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런두런경제]박경철, 제정임, 이성철의 생생토크

박경철(KBS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한 주간 주목해 봐야 할 뉴스를 통해서 한국 경제를 진단하는 시간입니다. 2010년 6월 마지막 주 생생토크. 세명대학교 저널리즘 스쿨 제정임 교수, 한국일보 경제부 이성철 부장 두 분 나오셨습니다. 월드컵 얘기 빼고 넘어갈 수 없는데, 두 분 새벽에 일어나서 나이지리아전 보셨습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저는 축구 보려고 일어났던 건 아니고, 새벽에 일할 게 있었는데, 서재에 있다가 거실에서 ‘와’ 소리가 나면 “어떻게 된 거야?” “누가 넣었어?” 이러면서 봤습니다.

이성철(한국일보 경제부장): 저는 경기 10분전에 일어나서 집사람, 아이와 다 함께 붉은색 티셔츠로 갈아입고 제대로 응원했죠. 그 즈음에 아파트 불이 동시에 켜지더라고요. 저희가 하도 뛰어서 나중에 아래층에서 불평을 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웃음)

박: 이부장님은 내기도 하셨나요?

이: 제게는 매우 뜻 깊은 월드컵이었던 게, 사상 최초 원정 16강을 달성했다는 것도 좋았지만, 편집국장 이하 데스크들끼리 내기에서 제가 유일하게 2:2를 맞혔습니다. 내기에서 이긴 건 생전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욕먹을 얘긴지도 모르지만, 김남일 선수가 페널티킥을 줬을 때, ‘제발 16강에 들어가되, 이 골이 들어가면 내가 딴다’는 생각을 하게 되던데요.(웃음)

박: 부장님은 언론사 데스크시니까 뉴스 고르는 게 일이실텐데, 최근엔 월드컵이라는 빅 이벤트가 있어서 일이 좀 수월하지 않았습니까?

이: 사실 이번 주에 대단히 굵직한 이슈들이 많았습니다. 일단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상임위에서 부결되기도 했고요, 또 역사적으로 6.25 발발 60주년이라는,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중요한 대목이 있었고. 하반기 경제 운용계획 발표와 건설업 구조조정, PF(프로젝트파이낸싱) 공적자금 투입 등 굉장히 많은 이슈들이 있었는데, 월드컵 뉴스에 다 밀렸죠. 전에 영국의 한 신문이 월드컵 기간 중에 ‘축구 때문에 가려진 중요 이슈들’을 1면 톱으로 실어 큰 반향을 일으킨 일이 있는데, 우리도 월드컵 열기 속에 소홀히 하고 있는 것들이 없는지 잘 짚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월드컵 마케팅, 브랜드 노출효과 약 15조원

박: 예 공감합니다. 제 교수님, 요즘 월드컵 마케팅으로 기업들 덩달아 바쁘죠?

제: 네, 월드컵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뜨거우니까, 이걸 매출 확대로 이어보려는 유통업체들, 금융업체들이 아주 적극적입니다. 한 백화점은 우리 팀이 골을 하나 넣을 때마다 고객을 추첨해서 1등 한명에 2천만 원, 2등은 8백 명에게 각 10만원을 지급하는 행사를 하고 있는데, 이미 1등 상금만 1억원이 나갔다고 합니다. 은행들은 월드컵을 겨냥한 예적금 상품을 별도로 내놨는데, 16강에 오르면 연 0.2% 포인트의 금리를 더 얹어주고 8강에 오르면 연 2%를 더 주는 상품도 내놨습니다. 증권사와 카드사도 비슷한 마케팅을 하고 있고요.
 그런데 우리 대표팀이 잘 할수록 손해를 보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삼성화재나 현대해상 같은 손해보험 회사들인데, 월드컵 마케팅을 하는 회사들이 상금보상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대표팀이 잘하면 보상금이 나가거든요. 그래서 우리 팀의 선전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죠.

박: 실제 이름이 ‘남아공’, ‘심육강’ 이런 분들도 있어서 월드컵 행사에서 경품을 받더군요. 이부장님, 기업들이 이렇게 요란하게 마케팅 하는 것, 정말 경제적 효과가 있습니까? 기업이 손해 보는 짓을 절대 안 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드는데.

이: 가장 큰 것은, 브랜드 노출 효과겠죠. 특히 이번에 현대 기아차 같은 경우는 남아공 월드컵 공식 스폰서인데, 이번에 대박을 터뜨렸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당장에 현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기아차의 로고가 언론에 노출되고 관중들에게 인식되는 브랜드 노출효과가 무려 15조원까지 될것이다 하는 추산이 나오더군요.

