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아르바이트 ② 목숨 걸고 일하는 건설현장

“월 200만~300만원 보장. 21~50세, 초보자도 가능. 당일 취업 가능. 단순노무여서 빠르게 업무 습득. 근무환경 비교적 안전.”

‘알바천국’, ‘알바몬’ 같은 아르바이트 중개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설일용직 구인광고다.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일해서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고 싶은 대학생들에게 솔깃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실제 경험자들은 주말과 궂은 날 등을 빼면 야근을 해도 200만원 이상 벌기는 어렵고, 무엇보다 ‘안전하지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보호장비 지급하고 욕설은 줄였으면”

등록금과 자취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대학생 허승(20·서울 동대문구)씨는 여러 공사장에서 크고 작은 사고를 목격했고 자신도 부상을 입었다. 대형호텔과 재래시장건물 보수공사, 주택의 인테리어 시공 현장 등에서 무거운 자재를 옮기는 일을 주로 했는데, 소규모 하청업체들의 경우 안전교육 없이 초보자에게 곧바로 일을 시켰다고 한다.

▲ 등록금과 자취비용 마련을 위해 건설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허승씨. 소규모 업체들의 경우 보호장비를 주지 않고 안전교육도 소홀해 사고가 자주 난다고 말했다. ⓒ 김태준

“(보호장비를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화를 신지 않은 상태에서 자재를 나르다 떨어뜨려 발을 다치는 경우가 많았어요. 피가 엄청나게 나는 사람을 본 적도 있고요. 저도 무거운 나무를 나르다 함께 일하던 사람이 떨어뜨리는 바람에 발에 금이 간 일이 있어요.” 

허씨는 처음에 뼈를 다친 사실을 몰랐다가 갈수록 발이 아파 병원에 가서 알게 됐는데, 업체가 보상절차 등에 대해 알려주지 않아 치료비는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기업들이 작업자를 위해 안전화, 안전모 등 기본적인 보호장비를 지급하고, 함께 일하는 어른들은 함부로 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신참들을 마구 대하는 풍토가 있어, 심한 욕설을 못 견디고 그만 두는 청년들도 있었다고 한다. 

“안전한 현장은 없었다”  

▲ 서울 성동구의 한 건설현장. 자칫 부주의하면 곳곳에 설치된 철근이 대형사고의 흉기가 되기도 한다. ⓒ 김태준

▲ 서울 동대문구 한 공사장 입구의 중장비. 건설현장에 익숙하지 않은 아르바이트 대학생에게는 쉴 새 없이 오가는 중장비도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다. ⓒ 김태준

용돈을 스스로 벌어 쓰겠다는 생각에 3~4년 전부터 틈틈이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대학생 심운보(25·울산)씨는 “모든 현장이 위험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8월쯤 울산의 신항만 방파제 공사현장에서 일했던 게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철골구조물의 녹을 산업용 녹제거제로 닦아내는 일을 했는데, 실수로 약품이 눈 주변에 튄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눈가에 약품이 닿았을 때 굉장히 따끔했어요. 염산과 인산계열의 약품이라는데, 눈에 들어갔다면 정말 위험했을 상황이었대요. 하지만 누구도 조심하라는 주의를 미리 주지 않았어요.”

지난 5월 울산 석유화학공단 내 한 회사에서의 작업도 그랬다. 방진복과 목장갑을 착용하고 건축물에 부착된 글라스울(유리로 만든 섬유)을 철거했는데, 세밀한 입자의 글라스울이 목장갑을 뚫고 피부로 파고들었다. 닿을 때마다 간지럽고, 그 부위를 긁으면 빨개졌다. 나중에 알아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성분이 각막이나 호흡기 등을 자극할 경우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을 시키는 업체는 그런 위험성이나 안전수칙을 알려주지 않았고 고글(보호안경)이나 안면보호장구도 주지 않았다.

▲ 건설 중인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자재 도착을 기다리고 있는 인부들. 대형 공사장은 대부분 기본적 안전망이 설치되어 있으나 공기에 쫓기다 보면 작은 실수가 큰 안전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 김태준

“현장에서는 하루 이틀 일하는 학생들이니 큰 문제없다는 식이었죠. 그날 하루 일당으로 받은 돈이 6만원이었는데 건강을 담보로 일한다는 생각에 서글펐죠.”

상가건설현장 등에서 3년째 일용직으로 일하며 아르바이트 나온 대학생들을 많이 봤다는 이모(36·부산)씨는 “잠깐 일하는 젊은이들한테는 안전보호구도 안 주면서 위험한 일을 많이 시키고, 그걸 거부하면 돈도 제대로 안주고 집에 가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시키는 대로 빠릿빠릿하게 일하지 않거나 말대꾸 했다는 이유로 구타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계속)

                          


학비와 생활비 등의 경제적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짧은 기간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고위험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숙련 임시직인 '청년 알바'는 작업장 안전조치가 허술한 여러 산업현장에서 가장 쉽게 사고에 노출되고, 종종 목숨을 잃기까지 한다. 이처럼 위험한 아르바이트의 실태를 청년기자들이 생생한 현장체험과 심층취재를 통해 파헤치고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 이 기사는 KBS와 단비뉴스의 공동기획 '청년기자가 간다' 시리즈로 <KBS뉴스> 홈페이지와 <단비뉴스>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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