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극빈층’에 집중한 선별복지 문제...제도의 틀 바꿔야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진행자): 연말연시를 맞아 ‘가난한 이웃을 돌아보자’는 움직임이 부쩍 많아진 가운데 우리나라 빈곤층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우선 빈곤층은 어떤 기준으로 정의하는 것인가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빈곤층을 정의하는 방식은 소득이 그 사회의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인구를 따지는 절대 빈곤층 개념과, 중위소득의 절반에 못 미치는 인구의 비율을 따지는 상대적 빈곤층 개념이 있습니다. 이 중 연도별, 국가별 비교에 주로 쓰이는 것이 상대적 빈곤층 개념입니다. 상대적 빈곤층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한 나라의 모든 가구를 연소득 순서에 따라 일렬로 세울 때 가장 가운데 있는 가구의 소득을 중위소득이라고 하고, 이 중위소득의 50% 즉 절반에 못 미치는 가구를 빈곤층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참고로 중위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중산층, 150% 이상인 경우 고소득층이라고 분류합니다. 전체 가구 중 상대적 빈곤층에 해당되는 가구의 비율을 그 사회의 빈곤율이라고 하죠. 

6가구 중 한 가구는 ‘빈곤층’

김: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층은 과거보다 얼마나 늘었습니까.

제: 통계청이 지난 21일 발표한 ‘2012년 가계금융∙ 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2011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층 비율, 즉 빈곤율은 전체 인구의 16.5%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그 전 해인 2010년의 14.7%에 비해 1.8%포인트 늘어난 것인데, 80년대 이후 빈곤율이 가장 낮았던 1992년의 7.68%에 비하면 두 배나 되는 수치입니다. 지난해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구의 중위소득이 1996만원이었는데, 이것의 50% 즉 998만원보다 연간소득이 적은 가구가 6가구 중 한 가구인 셈입니다.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중에서도 아주 높은 편에 해당합니다. 가구 특성별로 빈곤율을 보면 1인가구는 50.1% 즉 절반가량이 빈곤층이고, 취업자가 없는 가구의 빈곤율은 66.7%나 됐습니다. 또 조부모와 손주만 사는 조손가구의 빈곤율은 59.5%였고 장애인가구 38.9%, 한부모가구 37.8%, 다문화가구의 20.8%가 빈곤층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김: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이렇게 빈곤층이 오히려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상대적 빈곤층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는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경쟁을 심화시키는 경제정책의 영향으로 분배구조가 악화되면서 부익부빈익빈, 즉 경제양극화가 심해진 때문입니다. 중산층 가운데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인구가 갈수록 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최근의 변수로는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일자리 사정이 더 나빠진 것이 빈곤층 증가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기업들이 저임금에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을 많이 늘리면서 노동자 가구의 사정이 나빠진 게 우리 사회 빈곤층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죠. 반면 빈곤층을 포함한 국민의 기초생활을 지원해 주는 복지제도, 즉 주거와 보육 교육 건강 등에 대한 국가적 지원체계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이죠. 

김: 우리나라는 특히 노인빈곤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있던데, 실제로 어느 정도 입니까.

제:2011년을 기준으로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45.1%입니다. 노인 두 명 중 한 명은 빈곤층이란 뜻이죠. 이런 노인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심각한 수준입니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보다 경제력이 뒤지는 멕시코의 노인빈곤율은 28%, 경제가 파탄이 난 그리스도 22.7%로 우리의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OECD 평균 노인빈곤율은 13.5%인데, 우리나라는 3배를 넘는 수준의 노인빈곤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죠. 얼마 전 전남 고흥에서 할머니가 전기요금 15만원을 내지 못해 전기가 끊기자 촛불을 켜고 지내다 집에 불이 나 외손자와 함께 숨지는 사고가 있었죠. 이것이 1인당 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선 나라에서 빈곤한 노인세대가 처한 가슴 아픈 현실의 한 단면입니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특히 가난한 것은 적절한 노인 일자리가 부족하고, 연금 등 복지제도 역시 미비하기 때문입니다. 선진국은 고령화가 진전되기 전에 연금 등 각종 복지제도가 갖춰진 반면 우리는 복지를 확충하기에 앞서 고령화와 가족해체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대책 없이 가난한 노인들이 급증했습니다.

중산층 포함한 보편복지 늘려야

김: 빈곤층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제: 기초수급지원과 노령연금 등 각종 제도가 있긴 한데, 문제는 대상이 너무 제한적이고 지출규모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심하게 가난함을 입증해야 도움을 받는’ 선별적 복지인데다 전체 복지지원규모는 너무 적은 것이죠. 그나마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기초수급 대상자 수가 더 줄어드는 등 빈곤층 복지가 후퇴하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기초수급 수혜자는 지난 2009년 157만명에서 올해 9월 현재 141만명으로 줄었는데요, 2010년부터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이 본격 가동되면서 실제로 부양을 안 하는데도 소득 있는 자녀가 서류상 존재한다는 이유로 혜택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이 때문에 기초수급에서 제외된 노인이 절망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일어났죠. 우리나라 빈곤층 복지는 수급자가 되면 다양한 혜택을 받고, 탈락하면 다 사라지는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형 복지로, 그 보다 조금 위의 가난한 사람들(차상위계층)은 거의 아무런 혜택을 못 받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또 기초수급자가 시간제 일이라도 해서 소득이 늘면 그만큼 수급혜택을 줄이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근로 기회를 막는 모순도 안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적어도 주거와 보육, 교육, 의료 등 기초생활에 있어서는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보편적 복지제도를 점진적으로 확충해 나가야 빈곤층의 생활개선은 물론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경제정책의 기조자체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수출대기업 위주에서 벗어나 내수,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을 배려하고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단결권보호를 지원하는 쪽으로 전환되어야 빈곤 문제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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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12월 26일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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