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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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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도관 막는 ‘물티슈’...맨홀 열어야
[VR기획④] 작업 때마다 환기하고 가스농도 측정해야
2020년 11월 07일 (토) 14:31:19 김성진 이정헌 이예슬 기자 ksj949773@gmail.com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슴 높이에 직경 200mm 하수도관이 있었다. 10초 쯤 지나자 단호박빛 덩어리를 머금은 물이 흘러 나왔다. 시큼한 냄새가 짙어졌다. 엄지손가락만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맨홀 내벽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닌다. 방진마스크를 통해 들이마신 맨홀 안 공기는 텁텁했다. 지난 9월 1일 충청북도 제천시의 최고 기온은 24.6도였다. 일주일에 한번 여는 하수도 맨홀 안 공기는 바깥보다 습하고 더웠다. 맨홀 내벽에 붙은 누런 이물질이 회색 방진복에 묻어났다. 

5일장을 열 때면 이곳 하수도 맨홀의 수위가 높아진다. 근처 가정집과 상가에서 버린 생활하수가 한 번에 쏟아지기 때문이다. 물에 녹지 않는 온갖 이물질이 하수에 섞여 흘렀다. 종류가 가지각색이다. 물티슈와 머리카락, 인근 숙박업소에서 버린 콘돔, 심지어는 털이 벗겨져 분홍빛 살을 드러낸 쥐의 사체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하수도 현장 작업자는 “맨홀 청소 작업을 하다가 새하얀 생선 내장 큰 것을 끄집어 낸 적도 있고, 틀니가 나온 적도 있다”면서 “밝은 곳에서 본다면 괜찮겠지만, 맨홀의 어둠 속에서 이런 이물질을 보면 식겁한다”고 말했다. 

   
▲ 일주일에 한번 사람이 중계펌프 맨홀에 들어가 철제 망에 걸러진 이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 이정헌

이물질을 제거하고, 펌프 인양하러 하수도관에 들어가야

사람이 버린 이물질을 치우러 작업자들이 하수도 맨홀에 들어간다. 9월 9일 충청북도 제천시 동현동 중계펌프 맨홀의 뚜껑을 열었다. 하수는 관을 따라 하수처리장까지 흘러야 한다. 경사를 따라 하수를 낮은 곳으로 흘려보낼 수 있으면 좋다. 하지만 오르막길을 만나면 펌프의 동력을 빌려 하수를 위로 쏘아 넘겨야 한다. 2018년 기준 전국에 펌프 2만여 대가 오수를 쏘아올리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 사람이 이곳 맨홀에 내려가 이물질을 청소한다. 작업자가 집게를 들고 맨홀 아래 내려가 스크린에 걸린 이물질을 끄집어낸다. 지난 9월 9일 오후에 시작된 이 작업에는 15분 정도가 걸렸다. 이날 하루 최고 기온은 24.6도였다. 여름철 작업이 훨씬 힘들다. 방진복에 마스크를 썼고, 작업 중 떨어지는 물 때문에 가슴 장화를 입어야 한다. 맨홀 아래 내려가 집게로 철제 망을 청소하던 작업자는 “맨홀 안이 아무래도 더워서 땀이 쏟아지고, 탈진 위험도 있다”면서 “작업이 조금 더디더라도, 더운 날엔 자주 맨홀 밖에 나가 맑은 공기를 쐬어야 질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머리카락과 물티슈 같은 이물질을 빨아들이면, 펌프가 고장 나기 때문에 한 달에 두 번 펌프를 인양해 그 안을 청소해야 한다. ⓒ 이정헌

이물질 중 가장 많은 건 ‘물티슈’다. 익명을 요구한 현장 작업자는 “하수도관을 청소할 때 나오는 이물질의 90%가 물티슈”라며 “부직포 성분이라 물에 녹지 않고, 펌프 칼날에도 갈리지 않아 고장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하수도 맨홀 작업량이 그 지역 주민들 물티슈 사용량과 비례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9월 9일 찾은 중계펌프장의 경우 철제 스크린을 먼저 설치한 후, 녹색 망을 이중으로 설치해 물티슈를 걸러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제거한 이물질은 전국적으로 28만 5천여 톤에 달한다.

