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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의 KKK, 어떻게 봐야 하나
[두런두런경제]박경철, 제정임, 허원순 3인 토크
2010년 06월 20일 (일) 15:28:13 송지혜 기자 bbangguu@danbinews.com

 
박경철:
이번 한 주간 주목해 봐야 할 뉴스를 통해서 한국 경제를 진단해 보는 시간입니다.  2010년 6월 셋째 주, 한국경제신문 허원순 국제부장,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두 분 나오셨습니다. 두 분은 월드컵 경기 즐겨 보십니까, 아니면 한국 경기만 보십니까.

허원순: 저 정말 축구 별론데, 이번엔 휩쓸려서 다른 나라 경기도 챙겨보게 되더라구요.

제정임: 저는 우리 팀이 뛰는 경기만 보는 종족입니다. 저희 집에는 온갖 경기를 다 챙겨보는 종족도 있습니다만. 이번에 아르헨티나전은 정말 벽이 높구나 느꼈는데, 그리스전은 우리 팀이 너무 잘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그리스전을 보면서 그리스 선수들이 어리버리한 게 최근의 금융위기 때문에 펀드가 반토막이 나서 그런가, 고민하느라 연습을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웃음)

박: 역시 시각이 그쪽으로 가시는 군요. 대체로 경제뉴스들이 큰 행사에 묻히기 마련인데요, 허부장님, 이번 주에 주목하신 뉴스는 어떤 것들입니까?

허: 부동산 침체 국면이 한창인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 국내 최대인 KB금융지주 회장에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 내정됐다는 것,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서 9개월 만에 사실상 포기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된다는 것 등 세 가지를 뽑았습니다.

박: 네, 그럼 제교수님은 어떤 뉴스 꼽으셨습니까?

제: 네, 저는 허부장님이 꼽으신 두 가지, 즉 KB 금융지주 얘기랑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은 같구요, 나머지 하나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야당이 부자감세 철회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상속세 인하를 다시 들고 나왔다, 이 소식을 꼽아봤습니다.
 
박: 네, 저도 이번에는 부동산 대책, 어윤대 위원장 내정, 강만수 특보의 상속세 인하 발언 이렇게 셋을 꼽았는데요, 이번에는 다들 시각이 비슷하게 국내로 몰린 것 같습니다.
자, 가장 떠들썩한 뉴스부터 얘기하면 이 KKK시리즈,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 중 3개사를 K대학 출신이 장악한 것인데요, 제 교수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제:
어윤대 위원장은 국제 금융을 전공한 학잡니다. 고려대 총장도 지냈구요, 능력이 많은 분이라고 평가가 되고 있지만, 문제는 은행 같은 금융실무 경험은 전혀 없다는 거죠. 그런데 처음부터 이 분을 작정해 놓고 회장 선임이 진행됐다는 얘기가 떠돌 만큼 고려대 동문인 이명박 대통령 하고 각별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죠. 특히, 어 내정자와 함께 우리금융지주의 이팔성 회장, 하나금융지주의 김승유 회장, 셋이 모두 고려대 동문입니다. KB금융지주는 KB은행장으로 있는 강정원 씨가 이미 회장 후보 추천위에서 추천을 받았던 것을 사실상 당국이 철회시키고 후보를 다시 뽑은 것 아닙니까.

박: 사실상 압력을 넣어서 물러나게 했지요,

제: 그래서 결국 이 사람을 시키려고 그 소동을 벌였나, 하는 얘기가 금융계에 나돌고 있는 겁니다.

박: 자, 허부장님. 한 가지 궁금한 것이, 법상으로는 문제가 없겠지만, 장관급인 국가브랜드위원장이 현직을 유지한 채로 민간 기업 회장에 지원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허:  전 그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워낙 자산이 325조씩 되는 큰 은행이어서 장관 못지않게 중요한 자리거든요, 그리고 장관이 어디 가면 뭐 어떻습니까. 예전에 강봉균 씨(현 민주당 국회의원)가 YS때 장관하다가, DJ 정부 들어서니까 청와대 수석으로 갔어요. 그때 수석이 차관급이었습니다. 그래서 기자들이 물었습니다. 당신은 장관했는데, 어떻게 차관자리로 갑니까? 그 분 말이, “장관이면 어떻고 차관이면 어떠냐, 일이 중요하지!”였습니다. 
 하지만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청와대 직속의 위원장, 현직에서 이것을 프리미엄으로 공모 자리를 따냈다면 곤란할 겁니다. 그런 것만 아니라면 직급과 관계없이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서 사회와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박: 그 말씀도 맞는 것 같아요. 장관이 나중에 교장도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문제는 현직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 다음 문제로, 하다못해 상호신용금고도 한번 해 본적이 없는 사람이 국내 리딩 뱅크의 CEO가 될 수 있느냐, 이런 문제 제기도 있죠.

