조의 왕으로 불린다”고 소개했다. 외조의 왕으로 불리는 비결을 묻자 송 박사는 “특별한 비결은 없고 아내 말 잘 듣고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고 답해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서 “산업을 연구한 박사로서 어디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겠냐”라는 질문에는 “그걸 알면 여기 있겠냐”고 받아넘기면서 “가장 안전한 투자는 가정에 투자하는 것이며 돈을 떼일 염려가 없다”고 말해 객석의 박수를 받았다.

프로그램 상으로는 마지막 연주를 하게 된 테너 국윤종 씨는 자신도 아내의 사랑을 쟁취하고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며 사랑을 이렇게 정의했다.

"사랑이란 곁에서 끝까지 지켜주는 겁니다."


영화와 게임이 대세인 시대에 음악을 얘기하는 [클래식카페]를 <단비뉴스> 한 구석에 엽니다. 혁명의 시대를 불꽃처럼 살다 간 모차르트, 영웅의 출현과 몰락을 지켜봐야 했던 베토벤, 히틀러와 독일국민을 열광시킨 바그너와 푸르트벵글러, 약소국가 핀란드와 폴란드의 민족주의에 불을 지른 시벨리우스와 쇼팽, 그리고 클래식이 된 대중가요와 아이돌음악까지…… 기사 속 곡명을 클릭하면 음악이 흐르는 이 카페에서 음악은 인생과 역사, 그리고 글쓰기와 결합됩니다. (이봉수)

편집 : 홍석희 기자

[이자영 기자]
단비뉴스 시사현안팀장, 환경부, 미디어콘텐츠부 이자영입니다.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삶을 살겠습니다.
     관련기사
· 빈민촌을 음악가의 산실로 만든 비결
· 수천 년 전부터 있었던 ‘나는 음악가다’
· 존엄성에 관한 변기 위의 명상
· 자유의 절반은 외로움이었다
· 그리울 때는 그리워할 수밖에
이자영 황진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단비뉴스(http://www.danbi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의견나누기(0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Follow danbi_news on Twitter

단비뉴스소개기사제보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7136)충청북도 제천시 세명로 65(신월동 579)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413호|Tel 043)649-1557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충북 아 00192|발행인: 이봉수|편집인: 김문환|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문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환
Copyright 2009 단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nbi@danb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