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스쿨 사회교양특강] 전중환 교수
주제② 진화된 인간본성: 성차(性差)

수컷이 화려하게 진화한 것은 성선택의 결과

“수컷이 암컷보다 화려한 건 여러 상대와 교미하기 위해서입니다. 화려하고 멋있는 수컷은 포식될 위험이 커서 생존엔 불리하지만 암컷을 유혹해 번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죠.”

전중환 교수(경희대)는 암컷과 수컷의 교미와 관련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했다. 제일 화려한 형질을 가진 수컷은 암컷의 선택을 받는다. 따라서 수컷은 대개 다른 수컷과 경쟁하거나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정교한 구조를 지닌다. 이러한 형질은 짝짓기를 통해 자손에게 유전된다. 짝을 얻는 데 적당한 형질만이 자손에게 남아서 진화한다는 학설이 곧 성선택(Sexual Selection) 이론이다.

 ▲ 강의 중인 전중환 교수.  ⓒ 최원석

미국의 생물학자 로버트 트리버스(Trivers)는 성선택은 부모가 자식을 기르는 데 투자하는 노력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생긴다고 주장했다. 이를 ‘부모 투자(parental investment)'라 하는데 투자를 많이 하는 쪽이 귀한 자원이 되는 건 당연하다. 따라서 투자를 적게 하는 개체가 많이 하는 개체의 선택을 받기 위해 애쓴다.

예를 들어 포유류의 암컷은 난자를 만들고 자식 돌보는 일에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에 한정된 수의 자식을 낳는다. 반면 수컷은 정자나 자식에 대한 투자가 적으니 많은 개체를 퍼뜨려도 크게 상관없다. 그런데 대다수 종에서 암컷의 번식성공도는 배우자 자체가 아니라 배우자의 자원 또는 능력에 의해 제한된다. 암컷은 수컷이 자식을 얼마나 잘 뒷받침해 줄 수 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반면 수컷의 번식성공도는 자원이 아닌 배우자 자체에 의해 결정된다.

“사실상 수컷은 무한대의 자식을 얻을 수 있어요. 능력 있는 수컷은 ‘대박’이고 그렇지 않은 수컷은 ‘쪽박’이죠. 반면 암컷은 최소한 ‘소박’, 운 좋으면 ‘중박’이죠.”

남성의 폭력성은 능력을 과시하려는 태도

인간의 경우도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성선택의 결과’다. 남녀는 각자 번식하는 데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했다. 인간의 성역할 또한 다르게 진화했다. 남성은 여성보다 위험성 높은 선택을 많이 한다. 남성은 위험을 무릅쓰고 뭐라도 해야 번식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남성은 특히 매력적인 여성을 볼 때 신체적 위험을 감수할 가능성이 커진다. 매력적인 여성을 얻지 못하면 ‘쪽박’일 게 뻔하니까.

남성이 경제활동에서 위험성 부담이 큰 고배당 상품을 선호하고 번지점프나 스카이다이빙 같은 거친 스포츠를 즐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여성은 신체적 위험이 덜한 것을 선호하고 자신에게 위협적인 상황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금전적인 면에서도 안정적인 것을 원한다.

 ▲ 전중환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  ⓒ 최원석

또한 젊은 남성은 폭력에 기대는 성향이 높다. 이는 신체적 능력을 과시해 다른 남성들을 제압하고 여성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다. 젊은 남성의 폭력성은 대부분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남성의 폭력성은 점점 줄어든다. 언어적 폭력을 제외하고 동성간 폭력•살인 횟수를 분석해보면, 남성간 폭력•살인 횟수가 여성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다.

남성은 다수와 성관계 상상, 여성은 정서적 공감 원해

성관계 제안 수락 여부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성차도 매우 크다. 1989년 미국의 심리학자 러셀 클라크와 일레인 하트필드는 처음 만난 이성의 제안에 남녀 학생들이 각각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조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데이트에 동의한 사람은 남녀 모두 절반 정도였다. 하지만 ‘집에 따라가겠다’고 대답한 여학생은 겨우 6%인 데 견주어 남학생은 69%나 됐다. ‘하룻밤 같이 자자’는 제안에 여성은 0%, 남성은 무려 75%나 응했다.