제: 그런 문제 제기에 대해 어 내정자 측에서는 ‘나름대로 금융계에서 견문을 넓혔다’는 얘기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어 내정자는 금융통화운영위원을 지냈고, 국제금융 센터 소장도 했습니다. 하나은행과 제일은행의 사외이사도 역임했구요. 그래서 금융 산업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과 간접경험은 꽤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전 세계 일류 금융회사를 상대로 국내외 시장에서 말 그대로 피 튀기는 경쟁을 해야 되는 대형 금융지주회사의 회장이 과연 실전경험 없이 잘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금융 산업은 정말 눈 돌아갈 만큼 급변하는 경제 영역 중 하나죠. 특히 파생금융 상품 같은 신종기법들은 전공하는 사람이 열심히 책 들여다보고 설명 들어도 뒤돌아서면 그게 뭔 얘기였더라 할 정도인데, 실무 경험 없이 속속들이 이해하기 힘듭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중요한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 과연 괜찮을까하는 걱정을 하게 되는 거죠.  또 비즈니스 세계에서 잔뼈가 굵으면서 형성되는 국제적 인맥이 있는데, 그 부분도 좀 약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엄청난 돈을 놓고 총성을 벌이는 격전장에서 과연 총 한번 쏴보지 않은 사령관이 지휘를 잘 하겠는가 하는 걱정이 있는거죠.

박: 네, 해설자들이 감독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어쨌든 능력이 있는 분이니까 이사회에서 뽑았겠지요. 자, 어윤대 내정자가 우리 금융을 인수하겠다고 했는데, 문제는 하나은행도 눈독을 들이고 있지 않습니까. 근데 하나은행 김승유 회장도 고대, 그리고 대상이 되는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도 고대죠. 원래 세간에서는 이런 문제를 재미있어 하죠. 사실은 상관없이 움직일지 모르지만요. 저는 이걸 ‘K리그’라고 이름을 붙여봤습니다. (웃음)

     
허:
K리그,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저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세 가지 포인트를 생각해 보는데, 우선 K대학출신 측근들을 왜 이렇게 많이 기용해서 뒷소리를 들을까, 두 번째는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과 정부 관련부처가 거물을 맞게 돼 골치 꽤나 아프게 됐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KKK라지만 세 사람끼리도 경쟁을 하지 않겠나 하는 겁니다. 어 내정자가 우리 금융 M&A에 관심 있다고 하니까 하나하고 우리 쪽에서는 ‘M&A에 진짜 관심 있다면 구체적인 대상을 흘리는 게 아니다’하고 은근히 견제하는데, 이를 보면 어느 정도 경쟁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 감독당국도 곤혹스럽겠죠. 저도 병원 직원이 저희 아이 담임선생님 동생이었어요. 곤혹스럽더라구요. (웃음) 제교수님, 어 내정자가 ‘매가뱅크’를 들고 나오지 않았습니까. 반대쪽에서는 은행이 너무 덩치가 커지면 대마불사로 이어진다, 이런 지적들을 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제: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매가뱅크, 그러니까 초대형 은행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비슷하게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논리였죠. 하지만 서브 프라임 위기 이후에 미국과 유럽의 초대형 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지지 않았습니까. 또 몰락한 은행들이 전체 경제 시스템을 휘청거리게 만드는 것을 보면서 무조건 대형화가 중요한 게 아니고 건전하고 실속 있는 경영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너무 커서 망하게 놔두기 어려운 은행, ‘too big to fail’ 이라고 하죠, 그리고 너무 복잡하게 연결이 돼서 살려줘야 하는 은행, ‘too connected to fail'이라고 하더군요, 이런 대형기관들을 방치해선 안 된다며 정부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예를 들어서 ‘볼커 룰’이라고 있죠.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폴 볼커가 내놓은 개혁안인데, 상업은행 그러니까 예금과 대출 관리를 위주로 하는 은행 업무하고, 투자은행, 즉 주식 등 돈놀이를 주로 하는 은행 이 두 가지 업무는 분리하자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죠. 우리은행들도 덩치를 키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선진금융회사와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실력을 키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닌가 합니다.