월드컵 그리고 경제이슈들

박: 제 교수님. 이번 주 중요한 경제뉴스 어떤 것들을 꼽으셨습니까.

제: 우선은 우리가 지금껏 이야기한 월드컵 마케팅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는 뉴스,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있어서 꼽아 봤고요. 다음으로 국회 상임위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됐다는 소식인데, 수정안이 철회되면 세종시에 투자하기로 했던 기업들에게도 영향이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금융위원회가 공인인증서 이외의 인증방법을 전자금융거래에서 허용하기로 한 결정인데요, 작은 뉴스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스마트폰을 통한 전자금융 거래 활성화의 계기가 되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고 봤습니다.

박: 공인인증서 때문에 스마트폰 활성화에 걸림돌이 많았다고 볼 수 있죠. 이와 관련해서 금융감독원 출신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공인인증서 방식을 고집했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어쨌거나 둑이 무너지는 군요. 이부장님은 어떤 뉴스 준비하셨습니까.

이: 저도 우선 월드컵이 가져오는 경제 효과 주목해봤고요, 다음으로 지난 목요일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운용계획, 세 번째로 주 초에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위안화 절상 이슈를 꼽아봤습니다.

박: 저는 위안화 절상 소식과 미국의 신규주택 판매 급감, 최저임금 논란 세 가지를 들었습니다. 먼저 이 부장님이 선정한 뉴스 중에서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 정부가 발표했는데 성장률을 5.8%로 예상한다는 것이죠? 주된 내용은 어떤 것입니까?

최저임금 인상, 한 달에 자장면 한 그릇값도 안 되게?

이: 크게 보면 두 가지가 테마인데, 첫 번째는 출구, 두 번째는 서민이라고 하겠습니다. 우선 경제위기 이후에 내놨던 각종 비상조치들을 전체적으로 정상화하겠다, 출구 전략 쪽으로 나가겠다는 얘기죠. 올해 경제성장률 5.8%는 당초 예상치인 5.0% 보다 많이 높아진 것인데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우에 따라 6%가 넘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걱정이 되는 것이 물가상승률 인데요, 연간으로는 2.9%로 수정 예상을 했는데, 하반기만 놓고 보면 3.1%입니다. 이 것은 물가전선에 비상등이 켜지기 시작했음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 테마인 서민은 희망근로사업에 대한 후속조치, 일용직 임시직에 대한 세율 조정 등의 대책이 나왔는데 앞으로도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서민 쪽이 강조될 것 같습니다.

 ▲ 6월 26일 방송된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생생토크 현장

박: 이제 금리인상은 기정사실화된 것 같고, 이제는 시기가 문제가 아니라 인상폭도 의미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던데, 제 교수님 어떻게 보십니까.
 
제: ‘경제는 생물과 같다’는 얘기 많이들 하시지 않습니까?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갑작스런 변화에는 부적응을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금리인상의 방향은 다들 공감을 하리라고 봅니다만, 16개월 이상 초저금리가 지속돼 온 상황에서 갑자기 큰 폭으로 올린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최소인상폭인 0.25% 포인트 정도를 올린 뒤, 상황을 봐 가면서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방식이 돼야 할 것 같고, 정책 당국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부장님, 아까 서민 대책을 언급하셨는데요, 한 쪽에서는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더군요.

이: 이번에 금년도 일자리 창출 목표를 당초 25만개에서 30만개로 5만개 정도 높게 잡았는데, 지난해 감소분까지 만회하려면 50만개, 60만개가 생겨줘야 한다는 의미에서 충분한 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또 근본적으로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큰 흐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다른 서민 대책 역시 위기의 후유증에서 오는 측면도 있습니다만 근본적인 양극화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서민들과 잘 사는 계층 사이,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에 양극화를 어떻게 줄여 나갈 것인가 하는 데 대한 근본적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 서민 대책과 관련해서, 일자리를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구요, 여기 덧붙여 중요한 것이 아주 어려운 분들의 소득에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아까 박 원장님도 지적하셨지만, 최저임금을 얼마로 올릴 거냐가 뉴스가 되고 있는데, 올해 5.8% 성장을 할 거다, 그리고 물가는 상당히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하는 상황에서 임금을 동결한다면 실질소득은 줄어든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지금 경영계에서는 최저임금을 동결하자, 혹은 시간당 10원만 올리자고 얘기합니다. 경제가 큰 폭으로 성장하고 물가도 올라가는 상황에서 가장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걸 감수해라 하는 얘기는 정말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의 실질소득을 배려하는 사회분위기가 돼야 되지 않을까요.