전 교수는 남성은 성관계 횟수가 자식수와 직접 연관되기 때문에 하룻밤 성관계에 훨씬 더 강한 욕구가 생기도록 진화한 것이라고 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포르노를 더 많이 보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남성은 자신이 모르는 다수의 상대와 성관계를 상상합니다. 그래서 포르노를 즐겨보지만, 여성은 이미 알고 있거나 사귀고 있는 상대와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는 데 더 관심을 갖죠.”

 ▲ 전중환 교수. ⓒ 최원석
성관계에 동의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에도 뚜렷한 성차가 발견됐다. 사귄 지 5년 정도 되면 남녀가 동의하는 수가 비슷하지만 사귄 지 얼마 안 됐다면 남자와 여자의 의견은 확연히 다르다. 아무리 이상적인 상대라도 사귄 다음날 성관계를 요구한다면 여성이 수락할 확률은 0%이지만 남성은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

성적환상의 성차 역시 남녀가 다르다. 성적환상은 남녀의 행동을 만들어내는 욕망의 속성을 잘 드러내준다. 남성은 낯선 상대나 다수의 이성을 관계 대상으로 설정하고 육체적인 쾌락 그 자체를 중시한다. 한마디로 스토리 없는 성적쾌락만을 선호한다. 반면 여성은 스토리가 없는 것엔 별로 관심이 없다.

남성은 사물에, 여성은 사람에 관심

남성은 사물에, 여성은 사람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남성이 기계나 시스템에, 여성이 언어나 사회적 관계에 더 뛰어난 것 역시 진화의 결과다. 실제로 학문에 있어서도 남성은 컴퓨터, 공학, 물리학, 여성은 사회, 교육, 보육 같은 분야를 선호한다.

“기본적으로 남성은 여성보다 행복을 느끼는 통로가 좁아요. 여성은 정서적인 성공을 중시해서 행복을 느끼는 통로가 다양하죠. 남자들은 그렇지 않아요. 남성은 사회적 지위를 얻고 많은 자원을 확보한 뒤 번식 성공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활동에 몰두하죠.”

또 남성은 각종 병이나 사고, 자살 등으로 여성보다 일찍 죽는다. 많은 종의 수컷들은 경쟁적이고 위험한 상황을 기꺼이 감수한다. 그렇게 해야 자식 수를 효율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느라 각종 위험에 노출된 남성은 전염병이나 퇴행성 질병이 여자보다 더 잘 걸리게끔 되어 있다.

성차를 고려하는 게 진정한 양성평등

이처럼 남성과 여성은 다르게 진화했기에 똑같은 기회와 여건이 주어지더라도 관심과 태도가 다르니 결과 또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전 교수는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진화심리학에서 성희롱 예방책을 찾는 등 연구를 일상생활에 적용시킨다. 현대사회의 핵심쟁점 중 하나인 양성평등을 얘기할 때도 그는 ‘성차’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조직에서 구성원의 남녀비율이 50 대 50으로 공평하게 나누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차별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남녀의 특성과 선호 등 진화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남녀의 성차, 평균적인 흥미와 태도 등을 고려해 통계적으로 세밀하게 조정한 뒤에도 현격하게 균형이 맞지 않는다면 그것이 차별이죠.”


* 저널리즘스쿨특강은 <사회교양특강> <인문교양특강> <저널리즘특강> <문사철특강>으로 구성되며, 매 학기 번갈아 개설되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서울 강의실에서 일반에 공개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학기 <사회교양특강>은 김두식, 전중환, 박상훈, 구갑우, 김동춘, 박명림, 홍기빈 선생님이 맡는데,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의를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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