하수도 작업자들에게 맨홀은 일상적인 작업 공간이다. 맨홀 안 청소 작업을 마친 작업자는 “하루에 많게는 맨홀 다섯 군데를 들어가 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작업에도 작업자들은 하수도의 질식 위험을 항상 인식하고 있었다. 작업자는 “자주 들어오니 이곳 하수도 맨홀이 더럽다는 생각은 안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입되는 물이 많고, 스크린도 큰 중계펌프장에 들어갔을 때는 냄새가 아주 심해 아찔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기, 가스농도 측정 등 작업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 절대 맨홀 안에 진입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천시는 이곳 동현펌프장의 펌프를 한 달에 두 번 인양한다. 펌프를 분해해서, 그 속에 들어간 이물질을 끄집어낸다. 제천시는 펌프를 쇠 체인으로 묶어 놓아 사람이 들어가지 않고, 크레인으로 체인을 끌어올려 펌프를 밖으로 꺼낸다. 펌프 인양을 위해 사람이 맨홀 안에 들어갈 경우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13년 6월 부산시 사하구에서 수중 펌프가 고장이 나, 하수가 제대로 빠지지 않고 있었다. 펌프에 체인을 걸기 위해 맨홀에 들어간 작업자 한 명이 목숨을 잃고, 한 명이 다쳤다. 맨홀에는 인근 어판장 등에서 오수가 흘러 들어왔다. 재해 당일 맨홀 깊이 4m 지점에서 측정한 황화수소 농도가 140ppm으로 8시간 작업 기준 적정 농도인 10ppm을 훌쩍 뛰어넘었다. 

   
▲ 환기를 다 마친 후 가스농도 측정기를 꼭 하수도 맨홀 아래로 집어 넣어 질식 위험을 정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 이예슬

농도 짙으면 냄새 더 못 맡는 황화수소...나도 모르는 새 중독돼

하수도 질식재해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황화수소’다. 단비뉴스 기획탐사팀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발생한 질식 재해 193건의 현황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 동안 하수도에서 황화수소 중독 재해가 5번 발생해 3명이 목숨을 잃었다. 황화수소를 들이마시면 몸 세포의 호흡이 멈추면서 중추신경이 마비되고, 심한 경우 숨이 멎거나 의식을 잃을 수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황화수소 농도가 700ppm보다 높은 공기에 노출되면 그 즉시 호흡이 멈추고 질식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작업 전에 가스 농도를 측정했어도 방심은 금물이다. 오수를 휘저을 때 황화수소 농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황화수소는 ‘황환균’이라는 미생물이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부패하며 발생한다. 황환균은 보통 물 속에 서식한다. 물에 녹아 있던 황화수소가 작업 중 물이 뒤섞이면서 갑자기 터져나올 수 있다. 이 모습이 탄산음료에서 가스가 터져나오는 것과 비슷해 소다캔 효과(거품효과)라 부른다. 작업하는 과정에서 질식 위험이 더 커지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 12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은 작업을 중단했다가 재개할 때 가스 농도를 다시 측정하라고 명시했다.

2017년 6월 군산시에서는 하수도관을 막은 이물질 제거 작업이 이뤄졌다. 맨홀에 차오른 오수를 펌프로 빨아들였다. 작업 진행 상황을 살피러 작업자 한 명이 맨홀 아래 내려갔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쓰러진 작업자를 구하기 위해 뒤따라 맨홀에 들어간 동료도 함께 쓰러졌다. 구조대가 도착했지만 두 명 모두 목숨을 잃었다. 재해 다음날 측정한 맨홀의 황화수소 농도는 76.3ppm이었으나 조사관들은 △ 펌핑 작업 때문에 거품 효과가 발생했다는 점 △ 재해 당일 하루 최고 기온이 28.2도로 높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고 당시 황화수소 농도가 300ppm을 넘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거품 효과는 슬러지에 물을 뿜어야 하는 하수도관 청소 작업을 할 때 특히 위험하다. 하수도관에 흙과 이물질이 쌓이면 강력한 호스로 빨아올리는 준설 작업을 해야 한다. 준설 전문업체 케이원의 최선웅 팀장은 “고압호스로 물을 쏘면서 슬러지를 빨아들여야 작업이 빠른데, 작업 전에 환기를 했어도 물을 뿌리면 가스가 다시 올라올 수 있다”면서 “안전장비를 반드시 착용하고, 작업 중에도 가스 농도를 측정하면서 작업해야 질식 위험을 더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환기 꼭 해야 하는데... 맨홀 작업 16.4% 지자체가 환기팬 제공하지 않아

단비뉴스 기획탐사팀은 정보공개를 청구해 2018년부터 2년 간 산업안전보건공단이 구축한 밀폐 공간 전산시스템 데이터베이스(DB) 자료를 입수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DB를 구축할 당시 밀폐 공간 작업 유형을 △ 공공하수처리시설 △ 맨홀 등 지자체발주 △ 양돈장 등 7 개 유형으로 구분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정책사업부 관계자는 “DB에 축적한 ‘맨홀 등 지자체발주’ 자료는 대부분 하수도 작업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2년 동안 벌어진 맨홀 등 지자체 발주 작업 725건 가운데 132건은 작업장에 환기팬이 없었다. 119건은 지자체가 환기팬을 제공하지 않았다. 밀폐 공간 작업의 안전 수칙을 정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작업 전과 작업 도중 환기팬을 가동해 밀폐 공간 내부의 공기를 계속 순환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현장 작업자는 “맨홀 아래 어떤 가스가 있을지 모르는데 환기 등 최소한의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내려가는 것은 자살 행위”라고 말했다. 

