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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공(무원), 그들이 알고 싶다 2
[단비 리스티클] 저서로 보는 문재인 정부 주요 공직자들 ②
2017년 10월 14일 (토) 23:29:10 안형기 이민호 유선희 이현지 기자 indiepublic@naver.com

대통령을 보좌하는 여러 임명직 공무원 중에는 어공과 늘공이 있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은 대통령과 함께 선거를 치러 서로 잘 알거나, 소위 ‘코드’가 맞아 행정부 밖에서 영입된 이들을 가리킨다. 늘공(언제나 공무원)은 청와대 근무를 위해 파견되거나 혹은 정부 주요 직책에 임명된 관료들이다. 이번 리스티클 역시 1편과 마찬가지로 ‘어공’에 초점을 맞춘다. 국민의 손으로 뽑는 공직자가 아니므로, 그들의 평소 생각은 검증이 필요하다. 촛불 혁명의 결과로 탄생한 정부니 더욱 그렇다. 청와대 비서실 수석비서관급과 정부의 18부처 5처 17청 / 2원 4실 6위원회 책임자들 가운데, 저서가 있는 이들을 골랐다.

“어(쩌다)공(무원), 그들이 알고 싶다” 2편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의 책을 톺아봤다.

1. ‘흙수저’ 출신 경제 부총리와 문재인 정부의 불협화음?
김동연, <있는 자리 흩트리기>, 쌤앤파커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팀 책임자인 김동연 경제 부총리가 ‘혁신 성장’의 선봉장이 돼 연일 보수 언론에 오르내린다. 문 대통령이 정부 출범 이후 경제정책 축으로 강조해온 ‘소득주도성장’의 대척점에서 김 부총리가 청문회 당시부터 소신 있게 혁신성장을 주장했다는 이유다. 이에 더해 김 부총리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 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기며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른바 ‘김동연 패싱(passing)’현상이 있다는 너스레다.

   
▲ 김동연, <있는 자리 흩트리기>. ⓒ 쌤앤파커스

내정 발표 때부터 이른바 '흙수저' 출신으로 눈길을 끌었던 김 부총리의 삶과 신념이 담긴 저서 <있는 자리 흩트리기>를 통해 엿본 그의 생각과 경제정책은 보수언론의 흠집 내기를 무색하게 만든다. 김 부총리는 책 속에서 복잡하게 얽힌 우리 사회 문제들을 볼링의 ‘핀’들로 가정할 때, 문제의 핵심이 되는 ‘킹 핀(king pin)’으로 ‘사회보상체계’와 ‘거버넌스(governance)’를 꼽았다. 킹 핀은 볼링에서 세 번째 줄 가운데에 놓인 '5번 핀'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통 이 핀을 쓰러뜨려야 나머지 핀을 쓰러뜨릴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사회보상체계와 거버넌스의 대대적인 점검과 개혁이 필요하다는 논지다.

특히 김 부총리는 현재 대한민국의 사회보상체계를 강하게 꼬집는다. 그가 꿈꾸는 사회보상체계는 사회가 더 보상해주며, 누구에게 얼마를 더 주고 덜 주느냐의 인센티브 시스템이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부모의 소득이나 교육수준이 교육격차를 유발하고, 이는 다시 직업의 격차와 자녀세대의 소득 격차로까지 이어져 대물림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본다. 나아가 사회보상체계 문제가 일자리와도 연관된다고 짚는다. 순혈주의와 승자독식, 철밥통 구조가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고용과 임금구조의 유연성 해결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 김동연 부총리는 취임식에서 일자리 중심의 선순환 경제 생태계를 강조했다. ⓒ jtbc 뉴스 갈무리

“경제 문제에 있어 구조와 체질을 사람 중심 일자리 창출, 공정한 시장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 근본적 개혁이라고 생각한다."

김 부총리가 새 정부의 경제사령탑으로 내정된 직후 밝혔던 소감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그의 사회보상체계 개혁구상은 대기업 중심의 성장을 ‘사람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다. 성장과실이 중소기업과 다수 국민에게 돌아가 분수처럼 솟아오르도록 해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정확하게 맞물린다. 김 부총리가 청문회 때부터 주장해온 혁신성장이란 이렇게 수요측면의 소득주도성장 아래 공급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2. 자기 목소리가 분명한 ‘경계인’
김부겸, <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 더난출판

   
▲ 지난 4월 27일 대구 칠성시장에서 김부겸 의원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지지연설을 하고 있다. ⓒ 유튜브 김부겸TV 영상 갈무리

“정신 차립시데이. 이카니끼니 우리 대구가 20년째 전국 경제 꼴찌라도 아무도 봐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여러분이 그리 밀어줬던 그 정당, 나라 와장창 뭉가뜨렸잖아요!”

