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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주자, 일본인이 울음을 터뜨리게
[단비발언대]
2020년 02월 29일 (토) 07:40:57 김정민 기자 akimmin37@naver.com
   
▲ 김정민 기자

<후지TV>나 <산케이신문> 등 ‘혐한(嫌韓) 보도’에 앞장서는 일본 매체와 <야후재팬> 등 인터넷 포털에는 요즘 ‘코로나19’ 확산을 빌미로 문재인 정부와 한국인을 공격하는 뉴스와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매일경제> 등에 따르면 ‘수십만 명이 중국인 입국금지를 청원했지만 문 대통령은 여전히 중국에 아첨한다’ 류의 기사에 혐한 댓글이 우르르 달리고 있다. 이런 소식을 접한 우리나라 누리꾼들은 ‘일본 불매(No Japan)’의 투지를 더욱 불태운다. 지난해 일본이 한국을 수출심사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며 본격 냉각된 한일관계가 정부 간 협상노력과 별개로 민간차원에서 더 나빠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잘 지내면 정말 얻을 게 많은 두 이웃나라가 화해할 방법은 없을까. 일본 국민들이 ‘과거사에 대한 무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어려울 것 같다. 일본의 대한(對韓) 무역제재를 촉발한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보자.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청년들을 강제로 타국 땅에 끌고 가 노예처럼 부린 뒤 임금도 주지 않은 신일본제철, 미쓰비시 등에게 ‘피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양국 간 청구권 문제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끝났다고 주장했지만 우리 대법원은 ‘불법행위 피해 배상에 대한 개인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한일협정 당시 일본은 식민지배와 위안부, 강제징용 등의 ‘불법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도 이뤄진 적이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은 명쾌하다. 문제는 일본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일본 국민들은 더더욱 맥락을 모른 채 ‘이미 끝난 배상을 또 요구하는 한국’이라며 돌을 던진다는 것이다.

‘과거사에 무지한 일본인’은 일본 정부가 만들었다. 일본 정부는 교과서에서 식민과 압제의 역사를 지워버리고 안 가르친다. 침략 전쟁의 A급 전범들을 기리는 야스쿠니 신사를 아베 신조 총리 등 정치인과 관료들이 버젓이 참배한다. 태평양전쟁 등에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책임은 감추고 미국 원폭 투하로 자국민이 희생된 것만 내세워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그러니 일본 국민들, 특히 전후 세대는 ‘가해자 일본’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한국에 사죄하기는커녕 적대와 혐오를 분출하는 것이다.

일본 국민들이 과거사를 직시하게 만드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길은 있다. 우선 한국, 중국,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들이 공동으로 근현대 역사교과서를 만들고 각국에서 이를 토대로 교육을 추진하는 것이다. 충실하고 신뢰할 만한 책을 만든다면 일본 정부가 정식 교과서로 채택하지 않더라도 시민운동을 통해 대안교과서, 참고서 등으로 널리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 문화계에서는 과거사를 소재로 영화, 문학, 음악, 미술, 연극 작품 등을 제작해 전 세계에 적극 전파할 필요가 있다. <안네의 일기>가 유대인 탄압의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린 것처럼, 사실기록 자체, 혹은 사실에 기반한 예술 작품이 일본인의 양심을 깨우고 전 세계인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수준으로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만든다고 생각해 보라.

   
▲ 바다에서 바라본 군함도(하시마섬) 전경. 회색 벽이 섬 전체를 둘러싸고 철근 콘크리트 건물들이 늘어선 외관이 1920년대 미쓰비시 중공업 나가사키 조선소에서 건조한 해군 전함 '도사(土佐)'를 닮았다고 해서 ‘군함도(軍艦島)’라 불린다. © 박지영

‘군함도’를 쓴 한수산 작가는 일본 나가사키현 하시마섬(군함도)에서 강제노역을 했던 서정우(작고)씨를 만났던 이야기를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회고했다. 서씨는 열다섯에 징용공으로 끌려가 석탄을 캤고, 몸이 아파 실신한 상태로 실려 나온 뒤엔 나가사키에서 원자폭탄에 피폭됐다. 귀국하지 못한 채 나가사키에서 노년을 보낸 그는 수학여행 온 일본학생들에게 원폭피해를 증언하는 일을 맡았는데, “내가 너희 아버지, 할아버지 때문에 이렇게 고통을 겪는다”고 호통을 치면 어린 학생들이 “우리가 그런 건 아니잖아요”하면서 울었다고 한다.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에 유린당한 한을 안고 세상을 떠난 김복동 할머니를, 방사능 후유증의 고통 속에 눈을 감아야 했던 서정우 할아버지를, 우리는 더 많은 일본인에게 이야기 해주어야 한다. 그러면 참혹한 진실 앞에 울음을 터뜨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사죄와 배상 대신 은폐와 무역제재로 ‘적반하장(賊反荷杖)’을 감행하는 아베 정부를 일본 국민들이 나서서 규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부터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아가면서, ‘일본인의 양심’을 일깨워 보자.


편집 : 김정민 기자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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