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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맞는 여인’이 이란의 전부는 아니다
[마음을 흔든 책] 유달승 ‘이슬람 혁명의 아버지, 호메이니’
2012년 07월 13일 (금) 21:18:27 서영지 기자 syj326syj@naver.com
 
   
▲ 영화 <더 스토닝>의 한 장면.

이란의 작은 마을에서 한 여인이 ‘간통’ 누명을 쓰고 심판대로 내몰렸다. 남편이 어린 여자와 재혼하기 위해 꾸민 음모였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 여인을 투석형에 처하기로 한다. 땅 속에 하체를 파묻힌 채 떨고 있는 그녀를 향해 남편이 돌을 던진다. 이마에서 피가 흐르고, 여인은 공포와 원망, 서러움이 응축된 신음을 가늘게 터뜨린다.
 
지난달 14일 국내 개봉한 미국 영화 <더 스토닝>의 장면들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 영화는 관객들이 ‘여인을 돌로 쳐 죽이는 미개한 나라’에 대해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든다. 그래서 관객들이 가진 이란에 대한,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은 더욱 강화된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미국의 미디어가 그려온 이란의 모습을 반복했다. ‘이슬람 광신도들의 나라’, ‘여성을 끔찍하게 억압하는 국가’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그건 미국의 시각으로 그린 모습일 뿐”이라고 이의를 제기한다. 최근 펴낸 책 <이슬람 혁명의 아버지, 호메이니>를 통해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이란에 유학 갔던 유 교수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시각이 아닌, 우리의 시선으로 이란을 제대로 보도록 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1989년까지 이란을 정치적으로, 종교적으로 통치했던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삶을 통해 이란의 현대사를 보여주면서, 얽히고 설킨 미국과의 관계를 설명한다. 
 
석유로 얽힌 이란과 미국의 악연
 
   
▲ <이슬람 혁명의 아버지, 호메이니> 표지.
이란과 미국의 악연은 19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지원을 받던 이란의 팔레비 왕정이 힘을 잃고, 민족주의 연합인 ‘국민전선’이 광범위한 대중의 지지를 받던 때다. 당시 국민전선 지도자인 무함마드 모사데크는 석유시설 국유화를 주장하면서 영국의 수중에 있던 원유통제권을 되찾으려 했다. 그러자 영국은 즉각 미국과 손을 잡고 석유 수출을 봉쇄했고, 모사데크는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았다.
 
석유에 대한 야심을 가졌던 미국은 이어 ‘아작스 작전’을 통해 모사데크 정부를 전복하고, 팔레비 왕정을 복원했다. 팔레비 왕정은 미국에 대한 ‘보은’ 차원에서 석유시설에 대한 특권을 보장해줬고, 한편으로 ‘사바크(SAVAK)’라는 정보기관을 창설해 반정부 세력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그 중에서도 ‘검은 금요일’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학살극은 이란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한국으로 치면 1980년 5.18 광주항쟁과 비슷한 사건이었다.
 
국민의 반발은 거세졌고 호메이니를 중심으로 한 반정부세력의 투쟁도 갈수록 격화됐다. 종교지도자인 호메이니는 국민들에게 정신적 스승과 다름없었다. 호메이니의 영향력을 두려워한 팔레비왕은 그를 국외로 추방했지만, 국민들은 저항은 멈추지 않았다. 1979년 마침내 호메이니가 이끄는 세력이 팔레비 왕가를 축출하고 ‘이슬람 혁명’에 성공했다. 이것은 미국에게는 재앙이었다. 
 
“이슬람의 영토에 대한 외국인의 정치적, 경제적 지배는 결국 이슬람 세계를 노예 상태로 만들고 이슬람을 쇠퇴시킬 것이다. 이러한 지배에 대항하여 외국상품 불매운동이나 외국인들과의 거래와 협력을 금지하는 방법을 통해 그들을 쫓아내야 한다.”
 
이렇게 선언한 호메이니는 석유시설을 국유화하고 미국 기업을 포함한 서방 세력을 이란에서 쫓아냈다. 그는 이슬람의 가치와 이상을 토대로 둔 성직자가 다스리는 나라를 건설하고자 했다. 특히 이란은 미국이 팔레비 왕정의 복귀를 지원하는 것으로 의심해 갈등을 빚었으며, 이 과정에서 1979년 11월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에 이란 과격파 학생시위대가 난입, 50여명의 미국인을 인질로 잡고 무려 444일간 억류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단절된 양국의 관계는 지금까지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적대관계인 미국이 아닌 우리 시각으로 이란을 봐야 
 
최근 미국이 이란의 핵개발을 이유로 석유 수출 등의 제재조치를 취한 것 역시 이러한 역사의 연장선에 있다. 이와 관련해 유 교수는 “우리가 덩달아 이란에 등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란은 풍부한 석유자원과 천연가스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 공산품 등의 중요한 시장이기도 하다. 한국은 이란의 4대 교역국 중 하나고, 이란은 한국의 4대 원유 공급국이다. 이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3,000여 개나 되고, 한국산 가전제품과 자동차 등은 이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경제협력과 함께 한국 드라마 등을 통해 이란 사람들이 갖게 된 우호적 감정도 대단하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처럼 미국이 보여주는 ‘야만적 이란’의 모습에만 기울어선 안 된다는 것이 유교수의 주장이다.
 
<더 스토닝>은 세계 유수영화제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형벌, 그날의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포스터처럼 영화는 관객들의 분노를 자극한다. 이런 ‘실화’가 분개할 일인 것은 분명하고 이런 비인간적, 야만적 관습을 극복할 과제를 이란이 안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사건 만으로 이란 전체를 ‘미개한 나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유 교수의 주장이다.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사고가 마치 날마다 되풀이 되는 것처럼 묘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적국’의 시선에 경도된 ‘돌팔매질’ 대신 우리의 입장에서 이란이라는 나라를 바라보는,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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