박: 경영계에선 그게 협상 전략 중 하나라고 설명하더군요. 10원을 제시하기 전에 8원을 올리자는 제안도 있었는데 하루 10시간 근무 기준으로 80원 아닙니까. 그러면 30일 동안 하루도 안 쉬고 일할 때 2400원, 자장면 한 그릇 값이 안 되는데요, 사람의 노동가치라는 측면에서 보면 인간에 대한 결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총에선 영세사업장이나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데, 사실 대기업이 하청업체나 협력업체들에게 합리적인 대우를 했다면 ‘낙수효과’가 작용할 것 아니냐는 반론을 하게 됩니다.

이: 저도 박 원장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사실 중소기업들이나 영세기업들을 보면, 시간당 8원이 아니라 1원도 올려주기 힘든 기업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 기업들에 대해 정부가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지원해줄 부분도 있지만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대한 의식을 좀 더 갖는 게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제: 아까 낙수효과 말씀하셨는데, 대기업이 잘되면 중소기업도 잘되고, 물이 흘러넘쳐서 기층서민들도 덕을 본다는 얘기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는 대기업이 잘돼서 중소기업도 함께 성장하는 부분이 단절됐어요. 그 부분에서 풀리지 않으니까 최저임금 받는 기층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거죠. 아까 이부장님도 지적을 하셨습니다만, 하도급 단가라든지 불공정 거래 관행, 이런 부분을 개선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기업이 많이 벌어서 투자도 안하고 재놓는 돈을 어떻게든 함께 살아가야 할 중소기업들에게 합리적으로 나눠 주면서 함께 사는 문제를 고민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세종시, 갈등을 넘어서 최적의 도시로...

박: 이번엔 세종시 얘길 좀 해야겠는데요. 제 교수님,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상임위에서 부결되니까 다른 지자체들이 원래 세종시로 가기로 했던 대기업들한테 ‘우리한테 와라’하고 있죠?

제: 네. 전국의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경기도를 포함한 9개 지자체가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세종시 입주 예정이었던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기네 지역으로 오라고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하는군요. 만일 기업들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서, 지방에 공장을 세울 전략적인 이유가 있어서 세종시 행을 결정했던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정부가 세종시 원안을 백지화하기 위해서 어떤 정치적 약속을 하고 억지 유치를 했던 것이라면 다른 얘기가 되겠죠. 어쨌거나 세종시 수정안에 따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삼성, 웅진 등 대기업들은 각 지자체가 약속하는 인센티브를 보면서 앞으로 주판알을 좀 튕길 것 같습니다.

: 세종시 문제는 순수한 경제적 이슈라기보다 다분히 정치적인 문제가 돼 버렸는데요. 이 부장님,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 어쨌든 세종시는 좋든 싫든, 법이 정해진 대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수정안이 통과됐으면 수정안 법률대로 가는 것이고, 아니면 원안대로 가는 건데 지금 시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최적의 도시를 만드는 일입니다. 정부나 야당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정부는 수정안이 안됐다고 나몰라라 내팽개치면 안 되고, 야당 역시도 수정안 부결로 정치적 승리를 얻었다고 해서 나몰라라 해서는 안되는 거죠. 원안이 가지고 있는 함정과 약점을 개선하면서 정말 최적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이제는 머리를 맞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지난 6.2 지방 선거를 통해서 ‘세종시 수정안 반대’라는 지역 민심과 국민 여론이 확인됐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정부 여당이 본회의까지 갖고 가서 또 다른 갈등을 빚는 일은 안했으면 합니다. 저는 ‘국토균형개발’이라는 대 원칙에서 서울에 모든 게 있어야 한다는 발상은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한편으론 행정부 일부가 세종시 원안대로 옮겨 갈 때 분명히 문제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공무원들이 걱정하는 의사소통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 하는 문제, 도시의 자족 기능이 부족하다는 데 이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연구해서 정말 제대로 된 도시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봅니다. 의사소통문제의 경우 화상회의 시스템이 있는데도 거의 안 쓰면서 ‘화상회의 소용없다’는 얘길 하는 데, 우주선하고도 통신을 하는 시대에,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박: 자, 이렇게 해서 16강 관련된 뉴스를 시작으로 하반기 경제운용계획과 최저임금 얘기, 세종시 수정안 등을 다뤄봤습니다. 한국일보 경제부 이성철 부장,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제정임 교수가 함께 했습니다. 한 주간의 주요 경제 이슈를 통해서 한국 경제를 진단해 보는 생생토크는 다음주에도 계속됩니다.

정리/ 송지혜 기자


이 기사는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 포커스>와 제휴로 작성됐습니다. 분량 관계상 일부 내용은 생략했습니다. 방송내용은 <박경철의 경제 포커스> 6월 26일자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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