박: 사실 세간의 부정적인 얘기들을 뒤집어엎으려면 능력을 보여줘야 할 텐데요. 어 내정자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제: 어 내정자가 우리은행하고 합병을 생각한다고 하니까, 바로 노조가 반발을 하고 나섰습니다. KB금융 노조는 물론이구요, 산별단체인 금융노련도 반발하고 있습니다. 영업 내용과 범위가 비슷한 두 회사가 합병을 하면, 아마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리고 그 구조조정의 핵심은 바로 인원조정일거라는 위기감을 갖는 거죠. 그래서 어 내정자가 최고 경영자로 연착륙하는데 노조의 반발이 상당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응해서 조직을 안정시키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되겠죠.
  또 지금 KB은행의 경영내용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경영자 관련 파동을 겪으면서, 원래 수익성 1등 하던 은행이 순위가 내려왔습니다. 무엇보다 은행으로서의 경쟁력을 기르는 일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겁니다. 그리고 지금 은행장을 포함한 자회사의 경영진을 뽑는 문제가 현안인데, 들리는 소문으로는 후보들이 여기저기 줄 서느라 난리 났다고 합니다. 이런 혼선 속에서 능력과 전문성이 인정되는 합리적 인사로 사람들을 납득시키는 것이 어 내정자가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박: 금융에 계신 분들은 글로벌 리더들일 텐데요, 거기서 또 ‘K리그’가 열리면 곤란하겠지요. 허 부장님, 문제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KB금융지주 내부에서는 ‘이왕 정부에서 개입할 바에야 외풍을 막아줄 강력한 선수가 우리 대장을 하면 좋은 것 아니냐’하는 분위기도 있다면서요.

허: 제가 볼 때는 우리나라 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의 DNA에는 오랫동안 관치금융에 젖은 어떤  근성이 있어요. 정부에 얹혀서 쉽게 가려고 하는. 은행뿐만 아니라 공기업도 그렇고요. 그래서 두 가지 상반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 쪽에선 낙하산에 저항하는 기류가 나오구요, 다른 쪽에선 거물급 인사를 영입하려는 앞뒤 안 맞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거물급 인사 영입을 원하는 심리는 예를 들면 금융감독원 등에 맞서서 ‘우리 집 큰 형이 아주 힘이 세, 그러니까 너희들은 간섭하지마’ 하고 싶은 거라고 볼 수 있죠.

박: 먼저 회장 후보로 선출됐음에도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강정원 행장 얘길 해보죠. 이 분이 지주회사 회장 후보를 사퇴한 후에도 자의반 타의반 KB은행장직을 유지하고 있고 맘대로 그만두지도 못했다는 얘기 아닙니까?

허: 개인을 언급하는 것이 죄송하고 유감스러운 일입니다만, 사실 지난해 이후 금융감독원에서 검사를 했을 때 여러 가지 문제가 나왔습니다. 은행 이사들을 일방적으로 관리해서 개인회사처럼 만들었다는 지적, 왜 행장 기사를 두 명씩이나 두어 낭비를 했느냐는 것, 은행 장부와 전산이 맞지 않아 직원이 자살하는 사건은 왜 벌어진 거냐 등. 반성할 부분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또 강정원 씨뿐만 아니라 KB금융이나 우리금융같이 공공성이 강한 회사 최고경영자들의 말로가 안 좋은 것, 이건 왜 그런지 반드시 되짚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6월 19일 방송된 <박경철의 경제 포커스> 생생토크 현장

박:
한 주간의 경제 이슈를 통해서 한국 경제를 알아보는 생생토크 듣고 계십니다. 자, 이번에 상속세 폐지 논란인데요.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이분은 어윤대 내정자보다 더 센 분으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저는 사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뭐 하는 덴지 잘 모르겠어요. 우리나라에 위원회가 너무 많지 않습니까? 제가 볼 때 가장 필요한 위원회는 사실 위원회 정리 위원회인 것 같습니다.

