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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고리 잘라 거북이를 살립시다
[단비인터뷰] ‘링컷’ 개발한 에코말리온 우태식 대표
2021년 06월 10일 (목) 21:34:01 김정산 기자 kimsan119@naver.com

(주)에코말리온의 우태식(31)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봉사활동을 하던 중 “쓰레기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구나”하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한신대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한 그는 친구들과 환경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했고, 졸업 후 직장생활을 거쳐 자원순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체를 창업했다. 에코말리온이 내놓은 첫 제품은 페트병 뚜껑에 연결된 플라스틱 고리(링)를 자르는 ‘링컷’이다. 거북이 모양의 링컷 안쪽에 칼날이 달려있어 페트병 고리를 쉽게 자를 수 있다. 학창 시절의 문제의식을 창업으로 연결한 우 대표를 지난달 28일 경기도 부천시 괴안동 에코말리온 사무실에서 만났다. 

“페트병 링에 몸이 끼여 신음하는 거북이 사진을 본 일이 있어요. 거북이들을 구하기 위해 링컷을 만들었습니다.”

쓰레기 문제 관심 많던 고교생이 친환경 사업가로 

   
▲ 에코말리온 우태식 대표가 페트병 링에 몸이 끼인 상태에서 성장해 고통을 겪고 있는 거북이 사진을 보여주며 링컷을 개발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김정산

지난해 정부가 전국 연안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의 양은 약 13만8천 톤(t)으로, 2018년 대비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플라스틱 쓰레기가 83%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는 바다생물을 해친다.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착각해 잡아먹는 고래, 일회용 커피잔에 갇혀버린 게, 낚싯줄을 먹이로 착각해 덤벼드는 갈매기 등 많은 동물이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특히 바다거북은 산란기가 되면 바다를 떠나 육지에 알을 낳는데, 부화한 새끼들이 바다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플라스틱 링이 몸에 끼게 되면 몸통 가운데가 움푹 파인 상태로 성장한다. 

우 대표는 페트병 고리 제거용으로 해외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철사를 자르는 공구인 니퍼처럼 생겨서 갖고 다니기 불편한 반면, 칼날을 제품 안쪽에 넣은 링컷은 휴대성과 기능성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4월부터 몇 단계 작업을 거쳐 9월에 거북이 모양으로 완성됐다. 우 대표가 직접 쓰리디(3D)프린터로 제작해보기도 하고 제작업체의 도움도 받는 등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한다. 

그는 링컷이 널리 보급돼 바다거북의 비극이 사라지기를 바라며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크라우드펀딩(군중공모) 사이트인 텀블벅을 통해 이달 중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또 쓰레기를 최소화한 제품만 판매하는 가게인 제로웨이스트샵 3곳도 제품 판매처로 확보했다. 페트병 링이 많이 나오는 생수 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창업공모전 대상 수상으로 자금 마련 

링컷은 제품개발단계였던 지난해 5월 부천시 사회적경제센터에서 주최한 ‘단비기업 창업 지원 사업’에 공모해 대상을 받았다. 여기서 받은 지원금 1천만 원이 그해 12월 사업자등록을 하는 종자돈이 됐다. 아직 링컷 판매에 따른 매출이 없기 때문에 전 직원 2명인 회사의 운영비는 우 대표가 자원 순환 등에 관한 특강을 해서 받는 강연비와 공모전 지원금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창업 전에 전기차 충전소 어플리케이션 스타트업 등 여러 회사에서 5년 정도 일하며 모든 돈도 사업밑천이 됐다. 

   
▲ 우태식 대표가 링컷으로 페트병 고리 자르기를 시연하는 모습. 링컷은 거북이 모양인데, 거북이가 자신을 위협하는 링을 직접 끊는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 천막사진관

에코말리온은 생태학을 뜻하는 에콜리지(Ecology)와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는 ‘피그말리온(Pygmalion)효과’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우 대표는 에코말리온의 시작이 대학교 동아리였다고 회고했다. 지난 2010년 대학교 입학사정관제 중 참인재전형으로 합격한 친구들이 학교 측 제안으로 ‘그린캠퍼스’를 만들기 위한 환경동아리를 구성했다. 방학 때는 학교 측에서 전북 부안, 경남 산청 등에 있는 에너지자립마을 탐방을 보내줬다.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우며 환경동아리가 해야 할 역할을 깨닫게 됐고, 구성원을 재정비한 후 이름을 에코말리온으로 바꿨다. 2021년 현재 당시의 대학 동아리는 사라졌지만, 그 정신은 자원순환회사 에코말리온으로 계승됐다고 우 대표는 말했다.  

   
▲ 우태식 대표가 대학 시절 활동한 환경동아리 에코말리온이 지난 2010년 교내 텃밭에서 직접 기른 무를 경기도 오산시 아동·청소년보호단체 ‘광야의 집’에 기증하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우태식

그는 고등학교 때 봉사활동으로 학교 주변을 청소하다가 쓰레기가 진짜 많이 생긴다는 것을 깨닫고 집에 가서 관련 자료를 찾아봤다고 한다. 쓰레기가 바다에 섬처럼 쌓여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기도 했다. 우 대표는 “지금은 그때보다 더 심각하다”며 “쓰고 버리는 물건 대부분 재활용이 가능한데 귀찮다고 혼용해서 버리거나 음식물, 담배꽁초 등 이물질을 넣고 버리는 경우가 많아 자원이 쓰레기가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생산 단계에서 재활용과 분리가 어렵게 만드는 기업들도 문제고, 불법 투기를 하는 사람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년들이 환경문제에 관심 가져야 

우 대표는 이런 문제에 관한 시민 인식 개선을 위해 환경교육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부천시 송내1동에 있는 대안학교인 산학교와 업무협약을 맺고 하반기에 환경교육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또 송내1동과 송내2동에 병뚜껑과 링을 수거하는 거점을 만들고, 산학교에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공간도 이달 중 개장할 예정이다. 

   
▲ 에코말리온의 첫 제품 링컷. 거북이 모양의 몸체 안쪽에 페트병 고리를 자를 수 있는 칼날이 들어있다. ⓒ 김정산

“인디언 격언 중에 ‘우리는 지구를 물려받은 것이 아니다, 후손들에게 빌려 쓰고 있는 것이다’가 있어요. 저는 이 말이 정말 좋습니다. 거창하지 않지만 환경문제에 경각심을 가지게 되고 행동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요.” 

우 대표는 청년들이 이 말에 귀를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모세대는 환경문제에 관한 경각심이 부족하지만, 2030세대는 기후위기의 분기점에서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주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는 번거로울 수 있지만 조금만 신경을 쓰면 깨끗한 지구를 더 많은 세대가 누릴 수 있다”며 “이를테면 포장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제품을 구매하거나 양심적으로 분리 배출하는 것 등이 있다”고 말했다. 일상 속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점차 거대한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링컷 다음 제품으로 자연 순환이 가능한 화장품과 용기(케이스)를 생각하고 있다는 그는 “많은 사람이 녹색실천을 해서 모든 생물종이 살기 좋아지는 세상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편집 : 김계범 기자

[김정산 기자]
단비뉴스 지역농촌부, 전략기획팀 김정산입니다.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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