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하락에 수출기업 울상, 수입업체와 소비자는 반색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원달러환율이 15개월 만에 기업들의 심리적 저지선으로 꼽히던 달러당 1080원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요즘 환율이 왜 이렇게 떨어지고 있나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외부적 요인으로는 미국의 3차 양적완화와 유럽중앙은행의 국채매입프로그램 가동 등 선진국들이 계속 돈을 풀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엄청나게 풀린 글로벌유동성, 즉 국제자금이 우리나라 같은 신흥국에 몰려들면서 이 나라들의 통화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는데, 국내 외환시장의 경우 달러물량이 많아지니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올라가고, 원달러환율은 내려가는 것이죠. 참고로 미국이 3차 양적완화를 발표한 지난 9월13일에 1128.4원이었던 원달러환율은 약 3개월만인 어제(11일) 1076.7원으로 4.6%가량 떨어졌습니다. 그만큼 원화가치 올라간 것이고요. 또 ‘불황형흑자’라고 해서, 수출경기가 나쁜 와중에 수입이 더 많이 줄면서 무역흑자가 계속 쌓이고 있다는 것 역시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공급이 늘어나 원화가치가 올라가는 원인이 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최근 상향조정된 것도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역시 원화값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하겠습니다.

김: 원화환율이 떨어지면 우선 수출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이 나빠진다며 걱정하는데요,  지금 어느 정도나 우려스런 상황인가요.  

제: 환율이 떨어지면 달러기준으로 같은 양의 물건을 팔아도 우리 돈으로 환산했을 때 수입이 줄기 때문에 수출기업들에게는 손해죠. 그렇다고 마음대로 달러로 된 물건값을 올릴 수도 없고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조사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손익분기점이 대기업은 달러대비 원화환율 1059원, 중소기업은 1102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소기업들은 수출로 이익을 낼 수 있는 한계환율 아래로 이미 떨어졌고, 대기업들도 위기감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0월에 수출기업 160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것을 보면 응답기업의 52.6%가 환율하락으로 피해를 보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환율이 더 떨어졌으니 피해기업도 증가했을 것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연 3000억원, 현대기아차는 연 2000억원 감소한다고 합니다. 아직 이들 대기업이 큰 피해를 입는 정도는 아니라고 합니다만 긴장할 수밖에 없죠. 수출기업들 중에서도 가전, 석유화학, 반도체디스플레이, 음식료, 자동차철강금속, 조선플랜트기자재, 정보통신기기, 기계정밀기기 등의 순으로 환율하락에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0.4% 포인트 하락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보다 걱정되는 것은 급속히 들어온 달러자금이 해외여건 변화에 따라 어느 순간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금융시장불안과 경제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엔화 환율도 떨어져 수출업체 부담 가중, 원자재 수입 많은 기업들은 화색

김: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 뿐 아니라 일본 엔화 대비 환율도 떨어지고 있는데요, 이건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제: 일본 엔화 대비 원화환율은 지난해 말 약 1485원에서 어제(11일) 약 1305원으로 약 12% 떨어졌는데, 이는 원화가 달러에 비해 가치가 올라간 반면 엔화는 달러에 비해 가치가 더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일본제품과 경쟁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가격경쟁력이 그만큼 악화됐다는 의미라고 하겠습니다. 일본 엔화가치가 최근 이렇게 떨어지는 것은 일본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가 “일본경제 활성화를 위해 윤전기로 엔화를 찍어 풀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돈을 찍어서라도 많이 풀어서 엔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일본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높여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입니다. 예전에 미국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는 것처럼 달러를 푼다고 해서 ‘헬리콥터 벤’으로 불렸는데, 아베 신조 총재는 요즘 ‘윤전기 아베 신조’라고 불리고 있다고 하네요. 이 때문에 엔화가치가 달러화에 비해서도, 원화에 비해서도 하락하는 추세가 앞으로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어서 우리 수출기업들에게는 그만큼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김: 많은 사람들이 원달러환율 하락에 대해 걱정스러워 합니다만 환율하락의 긍정적 측면도 있지 않습니까? 

