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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우리 표” 대 “변화의 민심” 공방
[현장] 5.9 대선 주요 정당 제천시 유세 스케치
2017년 05월 04일 (목) 07:28:44 나혜인 남지현 박수지 기자 wbdjffl514@naver.com

지난 2일 오후 3시쯤 충북 제천시 중앙로 1가 중앙시장. ‘홍준표’와 숫자 2가 큼직하게 쓰인 빨간 점퍼 차림의 자유한국당 권석창(제천단양) 의원이 시민들의 손을 덥석 잡으며 거리 유세에 한창이었다. 길 위에 좌판을 펼치고 나물을 팔던 할머니들이 손가락으로 숫자 2를 만들어 보이며 화답했다. 이름 밝히기를 거절한 한 할머니(66)는 “여기는 원래 다 2번 찍는다”며 “문재인은 너무 대통령 된 것처럼 으스대고 다녀 싫다”고 말했다. 인근 금은방 주인 손재열(60)씨도 “똑똑한 사람을 뽑겠다”며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앙시장 근처 명동 사거리에서 만난 주차관리요원 이모(85) 씨는 “젊을 때 다들 연애하면서 왜 그런 걸 가지고 서로 헐뜯느냐”며 ‘돼지 발정제 강간 모의‘로 물의를 빚은 홍 후보를 두둔하기도 했다.

   
▲ 제천 중앙시장에서 유세 중인 권석창 자유한국당 의원(맨 왼쪽)에게 상인들이 손가락으로 숫자 2를 만들며 화답하고 있다. ⓒ 남지현

의병대로17길 건너면 확 달라지는 분위기 

중앙시장 정문을 등지고 서쪽으로 서 있는 가동 건물을 지나면 폭 10미터(m) 남짓의 의병대로 17길이 나온다. 이 길을 사이에 두고 중앙시장과 마주 보고 있는 제천 문화의 거리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전통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에는 주로 50대 이상의 장·노년층이 오가지만 패스트패션(실용 의류) 매장과 중저가 화장품 가게 등이 밀집한 문화의 거리에는 젊은 층이 훨씬 많았다. 이날 오후 나경원 자유한국당 공동선대위원장이 이 거리를 찾았지만, 분위기는 무덤덤했다. 화장품 매장 직원 조가현(20) 씨는 “(한국당 유세로)길 한복판을 차로 막아 사람들이 다니기도 불편하고 시끄럽기만 했다”며 “나경원이 온 줄도 몰랐다”고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 제천 중앙시장과 문화의 거리는 물리적으로 가깝지만 정치적으로 먼 제천의 세대 격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박수지

이날 제천·단양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20여 명, 국민의당은 10여 명의 선거운동원들이 유세에 나섰다. 유세차량은 각 1대씩이었다. 지역 조직이 약한 바른정당과 정의당은 유세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자유한국당 권석창 의원실 장재혁 보좌관은 “언론에 보도되는 여론조사 결과와 이곳 지역 민심은 다르다“며 홍 후보가 우세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천에서 꾸준히 국회의원을 배출했고, 시의회 다수당으로서 자유한국당이 지역 발전에 기여한 점을 많은 시민들이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제천 이마트 앞 사거리에서 유세중인 더불어민주당 홍석용 제천시의원에게 운전자가 손인사로 화답하고 있다. ⓒ 나혜인

제천시 강제동 이마트 앞 사거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선거운동원들이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유세에 나선 홍석용 제천시 의원(가 선거구)은 “원래 제천은 자유한국당 텃밭이지만, 최근 유세를 다녀보면 변화의 민심이 느껴진다”고 힘주어 말했다. 홍 의원은 “열심히 손을 흔들어 화답하거나 ‘엄지 척(기호 1번을 의미)’ 포즈를 취하는 시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문화의 거리에서 초록색 팸플릿을 들고 2명씩 짝을 지어 유세 활동을 펼치던 국민의당 선거운동원들은 “원래 제천은 무조건 여당(한국당)이었다”며 “국민의당은 생긴 지도 얼마 안 됐고, 이 지역에 의원도 없으니 아무래도 관심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천(단양 포함)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의회 다수당은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이지만, 제천시장(이근규)은 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 출신이다.

   
▲ 제천 명동사거리에서 유세 중인 국민의당 선거운동원들. ⓒ 남지현

가족 간에 정치 이야기 안하는 시민들

세대별로 정치적 지향이 갈리면서,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거나 가족 간에 대선 이야기를 안 한다는 시민들도 꽤 있었다. 중앙로 1가 명동 사거리에서 국민의당 유세를 지켜보던 상인 안 모(46)씨는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에 관심이 없는 건지 아니면 없는 척을 하는 건지, 지지 후보를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문화의 거리에서 만난 40대 김 모씨는 “우리 또래는 정책을 보고 뽑으려고 하는데, 어르신들과 대화를 해보면 보수성향이 확고해 말이 잘 안 통한다”며 “나도 아버지와 정치 이야기는 잘 안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편집 : 고륜형 기자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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