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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영화'가 한국에서 히트 친 이유
[씨네토크] '킹스맨'
2018년 07월 25일 (수) 23:48:54 권성진 기자 sungjin1312@naver.com

영국은 계급에 따른 생활양식의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나는 사회다. 마르크스가 런던의 대영도서관에서 <자본론>을 저술할 수 있었던 것은 계급에 따른 극명한 양식의 차이를 현실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모습은 지금도 맥을 잇고 있어서 취미 활동과 언어 등에서 나타난다. 노동자는 취미 활동으로 복싱과 축구, 중산층은 테니스와 럭비 그리고 조정, 상류층은 폴로 등을 즐긴다. 말도 다르다. 노동자 계층은 화장실을 ‘토일럿‘(toilet), 상류층은 ‘래버트리’(lavatory)라 부른다.

영화 <킹스맨>은 영국 사회를 배경으로 이런 주제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등장하는 인물의 코드네임도 영국 소설 <원탁의 기사>에서 따왔다. <킹스맨>을 무심코 보면 평범한 스파이 영화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계급의식’을 풍부하게 다뤘다. 기존 첩보 영화의 대표작인 ‘본 시리즈’나 ‘007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영국 스파이요원 선발에 도전하다

<킹스맨>의 주인공은 에그시라는 20대 초반 남자다. 그는 해병대에서 특수훈련을 받고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등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지금은 방황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의 환경은 어머니와 함께 가난과 씨름할 수밖에 없는 날들의 연속이다. 어렸을 때 여읜 아버지를 대신한 새아버지는 늘 고주망태가 되어 집에 들어온다. 새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폭력을 일삼는다.

   
▲ 고주망태가 되어 폭력을 일삼는 새 아버지. ⓒ <킹스맨>

어느 날 그의 앞에 중년 남자가 나타나 자신을 소개한다. ‘아버지의 오랜 친구’라고 밝힌 그는 힘든 일이 닥치면 연락하라며 목걸이를 건넨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 에그시는 폭력사건으로 경찰구치소에 갇혔을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목걸이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하자 곧 석방된다. 다시 찾아온 중년 남자는 그에게 ‘킹스맨’이라는 비밀요원 제도를 소개한다. 그는 스카이다이빙, 달려오는 기차 앞 담력 시험 등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비밀요원이 된다.

킹스맨 비밀요원이 된 에그시는 중년남자와 함께 2인조를 이뤄 임무를 맡는다. 첫 임무는 미국 통신회사의 음모를 막는 것이다. 통신회사는 통신카드(sim 카드)를 무료로 배급하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을 제거하고 살아남은 소수만을 위한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려 한다. 계획을 파악한 킹스맨 요원들은 통신회사를 해체해 계획을 저지한다.

“너도 새 사람이 될 수 있어”

주인공 에그시는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는데 다양한 영화적 장치가 이를 묘사한다. 위스키보다 맥주를 마시고 편안한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우아한 언어를 사용하기보다 상스러운 욕을 내뱉는다. 킹스맨 요원 선발시험 중 동료 지망생과 그의 모습은 대비된다. 그들은 명망 있는 귀족 가문 출신이었고 상류층 언어를 사용하며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같은 명문대를 졸업했다. 주유소에서 일하며 성장했던 에그시를 조롱하기도 한다.

   
▲ 에그시의 출신을 물으며 조롱하는 귀족 출신 비밀요원 지망생들. ⓒ <킹스맨>

시험 합격 후 에그시의 모습은 변한다. 중년 남자가 에그시를 하층민에서 킹스맨의 신사로 양성하려 들지만 그는 중년 남자와 부딪힌다.

“아저씨처럼 잘난 샌님은 나 같은 놈 깔볼 줄만 알지, 왜 그런지는 모른다고요. 나도 아저씨처럼 부잣집에 태어났으면 훨씬 더 잘 살았을 거라고요.”

“그동안 뒷골목을 전전해왔지만 평생 그렇게 살 필요는 없어. 사람이 배울 의지만 있으면 새 사람이 될 수 있어.”

신데렐라 영화인 <프리티 우먼>이나 <마이 페어 레이디>처럼 에그시의 삶은 급변한다. 그는 비밀요원 킹스맨이 되는 과정에서 청바지를 벗어 던지고 세련된 맞춤 정장을 입는다. 챙이 넓은 스냅백 모자도 벗고 정갈하게 머리를 빗어 넘긴다. 아무 것도 없던 손가락에는 인장 반지가 끼워지고, 운동화 대신 구두를 신게 된다. 이런 모습은 식습관과 언어에도 나타난다. 노동자의 술인 맥주 대신 브랜디를 마신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maners makes man”이 아니라 “maners maketh man”이라고 할 정도로 언어습관도 변한다.

   
▲ 중년남자는 에그시에게 새 사람이 되라고 권유한다. ⓒ <킹스맨>

상류층 위선 꼬집기

<킹스맨>은 B급 액션영화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위선 꼬집기’에 있다. 영화는 상류층의 위선을 여과 없이 꼬집었다. 상류층에 속하는 킹스맨 시험 면접관은 “여자만도 못 하군”이라는 여성비하 표현을 내뱉고, 다른 귀족 출신 킹스맨 시험 응시생은 “소외계층 우대정책은 없어져야 해”라고 말한다. 이런 대사는 현대사회에 내재해 있는 고전적 ‘계급의식’을 반영한다. 고전적 상류계급은 남성이면서 귀족이었다.

   
▲ 비밀요원 선발 면접관은 여성 혐오 발언을 일삼는다. ⓒ <킹스맨>

영화는 이를 비판한다. 비밀요원 해리 하트는 그의 상관에게 “귀족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그와 동시에 흑인 악당은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를 소유하고 있다. 흑인이라는 설정이 한계를 보이지만 이 흑인은 세련되고 우아한 연미복과 힙합 모자를 쓰고 있다. 전통적인 모형에서 탈피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남성들이 대거 탈락하는 요원 선발 시험에서 여성이 합격하며 “여자만도 못 하다”는 말은 무의미하게 되었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한국 영화 역사상 외화 성인영화 중 흥행 1위를 차지했다. 관객이 6백만을 훌쩍 넘겨 영국 다음으로 많았다. B급 액션영화가 한국에서 받아 든 이 기록은 의미심장하다. 한국에도 귀족사회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일까?


편집 : 박진홍 기자

[권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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