제: 위원회 구조조정 위원회? (웃음)

박: 어쨌거나 하여튼 위원회가 많아요. 그런데, 강만수 위원장께서 한 말씀 하셨단 말이죠. 상속세 폐지를 취지로 낮춰야 한다, 내가 장관시절에 못한 게 너무 안타깝다. 전후 맥락이 어떻게 된 겁니까.

제: 상속세를 없애야 한다는 게 강위원장의 평소 소신인데, 이번에는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고 대폭 인하해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지난 16일 ‘2010 중소기업리더스포럼’이 열렸는데 거기서 “전세계 많은 나라에서 상속세를 폐지하는 와중에 우리처럼 높은 상속세를 그대로 두면 자본도피가 일어난다. 이번 국회에서 상속세를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강만수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초기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면서도 상속세 인하 안을 추진했었는데, 이것을 관철하지 못한 것을 가장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포럼은 중소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했는데요,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과정에서 상속세를 납부하고 나면 경영권이 유지되지 않아 걱정들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청중들이 좋아할 만한 얘기를 골라서 한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 위원장이 전 세계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하는 추세라고 얘기 했는데, 사실은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상속세를 낮추는 나라들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유럽 국가들은 부자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부유세를 걷습니다. 부자들을 겨냥한 사치세 등을 걷어 실질적인 세금 부담을 늘리는 것이죠.

박: 지금은 세계적으로 증세 방향이죠.

제: 그렇죠. 그런데 우리 세금체계를 보면 부동산 등 재산세는 선진국에 비해서 매우 낮구요, 기껏 생겼던 종부세도 유명무실해지지 않았습니까. 사실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과세가 상당히 미흡한 상황인데, 상속세 하나만 보고 외국하고 선별적으로 비교하면서 우리나라가 상속세 부담이 높으니까 낮추라는 것은 현실을 교묘하게 왜곡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박: 네, 백화점에서 특별 세일 하나 하면서 ‘우리 백화점 몽땅 떨이로 판다’는 얘기와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 사실 미국이나 다른 나라를 보더라도 없던 상속세를 만들자는 주장도 많고, 상속세가 없는 나라에서는 소득세가 매우 살인적이지 않습니까. 근데 우리는 강만수 위원장께서 종합부동산세 거의 없앴고, 부자 감세라는 소리도 들었고.......허부장님 어떻습니까. 상속세 폐지 방향이 맞습니까?

허: 단도직입적으로 폐지다, 아니다 그렇게 말씀드리기는 그렇구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제 교수님 말씀과 방향이 다를 수 있겠습니다. 상속세 논쟁이 실제 우리 사회가 굴러가는 방향과는 달리 말싸움하기 좋은 소재다, 저는 그렇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부자한테 돈 좀 걷는다는데 뭐가 문제냐, 하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덜 걷는 대신 경제 살리겠다는 게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숫자를 찾아봤습니다. 2008년에 단돈 백원이라도 상속세를 낸 사람이 4천 명밖에 안 되더라구요. 38만 명이 상속세 신고 대상인데 실제 대상 중 1%밖에 세금을 안 냈다는 소리고, 세액도 1조 5천 6백억 원입니다. 우리나라 세금의 1%도 안 되는 금액인데 크게 쟁점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구요. 실제로 중소기업하시는 분들 현금은 많지 않은데 상속세를 45%다, 얼마다 내버리면 경영권 유지가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는 아주 제도적으로 보완해서 장기 분납한다든가 대물납부를 한다든지 여러 가지 시행 방법은 있겠습니다만 그것보다는 안정적인 경영을 계속 하도록 해주고, 그래서 경영이 잘 돼서 법인세를 많이 내고, 다른 세금 많이 내면 결국 그게 국가 경쟁력을 살찌우는 길 아니겠습니까.

박: 중소기업의 가업승계에 대한 부분은 고려해야 한다고 공감합니다. 그러나 일부 재벌 기업이 보여준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양태에 대해서 국민들이 느끼는 공분이 크기 때문에 상속세가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거죠.

