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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채우는 ‘밥벌이의 자존감’
[몸 한끼, 맘 한끼] ⑳ 마지막 기념 전시 수업 인트로
2020년 03월 16일 (월) 21:41:54 이현지 thinkout32@google.com

스스로 밥 벌어먹게 될 때 비로소 어른이 됐다고 말합니다. 내 생계를 내가 책임진다는 뜻이죠. 밥벌이가 돈을 번다는 뜻만 있는 건 아닙니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저서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에서 밥벌이에서는 돈 버는 일보다 “스스로 밥을 하고 먹고 치우고, 삼시 세끼를 스스로 운용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밥 한 끼에 담긴 깊은 뜻을 음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밥벌이의 자존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 밥 한끼를 음미하는 게 '밥벌이의 자존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 이현지

<몸 한끼, 맘 한끼> 열 번째 시간에는 마지막 수업을 기념하는 작은 파티를 엽니다. 지금까지 음식과 나를 주제로, 만들고 그린 작품들을 모아 한쪽 공간에 전시할 거예요. 내게 의미 있는 작품들을 선별해 나만의 방식으로 구성해 설치합니다. 우리는 그 동안 내가 먹고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점검했어요. 처음 만났던 때의 나와 아홉 번의 <몸 한끼, 맘 한끼>를 거친 지금 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그 감상을 글로 적어볼 거예요. 내 이야기를 담은 전시를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다과를 먹으며 이야기도 나눌 거고요. 이번 수업은 마지막을 기념하는 전시이기도 하고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파티이기도 할 겁니다.

삼시 세끼 운용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밥해 먹는 일은 참 힘들죠. 메뉴를 정해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어 볶고 굽고 끓이고, 상을 차려 먹고 난 뒤, 설거지까지. 한 끼 해결하는 데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가기도 해요.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밥해 먹는 일이 정말 귀찮고 버거운 일입니다. 

40여 년 음식을 만들어온 요리연구가 문성희 선생님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어느 날 호박 말리는 작업을 하는데, 그날따라 그게 그렇게 귀찮더랍니다. 그래도 하는 수 없이 간격을 맞춰 호박을 하나하나 놓고 있는데 마음속에 이 문장이 떠올랐답니다. 

“숨 쉬는 것도 귀찮냐?” 

정신이 번쩍 든 문 선생님은 아주 기꺼이 호박 말리는 작업을 이어갔다고 해요. 숨 쉬는 일이 생명을 유지하게 해주는 것처럼 밥 먹는 일도 그렇습니다. 매일 반복해야 하는, 이 먹는 행위는 아주 자연스럽고 우리가 기꺼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내 밥을 운용하는 능력을 키우면 내 안에서 자존감이 자랍니다. 밥 운용은 내 몸에 필요한 것,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이에요. 그다음, 집에서 만들어 먹든 밖에서 사 먹든 내 삶에 알맞은 끼니를 선택합니다.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인 거지요. 그 과정에서 자존감이 단단히 자리 잡게 됩니다. 

[몸 한끼, 맘 한끼]는 끝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일상 속에서 나의 한 끼를 돌보며 나라는 그릇을 가득 채워보아요. 


미술치유 프로그램인 [몸 한끼, 맘 한끼]를 진행하는 이현지 <미로우미디어> 대표는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하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재학하면서 사단법인 <단비뉴스> 영상부장으로 일했으며 졸업 후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미술과 영상, 글쓰기를 결합하는 컨셉트의 <미로우미디어>는 서울시의 도농연결망 '상생상회' 출범에 기여했고 <단비뉴스>에는 [여기에 압축풀기]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편집자)

편집 : 최유진 기자 

[이현지 기자]
단비뉴스 영상부 이현지입니다.
"왜요, 왜요, 왜요? 왜 그런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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