제: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연간 무역규모가 1조 달러인데요, 이 중 절반이 수출, 절반이 수입입니다. 그러니까 원달러환율이 떨어져 수출이 어렵게 됐다는 걱정은 절반의 시각일 수 있습니다. 왜냐면 환율이 떨어지는 경우 수입업체들에게는 원화로 환산한 수입품 가격이 낮아져 채산성이 높아지고, 그만큼 국내 물가안정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환율하락은 내수기업과 소비자에게는 유리합니다.  그동안은 우리 정부가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에 치중하면서 고환율정책, 즉 원화가치를 낮게 유지하는 정책을 써서 수출대기업들에게는 유리했죠. 반면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내수기업과 소비자, 임금근로자들에게는 고통이 따랐고요. 그러니 환율이 하락하는 것, 즉 원화가치가 올라가는 데 긍정적 측면도 있다는 것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하겠습니다. 기업들 중에도 원자재 수입이 많은 기업들은 요즘 희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포스코는 철광석 원료탄 등 원자재 수입가격이 원화 기준으로 낮아졌는데,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연간 이익이 600억원 가량 증가한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항공사들도 원료인 기름값이 싸지고 달러화로 지급하는 항공기 리스료 등도 원화기준으로 줄어드는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쓰는 달러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니까 해외여행객이 늘어서 관광업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요. 또 해외여행자, 유학생에게도 환율하락이 유리합니다.  

정부는 환율하락 억제 노려…인위적인 환율 개입보다 외화관리수단 강화가 우선

김: 그러면 최근의 환율 움직임에 대해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제: 정부는 일단 급격한 환율하락이 수출 등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보고 환율하락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외환당국자가 ‘구두개입’ 즉 환율방어에 나서겠다는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외환투기세력에게 경고를 하기도 하고요. 선물환포지션한도 축소 등 제도적인 대응책을 동원하기도 했습니다. 선물환포지션한도는 은행의 자기자본대비 선물환 보유액 비율을 의미하는데, 간단히 말해서 이것을 축소하면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공급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정부는 내년 1월1일부터 선물환포지션한도를 국내은행의 경우 40%에서 30%로, 외국은행 국내지점은 200%에서 150%로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또 은행들이 보유한 외채에 물리는 은행세, 즉 거시건전성부담금의 요율을 인상해서 달러유입을 억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김: 아까 환율하락에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을 살펴봤는데요, 현재의 정책 대응에서 어떤 점이 보완되어야 할까요?

제: 우선은 현재의 원달러환율 하락, 즉 원화가치 상승이 이유가 있고 추세적인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이를 되돌리려는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고 실효를 거두기도 어렵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인위적으로 높은 환율을 유지하는 것은 내수활성화와 물가안정 등 국민경제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환율변동이 너무 급격히 일어나는 것을 완화하는 정도의 미세 조정에 그치는 게 바람직합니다. 정부가 더 신경 써야 할 것은 지금처럼 급속하게 들어온 외국자금이 어느 순간 한꺼번에 빠져나가 경제를 교란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수출입의존도와 금융시장의 개방성이 너무 높아 서 대외변수로 인한 경제불안 가능성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미진한 외환관리수단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토빈세 개념의 외환거래세, 즉 국경을 넘나드는 자금에 약간의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외국자금의 급속한 유출입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을 정부가 가질 수 있게 되고, 드나드는 자금에 비례해 세금수입이 확보되기 때문에 복지 등에 쓸 재정을 확충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편 수출기업들은 앞으로 인위적 고환율의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기술향상, 서비스개선, 브랜드경쟁력 제고 등 ‘품질’을 통해 살 길을 찾아야 할 것이고, 특히 중소기업들은 환변동보험 등 환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12월 12일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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