제: 지금 중소기업 문제, 장기적인 분납을 허용해 주는 것 등 뭔가 방법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부분은 공감을 합니다. 또 상속세가 연간 1~2조원 걷힌다, 전체적으로 크지 않다는 건 맞는 얘긴데, 액수가 얼마든 한 쪽에서 안 들어오면 다른 쪽에서 늘려야 합니다. 부자감세를 해서 재정이 부족하면 소리 소문 없이 걷을 수 있는 간접세를 높여서 서민이나 중산층의 세 부담이 늘어나는 거거든요. 많다 적다를 떠나서 누구에게 세금을 조금이라도 더 물릴 것이냐에 대해 좀 더 넓게 보고 생각할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박: 어쨌거나 강만수 전 장관, 어떤 쪽 입장에서 깃발 들고 나아가는 전사로 보이고, 어떤 쪽에서는 반대 이미지를 갖는 논란이 있네요. 시간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부동산 대책 얘기 안할 수 없지요. 지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집값을 안정시키면서 거래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허부장님. 맛있는 음식 실컷 먹고 살 안찌는 방법이 있습니까?

허: 그건 의사선생님이 저한테 말씀해 주셔야죠. (웃음) 근데 부동산 얘기 나왔으니 말인데, 부동산 얘기는 정말 조심스럽습니다. 왜냐면 축구, 정치, 교육, 부동산은 전 국민이 전문가거든요. 아무튼 지금 핵심은 집값은 집값대로 안정화하고, 거래는 거래대로 활성화해서 시장의 흐름이 정상화되도록 하겠다는 거지요. 정부 정책이 조금만 잘못되면 시중 부동자금이 어디로 흘러가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기존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에서 약점을 보완하는 수준이어야 할 것입니다. 또 하향안정화까지는 좋은데 자칫 시장 기능이 안 돌아가면 집 팔아서 새 집 가려는 사람이 그러지를 못하고, 전세가 몰려서 전세 값이 상승하면 서민들은 미칠 지경이고. 서민들은 서민대로, 건설사는 건설사대로, 거래가 안 되니까 모두가 죽겠다 하는 거죠. 도배 업체, 이사 업체 모두 어려움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하루 이틀 만에 대책 내놔라 할 게 아니고 시간을 두면서 신중하게 잘 해 봐라, 정책 당국에게 시간을 좀 주면서 지켜보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박: 제 교수님 어떻습니까. 부동산 정책을 볼 때마다 건설사하면 무조건 돈 벌어야 하나, 건설사 어려우면 정부가 돈 대줘야 하고, 무조건 사줘야 하고 이런 식으로 온 국민이 건설로 가면 안 망하겠다, 이런 생각이 들 정도인데, 부동산 정책방향, 이거 어떻게 보십니까.

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은 아까 우리가 얘기한 부자감세 문제와 함께 대표적으로 문제가 많은 정책 중의 하나죠.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구조조정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 와중에 우리나라는 경제 살린다면서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거듭 내놔 자연스런 구조조정이 지연됐습니다. 특히 이들 부양책은 철저하게 건설회사들, 그리고 부동산을 많이 가진 자산가들의 이익을 지키는 내용이었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초기 1,2년간  부동산 대책에 대해 경실련이 분석을 내놨는데요, 그 중에 70내지 80%가 건설회사 살리기, 그리고 다주택자들의 애로 사항을 해소해 주는 것이더라는 결론이었습니다. 결국 이런 잘못된 정책으로 미분양이 늘어나고 건설사 부실은 더 심화 된 것이죠. 지금은 정부 분위기가 바뀌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난 17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부동산은 투기목적이 아닌, 주거목적이 되어야 한다, 실수요자들을 배려해서 거래불편을 해소하는 문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정말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대로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과거에 직진 차로에 서 있다가 휙 유턴하는 것을 우리가 꽤 봤기 때문에 저 말씀이 진심인가 하는 의구심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부동산 정책은 투기목적이 아닌 실수요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쉽게 사고팔 수 있는 거래에 역점을 두어야 하고, 진심으로 좀 그렇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박: 관료들이 대통령의 주옥같은 말씀을 잘 이행해야 할 텐데요. 자 이렇게 해서 오늘은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어윤대 내정자 확정,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의 상속세 인하 발언, 부동산 대책 이야기 나눠 봤습니다. 지금까지 한국경제 신문 허원순 국제부장,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두 분이셨습니다. 두 분 감사합니다.

정리/ 송지혜 기자


이 기사는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됐습니다. 방송 내용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6월19일 오전 7시15분 ‘생생토크’ 코너를 통해 다시 들을 수 있습니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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