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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라는 ‘정확한 사랑의 실험’
[몸 한끼, 맘 한끼] ⑱ 한 상 차려주기 수업 인트로
2019년 11월 04일 (월) 13:46:48 이현지 thinkout32@gmail.com

유독 밥 한끼 차려주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 마음의 기저엔 묵직한 감정이 깔려 있어요. 여러 색이 뒤섞여 어떤 색이라 특정할 수 없는 빛깔의 감정이죠. 사랑은 사랑이지만 밝고 선명한 색의 사랑이 아니에요. 안쓰러움과 미안함, 부담스러움과 불편함 등이 스며든 깊고 깊은, 미묘한 빛깔의 마음입니다. 그래서 밥을 차려주고 싶다는 생각은 연민하리만큼 상대를 사랑했을 때에야 드는 것인지 모릅니다.

누군가에게 밥을 차려줄 때는 혼자 식사를 때울 때와는 달라요. 먼저 상대에게 빙의하듯 그가 무엇을 좋아할지, 혹은 그에게 무엇이 필요할지 곰곰이 떠올립니다. 그의 몸과 마음이 되어보는 거죠. 메뉴를 고른 뒤 장을 볼 때는 평소보다 깐깐하게 재료를 살펴요. 더 비싸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재료를 고르죠. 그 다음, 상대가 맛있게 먹을 모습을 상상하며 요리를 합니다. 설레기도 하지만 긴장도 되고 걱정도 됩니다. 입안이 짤 정도로 자꾸만 간을 보게 돼요. 이렇듯 누군가를 위해 차린 한 상에는 특별한 정성과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몸 한끼, 맘 한끼] 아홉 번째 시간에는 다른 참가자를 위해 클레이 미니어처로 밥을 만들어주는 시간을 가집니다. 지난 여덟 번의 수업 동안 우리는 서로를 조금씩 알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나를 위해 미술 작업을 했다면 이번에는 파트너를 위한 작업을 해봅니다. 먼저 짝을 짓습니다. 요새 겪고 있는 어려움이 있는지, 몸과 마음의 상태는 어떤지 대화를 나눕니다. 종이에 상대를 위한 요리 레시피를 적습니다. 음식명과 요리법, 특징, 효능도 적어요. 이제 클레이 미니어처로 한 상을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작품을 교환하고 대접받은 식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 [몸 한끼, 맘 한끼] 열여덟 번 째 이야기. ⓒ 이현지

누군가가 정성으로 차린 한 상을 받아본 적이 있나요? 그런 기억이 있다면 당신은 특별한 사랑을 받는 사람이네요. 당신은 어떠한 사람이기에 그토록 깊고 깊은, 미묘한 빛깔의 사랑을 받는 걸까요?

신형철의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 우리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를 새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타인의 사랑은 질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이 질문과 더불어 내 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서서히, 어떤 일이 벌어진다.’

사랑은 우리에게 질문합니다. 나에게로 흘러온 이 마음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 마음의 근원지인 나는 어떤 존재인가?

다른 사람이 차려준 것일 수도, 나 자신이 차려준 것일 수도 있어요. 나를 위해 정갈하게 잘 차려진 밥을 먹으며 질문을 던져봅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미술치유 프로그램인 [몸 한끼, 맘 한끼]를 진행하는 이현지 <미로우미디어> 대표는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하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재학하면서 사단법인 <단비뉴스> 영상부장으로 일했으며 졸업 후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미술과 영상, 글쓰기를 결합하는 컨셉트의 <미로우미디어>는 서울시의 도농연결망 '상생상회' 출범에 기여했고 <단비뉴스>에는 [여기에 압축풀기]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편집자)

편집 : 홍석희 기자

[이현지 기자]
단비뉴스 영상부 이현지입니다.
"왜요, 왜요, 왜요? 왜 그런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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