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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어플’로 만나 결혼까지
소셜데이팅 시대 ① 손바닥 안의 중매쟁이
2013년 11월 04일 (월) 15:36:49 박준용 허정윤 기자 dyd5415@naver.com

 

모바일 세대는 짝을 찾는 방식도 다르다? 기성세대가 집안 어른들의 중매나 친구·선후배의 ‘소개팅’ 등에 의존했다면 요즘 젊은 층은 이성을 만나는 창구로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 등을 활용한 ‘소셜데이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젊은 세대는 왜 소셜데이팅에 몰리는지, 이런 서비스에는 어떤 효용과 그늘이 있는지, 청년기자들이 입체적 취재를 통해 꼼꼼히 따져봤다. (편집자)

장맛비가 아직 위세를 부리던 지난 8월 2일 오후, 대학생 구정우(25·가명)씨는 서울 강남구 신사역 8번 출구 앞에서 우산을 쓴 채 아래쪽 계단을 바라보고 있었다. 힐끗 들여다 본 스마트폰의 시계가 3시를 알릴 무렵, 계단을 올라오는 초록색 원피스의 한 여성이 눈길을 잡아당겼다. 곱슬곱슬한 단발머리, 아담한 체형과 앳된 얼굴을 보고 구씨는 기다리던 ‘그녀’임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혹시 구정우씨 아니세요?”

   
▲ 요즘 20~30대 청년 중에는 주변사람의 소개에 의존하기 보다 소셜데이팅 서비스를 통해 개별적으로 데이트 상대를 찾는 이들이 많다. 사진은 충북의 한 대학에서 데이트 중인 남녀.ⓒ 박준용

거침없이 다가 온 그녀도 한눈에 알겠다는 듯 구씨에게 말을 걸었다. 아침 일찍 충남 당진의 집에서 서울로 온 구씨는 이렇게 해서 무사히 송지현(24·가명·대학생)씨와 만났다. 이들은 이성간 만남을 주선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이음’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됐고 이날 드디어 첫 데이트를 하게 된 것이다. 이미 사진을 봤고 직업과 종교, 취미 등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알고 만나 그런지 서로에게 낯선 느낌이 크지 않았다. 둘은 곧 우산 하나를 함께 쓰고 인근의 카페로 향했다.

여성 직장인 57%가 “서비스 이용해봤다”

구씨와 송씨의 만남은 요즘 대학생과 직장인 등 청년층 사이에 크게 늘어나고 있는 ‘소셜데이팅’의 전형적인 모습 중 하나다. 소셜데이팅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을 기반으로 데이트 상대를 찾아주는 서비스로, 현재 ‘이음’ ‘마음씨’ ‘코코아북’ ‘오랜지머핀’ 등 수십여 회사가 성업 중이다. 코코아북이 지난 2011년 20~32세 학생 및 직장인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해봤더니 여성 직장인 중 57%가 ‘소셜데이팅을 통해 이성과 만난 적이 있다’고 답변했을 정도로 널리 확산돼 있다. 2010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음이 지난해 9월 3억원의 월매출로 자체 최고기록을 세웠고, 올해초 문을 연 마음씨가 6개월 만에 월매출 3000만원을 달성하는 등 소규모업체들로서는 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소셜데이팅 서비스를 통해 만나서 결혼하는 커플도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결혼식을 올린 김소현(가명)씨 부부의 모습.ⓒ 김소현 제공
소셜데이팅은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지 않고 특정 다수와 대화하는 기존의 인터넷 채팅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서비스 가입자가 이름과 사진, 직업 등 신상정보를 등록하면 그것을 기반으로 성향이나 종교, 학력, 취미 등 일정 기준에 따라 적합한 데이트 상대를 찾아준다. 주로 스마트폰 사용자가 앱스토어(응용프로그램 장터)에서 어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아 회원으로 가입하면 각 업체가 컴퓨터프로그램을 통해 적합한 상대를 ‘매칭(연결)’ 해주는 방식이다. 가입자로서는 상세한 인적사항을 밝혀야 하기 때문에 진지한 만남을 전제로 가입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들 서비스를 통해 연인을 만나 결혼에 이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수원에 사는 김소현(31‧가명‧피아노학원 교사)씨도 소셜데이팅 서비스를 통해 남편 박영조(33‧가명‧회사원)씨를 만났다. 김씨는 지난 2011년 ‘클럽센트’에 가입한 뒤 종교가 같고 취미가 비슷한 박씨를 소개받았다.

“첫 만남은 긴장의 연속이었어요. 소셜데이팅으로 사람을 만나는 게 처음이라 ‘혹시 불온한 의도를 갖고 나온 사람은 아닐까’하는 불안감도 있었죠. 그래서 그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타게 됐을 때 조수석 아닌 뒷좌석에 앉았어요.” 

운전석과 뒷좌석의 어색한 첫 만남은 그러나 곧 진지한 교제로 이어졌고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렸다.

모바일 세대, 신속하고 경제적인 만남 선호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이렇게 소셜데이팅이 활성화하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인연을 소개받을 창구가 점점 줄어드는 세태를 우선 지적했다. 가벼운 만남과 헤어짐, 이혼 등이 급증하면서 친구나 친지에게 데이트 상대를 소개해줬다 욕만 먹는 결과가 생기지 않을까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는 것이다. ‘마음씨’를 운영하는 이계익(29)대표는 “주선자가 잘못 소개했다가 핀잔을 듣거나 성사됐다가도 이혼하면 난처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소셜데이팅은 전문화된 시스템을 통해 만남의 기회를 주선해주기 때문에 각광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어플을 통한 만남’에 거부감이 없고 모바일 기반의 기동성과 신속성을 편리하게 생각한다는 점도 중요한 배경으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위치기반 서비스를 활용해 인근에 있는 데이트 상대를 소개받으면 그날 바로 약속을 잡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경희대 사회학과 송재룡 교수는 “20대부터 40대까지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오프라인 공동체의 관계와 의사소통 양식에 의존하지 않고 온라인에 기반한 만남을 선호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기업형 결혼정보업체와 달리 경제적 부담이 적다는 것도 소셜데이팅의 장점이다. 기성 결혼정보업체의 경우 가입비만 해도 100만원이 넘는 경우가 많은데, 소셜데이팅은 한 사람을 소개받는 비용이 대부분 1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주머니가 얇은’ 젊은층이 바라는 ‘쉽고 빠른 만남’의 수요를 잘 공략하고 있는 셈이다.

   
▲ 대형포털 네이버의 앱스토어에서 '소셜데이팅'을 검색하면 수십개의 관련 어플리케이션이 뜬다. ⓒ네이버 화면 갈무리

이계익 대표는 “미국의 경우 ‘바두’와 같은 소셜데이팅 서비스의 시장규모가 우리 돈으로 4조원을 넘고 청춘남녀의 3분의 1이 이용할 정도”라며 “비용 부담이 적고 (소개의) 질적 수준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성사될 때까지) 거의 매일 소개해준다는 점이 소셜데이팅의 성장 비결”이라고 자평했다. (계속)


 * 이 기사는 KBS와 단비뉴스의 공동기획 '청년기자가 간다' 시리즈로 <KBS뉴스> 홈페이지와 <단비뉴스>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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