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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상상 : 냉동닭을 사랑한 남자
[독자기고] 전중환 교수 특강 기사를 읽고
2011년 05월 09일 (월) 12:31:39 이평재 pjlee@semyung.ac.kr

   
▲ 이평재 세명대 자연약재과학과 교수
<단비뉴스>에서 전중환 교수의 저널리즘스쿨 특강 기사를 읽다가 빵 터지고 말았다.

“어떤 남자가 매주 한 번 슈퍼마켓에 들러 냉동닭을 구매한다고 칩시다. 그런데 그가 냉동닭과 성행위를 한 다음 요리를 해서 먹는다면 그 남자의 행동은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있을까요?”

‘도덕’이라는 진화된 인간본성의 내면이 이렇게 간단히 드러날 줄이야! 난 그만 마시고 있던 커피를 뿜고 말았다. 냉동닭과 벌인 성행위는 적어도 요즘 저축은행과 관련해 벌어지는 일에 비하면 훨씬 도덕적인 듯한데......

그러나 그 기사의 다음 문장에서 ‘강의실 공기가 싸늘해졌다’는 대목을 읽고 일순간 당황했다. 도덕감정이 혼자 있을 때와 함께 있을 때가 이렇게 다르다니! 아마 그 강의를 들은 학생들도 혼자 이 기사를 읽었더라면 웃고 말았으리라. 반대로 내가 그 강의실에 있었더라면 싸늘한 공기에 동조했을 것이다.

‘즐거웠다’가 아니라 ‘우린 함께해서 찝찝했다’, 뭐 이런 상황. 내가 하는 상상을 상대방도 할 거고 서로 무슨 상상을 하는지 말 안 해도 알 수 있는데, 그 상상이 보통, 혹은 정상이라고 판단되지 않을 때 느끼는 거북함이 아닐까?

이 글을 읽고, 뜬금없이 시나리오 한 편을 생각해 보았다. 길지 않고 짧게.

눈이 휑한 남자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손에는 검은 봉지를 들고 있다. 남자는 주방으로 들어가 식탁 위에 검은 봉지를 올려놓는다. 남자는 조금 큰 냄비를 찾아서 물을 붓는다. 가스렌지 위에 올려놓고 불을 켠다. 불을 최대로 올렸다가 잠시 불을 끈다.

가스렌지 앞에서 잠시 무언가 고민하던 남자는 식탁으로 가서 검은 봉지 앞에서 식탁을 양손으로 붙잡고 손가락으로 식탁을 툭툭 친다. 눈을 들어 주방에 있는 시계를 바라보니 8시가 조금 넘었다. 남자는 가스렌지 불을 다시 켠다. 이번에는 약한 불로 맞추어 놓는다.

식탁으로 돌아온 남자는 검은 봉지에서 무언가를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냉동닭 한 마리였다. 그리고 남자는......(이 부분에서 자체검열을 하고자 하니 양해해주시라. 솔직히 상상력 부재를 인정한다.) 무언가 일을 마친 남자는 닭을 열심히 씻는다. 그리고 이제 막 끓고 있는 냄비에 닭을 넣는다. 남자가 닭을 열심히 먹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남자가 전화를 받는다. 상대방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남자 목소리만 들린다.

“어 잘 있어?”
“지금 저녁 먹는 중이었어!”
“어 알았어, 몸조리 잘하고.”

장면이 바뀌고 남자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품에 갓 태어난 아이를 안고 있다. 한 여자가 검은 봉지를 들고 따라 들어온다. 여자가 주방으로 가면서 말한다.
 
“배고프지? 벌써 8시네! 오늘은 당신 좋아하는 닭요리 할 건데, 나 엄마 집에 가있는 동안 닭요리 먹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어?”

남자가 말한다.
“음~~ 종종 내가 요리해서 먹었어.”

남자가 아이를 보고 말한다.
“아가야~ 네가 이때쯤 만들어진 거 같은데, 여보 안 그래?”

여자가 부엌에서 식탁에 검은 봉지를 올려놓으며 남자를 보고 웃는다. 남자도 웃고 아기도 웃는다. 그리고 끝.

이 부실한 시나리오를 생각하면서 냉동닭을 사랑한 이 남자의 상황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했다. 이 찝찝한 상황에 좀 더 많은 정보를 부여하면 솔직히 마음속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것도 진화의 산물일까?


* 냉동닭 이야기가 나오는 전중환 교수 저널리즘스쿨 특강 기사는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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