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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유기 사건, 미혼모만 꾸짖는 언론
[미디어비평]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언론이 할 일
2019년 05월 09일 (목) 10:55:25 오수진 기자 rainmaker-sj@daum.net

지난 3월 29일 하루, 신생아 3명이 버려진 채 발견됐다. 한 아이는 저체온증 상태로 구조됐지만, 다른 두 아이는 발견됐을 때 이미 숨진 상태였다. 사건은 같은 날 각기 다른 지역에서 발생했다. 여성이 아이를 낳은 직후 버렸다는 점은 같았다.

이날 앞다투어 전달된 언론 보도의 핵심어는 ‘비정한 엄마’ ‘버려진 아이 숨져 안타까워’ ‘비밀출산법•베이비 박스 찬반 논란’이었다. 현행법은 ‘영아유기’ 책임을 엄마에게 묻는다. 형법 272조는 영아를 유기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지난 3월 29일 대전발 제천행 무궁화호 열차 화장실에서 신생아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아이를 버린 사람은 대전에 사는 여대생으로 밝혀졌다. ⓒ 연합뉴스TV

영아유기 사건 한 해 100여 건 발생

영아유기 사건 셋 중 한 아이는 대전발 제천행 무궁화호 열차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대전에 사는 20대 여대생이 영아를 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원하지 않거나 예상치 못한 임신을 한 미혼모들은 임신 사실을 숨기느라 병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한다.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얼마나 자랐는지 알 수 없어 일상생활 중에 화장실 등에서 준비되지 않은 출산을 하게 되고, 결국 영아유기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 10년간 집계된 영아유기 사건은 992건, 한 해 무려 100여 건이다. 대부분 영아유기 사건은 미혼모와 관련 있다. 미혼모에 관한 인식이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가 미혼모와 그가 낳은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냉혹하다. 미혼모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과 출산을 하는 만큼 경제적 어려움이 뒤따른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두려움 등 여러 감정적 요인도 함께 작용해 결국 영아유기와 ‘유기사망’까지 이르게 된다.

   
▲ 신생아 유기 사건을 ‘대학생 미혼모 입건’ 등 아이 엄마의 책임으로 부각해 보도한 기사들 제목. ⓒ daum

대다수 언론은 하루 3건의 영아유기가 발생했다는 자극적인 사실을 보도하기 위해 사건을 묶어 병렬식으로 독자에게 전달했다. 영아유기 사건이 매년 늘고 있다는 것은 사회 시스템의 부재를 방증한다. 언론은 아이를 버린 여성의 잘못을 부각하는 보도를 내놨고, 더 나아가 영아유기 대책으로 제시되는 사안에는 자기네 이념 논리에 따라 찬성과 반대로 갈라진 보도만 했다.

언론의 관점에 따라 독자의 생각과 관점은 달라진다. 엄마가 아이를 버리고 떠난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아이 버린 엄마 입건’ 이라는 낙인 찍기 보도에 앞서 ‘원치 않는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언론이 얼마나 짚어주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헌법재판소, 66년 만에 ‘임신중절 헌법불합치’ 결정

지난 1월, 법무부는 아기를 버려 숨지게 하는 사건에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생명을 함부로 대하는 이를 강력하게 처벌해 영아유기를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영아유기 피의자 대부분이 미혼모인 상황에서 엄마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고, 강력한 처벌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아이의 출산과 양육의 책임은 부모 모두에게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오신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임산부 지원 확대와 비밀출산에 관한 특별법’은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곤경에 처한 임산부가 안전하게 출산하고 양육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것이 뼈대인데, 최근 영아유기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언론에 재등장했다.

그간의 언론 보도는 이 법안에 찬반 논란이 있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비밀출산제도가 자녀의 양육 책임을 피하고 친권을 포기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 낙태죄폐지공동행동 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달 11일, 헌법재판소가 66년만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회는 2020년 12월까지 임신중절 허용 범위 등에 관한 제도를 마련하고 법을 개정해야 한다. 임신중절죄 폐지가 끝이 아니라 시작인 이유다. 임신중절은 그동안 사실상 국가가 방조해왔다. 불가피한 임신중절 수요는 늘 있었지만, 처벌조항이 있어 국가의 관리망을 벗어난 수술이 만연하면서 여성과 태아의 건강권을 위협했다. 이번 결정으로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결정권’이라는 가치가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벗어났지만, 이것으로 끝난 건 아니다.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폭넓은 논의가 시작돼야 하고 언론이 공론장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시스템 지적과 사건의 본질 파고들어야

독일은 국가에서 100여 개 ‘베이비 박스’를 운영한다. 경제적 이유 등으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부모가 ‘베이비 박스’를 찾아오면 상담 후 아이를 기관이 맡는 방식이다. 상담 후 아이를 포기하더라도 기관은 부모의 인적사항 정보를 법원에 보관한다. 이 정보는 아이와 부모만 볼 수 있는데,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만 열람이 가능하다.

우리 상황은 다르다. 미혼모가 출산하면 대개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한다. 이런 구조 속에서 비합법적으로 이뤄진 임신중절 수술은 모성 사망과 질병의 주요 원인으로 이어졌다. 영아유기 사건이 하나의 이슈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YTN 라디오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다른 프레임으로 접근했다. ‘미혼모들에게 필요한 건 처벌인가, 몸조리인가’에서 ‘유기’ ‘자수’ 라는 프레임으로 처리되는 영아유기 사건에서 ‘혼자 경험하고 결정하고 감당해야 할 엄마의 감정적 진공상태와 책임’을 언론이 여성에게만 짐 지우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진다. 사회시스템 부재에 따른 ‘모성사망’과 ‘모성건강’에 관한 논의가 그동안 부족했음을 지적하며 ‘유기’라는 안타까운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연결구조도 꼬집었다.

언론은 영아유기 사건과 관련해 ‘준비되지 않은 출산’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사건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부재한 사회시스템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보도를 넘어 중요한 사안을 해석하고 평가해 사회적 가치를 재정립하는 기능은 언론의 중요한 임무다.


편집 : 강도림 기자

[오수진 기자]
단비뉴스 시사현안팀, 지역농촌부 오수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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