환기팬이 없는 밀폐 작업은 질식 위험을 급격하게 높일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 질식사고 위험을 작업자들이 충분히 알고 있는가 △ 가스농도측정기를 보유했는가 등 8개 항목에 걸쳐 밀폐 공간의 작업 위험을 평가했다. 작업을 발주한 지자체가 환기팬을 제공하지 않아 환기팬 없이 작업한 경우 밀폐 공간 작업 위험은 60점 높아져, 단숨에 ‘중위험’ 수준으로 뛰어오른다. 8개 항목을 종합 평가한 점수가 80 점을 넘으면 해당 작업은 ‘고위험’에 해당한다. ‘고위험’으로 분류된 60개 작업 모두 지자체가 환기팬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환기팬 제공 여부가 하수도 작업의 위험 수준을 평가하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 현장 작업자는 중계펌프장 맨홀 아래로 내려가기 전에 방진복과 방진마스크, 그리고 구조용 벨트를 착용했다. ⓒ 이정헌

환기와 가스 농도 측정은 필수...맨홀 밖 한 명이 꼭 감시해야

“혹시 (내가) 쓰러지면, (누가) 들어와서, 벨트에 고리 걸어”

방진복으로 온몸을 가린 작업자는 작업 중 쓰러졌을 때 고리를 걸 수 있게 연두색 벨트를 몸에 두르고 있었다. 작업자가 사다리를 타고 중계펌프장 맨홀로 내려가자, 외부에 동료들이 환기팬에 긴 호스(덕트)를 연결해 맨홀 안으로 밀어 넣었다. 환기팬을 가동하자 진공 청소기처럼 ‘웅’하는 소리와 함께 환기팬이 바깥 공기를 맨홀 안으로 불어 넣었다. 작업자가 맨홀 안에서 스크린에 낀 이물질을 제거하는 동안, 동료 한 명이 맨홀 입구 옆에 바짝 붙어 안을 내려다봤다. 

현장 작업자들은 공통적으로 작업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수도 맨홀 안에서 자칫 사망할 수 있기 때문에 백번 강조해도 지나칠 게 없다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 측정’과 ‘작업 전 환기’, 그리고 ‘송기마스크 등 보호장비 착용’을 밀폐 공간 3대 안전 수칙으로 정했다. 

작업 전 꼭 환기팬으로 하수도 맨홀 안과 밖 공기를 섞어야 한다. 환기팬 사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본체를 밖에 둬, 밖의 공기를 맨홀 안에 불어넣을 수 있다. 또 한 가지 경우는 환기팬을 맨홀 안에 들고 들어가, 맨홀 안 공기를 밖으로 빼내는 방식이다. 현장소장은 “환기팬을 들고 들어가는 경우, 맨홀 안 공기를 골고루 배출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바깥 공기를 불어 넣는 게 더 질식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 밀폐 공간 작업 시 꼭 외부에 감시인 한 명이 작업자에게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 이예슬

전문가는 맨홀 밖 감시인의 역할을 강조한다.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은 밀폐 공간 작업을 할 때 꼭 감시인을 지정하라고 명시했다. 만일 밀폐 공간 작업 중 사고가 발생했다면, 먼저 119에 구조를 요청하고, 관리감독자에게 알리는 게 감시인의 역할이다. 밀폐 공간 질식재해 예방에 힘써 온 문길주 전남 노동권익센터장은 “밀폐 공간 작업 중 가장 위험한 게 혼자 작업하다 사고를 당하는 것”이라며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작업장 외부에서 누군가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산업재해의 상당수는 조금만 교육을 하고 장비를 갖춰도 막을 수 있다. 일단 재해가 발생했다 하면 절반 이상이 사망하는 밀폐 공간에서의 질식 사고도 그렇다. 어쩌면 가장 큰 문제는 무관심과 무지인지도 모른다. 일하러 들어가는 사람은 물론 일을 시킨 사람도 밀폐 공간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잘 모른다. 단비뉴스 기획취재팀은 최근 10년치 사고를 촘촘히 분석하고, 현장을 VR 360도 영상으로 담아 그런 작업 공간이 도대체 어떤 곳인지, 왜 사고가 나는지, 생생하게 보도하려고 한다. (편집자)

① 보이지 않는 위험, 밀폐 공간 '질식 재해' 해부

② 상수도 맨홀서도 질식...구조자도 위험

③ 한 순간에 작업자 생명 위협하는 양돈장

⑤ '넓고 개방된' 밀폐 공간, 하수 처리장

⑥ [인터랙티브] 보이지 않는 위험, 밀폐된 죽음의 공간

⑦ [VR 360] 하수가 흐르는 곳에 질식 위험이 있다


편집 : 김병준 PD

[김성진 기자]
단비뉴스 기획탐사팀 김성진입니다.
기자로 살거나 평생 후회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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