지난 4월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하 김 장관)의 유세 동영상이 화제를 모았다. 그의 솔직한 발언은 3선 선거구를 버리고, 새누리당 공천장이 당선증이라는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그의 뚝심과 닮았다.

김 장관은 스스로 ‘범생이’ 스타일이라고 내세운다. 옳은 말만 골라서 한다는 점에는 그 말도 맞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에 숨김이 없고, 당에서 꺼리는 정책도 밀고 나가는 그의 모습에 투사(鬪士)의 풍모가 느껴진다. 김 장관은 음악평론가 김태훈과의 대담을 담은 <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아래 ‘공존’)에서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권위주의에 맞서 나름대로 저항하고 싸우면서 통속적인 권위에 쉽게 복종하지 않는 힘을 갖게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대학생이던 77년 유신 반대 시위를 주도하다 구속되고, 80년대 내내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이력은 그 결과물이다.

김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영혼을 걸고 싶은 만큼 강렬했던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그처럼 “자기 목소리를 뱉어내는 정치인”의 길을 꿈꾼다. ‘옳은 소리’를 잘하니 어느 진영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경계인’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소신으로 밀어 붙여온 역정이 그의 ‘현재 포지션’을 만들었다.

   
▲ <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는 김부겸 의원과 김태훈 음악평론가의 대담집이다. ⓒ 네이버 책 갈무리

그는 우선 국회의원으로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지역구를 옮기는 소신을 보여줬다. 2000년 경기도 군포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해 처음 당선된 후 2004년 열린우리당, 2008년 민주당으로 3선 고지에 올랐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안정적인 지역구를 버리고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 수성(갑)으로 지역구를 옮긴 그는 고배를 마신다. 결국, 2016년 총선에서 당시 대선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던 김문수 후보(새누리당)를 누르고 62.3%의 득표율로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1985년 12대 총선 이후 30여 년 만에 대구 지역 야당 출신 국회의원의 기록을 세운다. 그의 소신과 진심이 지역민들에게 공감을 일으켰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재야 운동권에서 주류 정치인을 거쳐 행정안전부 장관이 된 그는 이제 지방 분권과 자치를 위해 적극적인 증세의 소신 행보를 이어간다. 지방 소비세율 인상과 국세와 지방세 비율 7대 3 수준 개선이 구체적인 안이다. 10월 29일 ‘지방자치의 날’을 기점으로 지방분권형 개헌안도 제시할 계획이다. 그는 “정치란 ‘이해’와 ‘헌신’”이라며 “당면한 문제와 갈등에 대해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정직하게 고해성사를 하면서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증세안도 지방분권형 개헌안도 쉽지 않은 과제다. 그가 소신을 국민 앞에 어떻게 고해성사하며 실현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3.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꼭 필요한 이유
장하성, <왜 분노해야 하는가>, 헤이북스

한국은 산업화 시기 고도의 성장을 이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급속한 성장 과정 속에서도 산업 역군들에게 과실이 제법 공평하게 나뉘던 때였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상위 10%에게 소득이 쏠렸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정부의 분배 실패가 만든 불평등에 대해 집중 연구해온 사회참여형 경제학자다. 장 실장은 저서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버는 것의 차이가 불평등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 사회 소득 불평등의 절대적 원인이 임금 격차에 있다는 의미다.

   
▲ 장하성 정책실장의 저서 ‘왜 분노해야 하는가’는 원천적 분배의 실패가 만든 한국 경제 상황을 낱낱이 파헤친다. ⓒ 헤이북스 페이스북 갈무리

“모든 계층에서 노동소득이 전체 소득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평균적인 가계의 경우 재산소득은 가계소득의 1%도 되지 않는다. 심지어 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고소득층의 경우에도 재산이 만들어내는 소득은 5%도 되지 않는다...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원인은 임금으로 받는 노동소득이다.”

