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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시간 연속 중계’ 질보다 양?
[미디어비평] 골프 보도
2019년 05월 27일 (월) 00:05:35 황진우 기자 gugu9213@naver.com
   
▲ 황진우 기자

지난 4월 15일(이하 한국시간) PGA 메이저대회 ‘2019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골프 황제’라 불리는 타이거 우즈가 우승했다. 같은 대회 다섯 번째 우승을 달성하며 11년 만에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소식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로 퍼졌다.

   
▲ 4월 15일 타이거 우즈는 ‘2019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했다. © YTN news

우리나라에서는 SBS골프 채널이 42시간 연속중계를 했다. 역대 최장 기록이다. 15일치 종합일간지 스포츠면 대부분도 ‘타이거 우즈 기사’로 채워졌다. 이전에도 골프 관련 기사는 한 건 이상 스포츠면을 채우고 있었다. 다른 종목과 비교하면 골프는 전문 채널도 가지고 있는 인기 종목이다. 미디어와 골프는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걸까?

90년부터 시작한 미디어와 골프 관계

초기 골프방송은 SBS에서 시작했다. 1990년 11월 SBS는 ‘금요골프’라는 고정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골프 관련 기사는 일부 전문지에서도 생산했다. 이때까지는 종합일간지에서 골프 관련 기사를 찾기는 어려웠다. 종합일간지에 첫 기사가 나온 것은 1982년 인도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획득하고 나서부터다. 이후 박세리가 미국에 진출해 우승하면서 골프 관련 기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 1997년 이후 골프 관련 기사 수가 급증했다. © 황진우

1998년 박세리는 LPGA투어 US오픈과 맥도날드 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때 종합일간지들이 서로 다투며 1면을 장식했다. 박세리 우승은 단순한 우승이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겪고 있었다. 박세리 우승은 국민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이후 골프 인기가 상승하면서 마케팅이나 기업들의 선수 후원이 증가했다. 기업이 대회를 주최하는 일도 생겼다. 골프 관련 사업이 성장하면서 단순히 결과만 보도하는 기사 말고도 골프 대회에 직접 기자를 파견해 현장 기사와 기획기사를 내보내는 등 다양한 기사를 생산했다.

괄목할 한국 선수들 활약

박세리, 최경주에서 시작한 한국 골프 선수들의 활약은 최근 박인비에 이르기까지 괄목할만한 성장을 기록했다. 2018년까지 한국 남자 PGA투어 우승 횟수는 12회다. 그중 메이저 대회 우승은 단 한 번밖에 없다. 한국계를 포함한 LPGA투어 우승횟수는 195회다. 그 중 메이저 대회 우승은 32회다. 2016년 하계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다른 종목보다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많이 만들어내는 종목이 바로 골프다. 기업 지원이 증가하고 기업이 주최하는 대회도 많아졌다. 스포츠의 목적은 이기는 것이다. 상대를 이기고 ‘우승’ 하는 것 자체가 뉴스가치를 높인다. 전세계에서 많은 한국 선수들이 이렇게 우승경쟁을 펼치는 종목은 골프가 유일하다.

   
▲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에서 박인비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했다. © 채널A

경제성장으로 변화한 대중 인식

90년대까지 대중은 골프를 상류층 스포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골프장 입장객 통계를 보면 골프는 대중 스포츠로 자리잡았다는 걸 알 수 있다. 2000년 골프장 입장객 수는 1,205만이었지만, 2005년에는 1,776만으로 5년 사이 500만 명 이상 증가했다. 골프 관련 산업 규모도 2000년에 1조869억원에서 2005년에는 2조1,012억 원으로 커졌다. 5년만에 약 2배로 증가한 수치다.

   
▲ 2013년 기준 골프장 수는 545개다. © 한국골프경영협회

골프장 수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골프장 수는 437개다. 건설 중이거나 아직 착공하지 않았지만 인가가 난 경우까지 포함하면 545개로 증가한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한국 선수들이 세계에서 활약하는 뉴스를 접하면서 골프에 관심이 쏠린 결과다. 상류층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던 골프를 직접 해보고 싶다는 잠재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이렇게 골프가 대중화하면서 독자층이 늘어나고 골프 관련 미디어와 기사량도 증가했다.

야구 기사의 2배, 농구 기사의 3배

한국언론재단이 운영하는 ‘카인즈’에서 축구, 야구, 골프, 농구와 관련한 기사를 검색한 결과 축구, 골프, 야구, 농구 순으로 기사량이 많았다. 골프 기사는 축구 기사와 많은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야구 관련 기사와 비교하면 약 2배, 농구와는 약 3배 정도다.

   
▲ 2019년 1월 1일부터 4월 18일까지 누적된 5개 종합일간지 스포츠 기사 비교. © 황진우

지면이 한정된 신문의 경우 스포츠 부문은 기사 가치가 높은 기사를 배치할 수밖에 없다. 위 표를 보면 신문 스포츠면에서 ‘골프’가 차지하는 부분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은 골프 부문에서 보수신문으로 대표되는 <조선> <중앙> <동아>와 진보신문으로 대표되는 <경향> <한겨레>의 기사량이 크게 차이 나는 점이다. 나머지 스포츠 부문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대중화한 국민 스포츠, 보도 수준은?

기사 질과 관계없이 기사량으로 따져보면 골프는 충분히 ‘대중화’했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찾는 독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신문에서도 기사를 계속 내보낼 수 있는 것이다. 독자가 많이 늘어난 것만큼 골프를 즐기는 시청자도 많아졌다. 골프 전문채널로는 SBS골프와 JTBC골프가 있다. ‘2019 마스터스 토너먼트’ 분당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1.674%였고, 평균 시청률도 0.468%로 집계되었다. ‘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평균 시청률 0.516%와 비슷한 수치다.

골프 선수들의 활약과 대중의 높은 관심에 비해 골프 관련 기사와 방송 수준이 이에 부응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아침부터 밤까지’ 나아가 ‘42시간’ 중계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가치가 있을까? 종합일간지 스포츠면을 특정 골프 경기 하나로 채울 가치가 있는지도 따져보아야 한다. 골프 관련 스포츠 저널리즘이 떠안은 과제다.


편집 : 윤종훈 기자

[황진우 기자]
단비뉴스 편집국장, 지역농촌부 황진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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