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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그리움’ 소환하는 신비의 힘
[미디어비평] 추억 놀이터가 된 ‘근황올림픽’
2020년 07월 16일 (목) 20:15:56 유희태 PD yoohee43@naver.com

“요즘 근황이 어떻습니까?” 인터뷰에서 근황을 묻는 것은 진부하다.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의 근황이라고 해봤자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직 근황만 묻는 특별한 인터뷰가 있다. 일 년 새 31만 구독자를 모으며 급성장한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 이야기다. 사람들 기억 속에 추억으로 남아있지만, 나도 모르는 새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왕년의 스타를 재조명한다. 유명인사의 지인을 찾아주던 KBS의 <TV는 사랑을 싣고>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확장된 모양새다. 한때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누비며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던 이들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 <근황올림픽>은 추억의 인물을 인터뷰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 근황올림픽

누구나 <근황올림픽>의 주인공

방송계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무한경쟁 시장이다. 수많은 스타가 탄생하는 동시에 누군가는 경쟁에서 밀려나고 점차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이 채널은 그렇게 밀려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실제로는 일면식도 없지만, 대중의 기억 속에 친근한 이미지로 남아있는 이들이 인터뷰 대상이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SBS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문영철 역을 맡았던 배우 장세진 편이었다. 올해 초 공개된 해당 영상은 무려 40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드라마 출연진을 대중은 환하게 반겼다.

반드시 왕년의 스타만 <근황올림픽>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채널은 인터넷상에서 눈길을 끄는 말이나 사진을 뜻하는 ‘밈’(meme) 문화를 적극 수용한다. 과거에 스타를 만드는 유일한 주체가 미디어였다면, 지금은 네티즌이 밈을 통해 다음에 떠오를 스타를 선택한다. 일종의 놀이가 된 밈 문화는 스타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있다. 한창 인기가 높아 맹활약하는 스타만 주목받는 시대는 지났다. 영화 <타짜>에서 곽철용 역을 맡았던 배우 김응수는 밈 문화를 통해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대중의 기억 속에 강렬한 이미지만 각인된다면 누구나 <근황올림픽>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 채널은 한 발 더 나가 곽철용의 운전기사 역을 맡은 배우 김민규를 인터뷰했다. 네티즌은 “올림픽대로가 막힐 것 같다고 한 걔”라고 반응하며 밈 놀이를 이어나갔다. 유명한 배우가 아닌데도 인상적인 장면 하나로 대중에게 기억된 것이다. 이것이 디지털 시대에 대중이 소통하는 방식이다.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밈 문화를 통해 <근황올림픽>의 주인공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 ‘곽철용 이슈’에 힘입어 운전기사 역의 김민규 씨도 주목을 받았다. ⓒ 근황올림픽

추억을 먹고 사는 사람들

이 채널의 제작자인 택이와 준이는 연예부 기자 출신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전문 분야를 유튜브 콘텐츠로 녹여낸 사례다. 그 때문인지 영상 자체는 상당히 조악한 편이다. 화면에 조명이나 다른 카메라가 잡히는 장면쯤은 웃어넘겨야 할 정도다. 그런데도 구독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다른 어떤 것보다 반가운 추억의 인물을 소환하는 데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시즌을 마무리한 JTBC <슈가맨>은 추억의 음악과 가수를 소환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었다. 대중은 그 시절의 ‘힙함’(고유한 개성과 감각)에 열광한다. 그런가 하면 SNS 원조 격인 싸이월드의 폐업 사태는 추억의 가치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개인의 추억이 담긴 사이트가 폐쇄된다는 소식에 수많은 사람이 동요한 것이다. 국회는 ‘추억보호법’의 발의를 추진하며 관련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개정안을 통해 추억을 담은 데이터가 폐기되지 않고 온전히 회수되도록 조처한다는 내용이다.

추억을 보관하는 데는 비용이 치러지고, 잊힌 추억을 찾는 데는 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추억의 가치를 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추억은 사랑했던 시절의 따스한 기억과 그리움을 남아있게 하는 신비한 힘’이라고 했다. 과거를 회상하면 그 시절의 향기와 느낌이 되살아난다. 추억은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강력한 도구다. 누구나 과거를 회상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 욕망이 생기면 대중은 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고 이 채널을 찾는다.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뜻밖의 변화다.


편집 : 이예슬 기자

[유희태 PD]
단비뉴스 미디어콘텐츠부, 시사현안팀 유희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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