그는 재산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불평등은 한국에서 소득 양극화의 주 원인이 아니라고 본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소득 차이가 한국형 소득 양극화의 주범이라는 주장이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라도 모두 잘 버는 것은 아니다. 종업원 300명 이상이면 대기업으로 인정되는데, 그중에서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초 대기업의 노동소득은 일반 대기업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인다.

   
▲ 장 실장은 “기업은 우리 사회 문화를 풍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지 문화와 가치를 파괴하고 돈을 버는 것은 정당한 것이 아니다”고 일침을 가한다. ⓒ 친절한 청와대 – 청와대의 만담가 ‘장하성’ 정책실장편 갈무리

장 실장은 원천적 분배의 실패를 다양한 복지 정책으로 정부가 재조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원천적 분배의 불평등을 바로 잡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이라는 뜻이다. 정부의 재분배로 교정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설 만큼 소득 불평등이 심화 고착 됐다고 본다. 일부 노동자와 기업이 과실을 독과점하는 현실에서 노동소득 구조를 원천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상황은 바꾸기 힘들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을 차봤자 다시 흘러내려 온다. 노동자들의 기울어진 소득 수준을 평평하게 조정해 모두가 공평한 운동장에서 공을 차게 만들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펼쳤던 기업 위주의 ‘낙수효과’, ‘이윤주도 성장정책’ 대신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기조로 삼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4. ‘주거지옥’ 한국사회에서 주거유토피아를 꿈꾸다
정현백, <주거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 당대

   
▲ 정현백 장관이 2016년 9월 <단비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신혜연

사고 싶은 집은 많지만 ‘살 수 있는 집’은 없다. 빚내서 집 사라던 지난 정권의 주택정책은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켰다. 상위 1%는 평균 7채의 집을 보유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절반 가까운 가구는 집이 없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2013년 3.9%에서 2016년 13.9%까지 치솟았다. 날로 상승하는 집값 전셋값에 서민들이 생활에 쓸 돈은 계속 줄어들고, 청년들은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로 내몰린다. 국토부는 지난해 전체 임차 가구 중 월세가구의 비중이 60%에 달했고, 소득 1~4분위의 저소득층은 월 소득의 1/4이 넘는 금액을 주택 임대료에 썼다고 발표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쓴 <주거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은 ‘주거 지옥’이 된 한국사회에 주거정책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여성문제, 양성평등, 노동정의 실현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해온 정 장관이 주거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 책은 꼼꼼히 짚어준다. <주거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은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시행된 주거개혁 역사와 과정부터 살핀다. 산업화 과정에서 열악한 주거 현실에 놓인 노동자들이 펼친 ‘공동주택 건설운동’ ‘단일부엌주택운동’ 등 주거운동을 실천을 잘 담아냈다. 그 외에도 세입자보호 정책, 주택건설세 도입, 공공주택 건설 등 주거정책의 배경과 결과, 한계까지 놓치지 않는다. 정 장관은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주거정책 사례를 들며 주거가 ‘국가의 의무’이자 ‘시민의 권리’라고 강조한다.

   
▲ 정현백, <주거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 ⓒ 당대

“토지의 사용과 분배는, 그 남용을 예방하고, 모든 독일인에게 건전한 주택을 제공하고, 모든 독일가정 특히 다자녀가정에게 그 욕구에 부합하는 주거와 경제활동을 위한 거처를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에 의해 일정한 방식으로 감독 돼야 한다.”
(독일바이마르공화국 헌법 155조, 1918)

이 책에서 소개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정책과 운동 가운데, 여러 가구가 따로 거주하면서 세탁실이나 부엌을 공동으로 함께 사용하는 공동주택이 나온다. 우리도 도입하면 유용할 모델로 손색없다. 최근 우리도 공동육아 주택을 실험적으로 선보였다. 여성가족부와 경기도시공사가 경기도 공공임대주택인 '따복하우스' 내 공동육아나눔터 조성 협약을 맺었다. 정 장관의 <주거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이 멀게만 보이던 ‘주거 유토피아’에 쉬운 것부터 한 걸음씩 다가설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길 기대해 본다. 정 장관이 철학처럼 주거문제 해결로 가족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도록 말이다.


편집 : 임형준 기자

 

[안형기 기자]
단비뉴스 전략부장, 편집부, 청년부, 시사현안부 안형기입니다.
나방과 나비, 빛을 찾든 꽃을 찾든 누구나 처절하다.
함부로 손사래 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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