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017 한강 몽땅’ 탐방기

1539년 조선을 찾은 명나라 사신 화찰(華察). 그는 압록강과 대동강을 차례로 지나며 빼어난 자연경관에 감탄했다. “조선의 풍경이 여기 다 있구나!” 그 때 화찰의 옆에 있던 조선인 통역관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반드시 한강이어야 합니다.“ 통역관이 말한대로 화찰은 한강의 풍경에 푹 빠졌다. 서울에 도착한 화찰 일행은 배를 타고 한강 유람에 나섰다. 양화도를 지나갈 즈음 바람이 거세 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는 배를 멈추게 하고 술을 따라 노래를 부르며 연회를 열었다.

“남산이 눈앞에 보이고 북악산이 뒤에 있으며 용산과 필운대가 좌우로 어리어 비치고 잠두봉을 비롯한 여러 봉우리가 천태만상으로 둘쭉날쭉하여 완연히 그림과 같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 화찰 <유한강기遊漢江記>

▲ 조선시대 최고의 유람 코스였던 한강. 겸재 정선의 <압구정도>. ⓒ 간송미술관
화찰을 비롯해 조선을 방문한 중국 사신들은 한강의 경치를 노래한 시문을 남겼다. 공식적인 업무를 마치고 한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노는 것이 그들의 비공식적인 코스였다. 조선 왕실에서도 한남동에 별장을 마련해 한강을 통해 조선을 소개했다. 한강을 유람했던 많은 중국 시인들은 한강을 ‘보물’처럼 여겼다.
 
운명이 뒤바뀐 여의도와 밤섬
 
“밤섬에 사람이 가장 많이 살았을 때는 1000명 가까이 됐던 적도 있어요. 고려시대부터 유명했죠. 반면 여의도는 말 그대로 ‘너의 섬’이라는 뜻이에요. 가치를 크게 주목받지 못했죠.”
 
▲ 한강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는 한강 해설가 조영희 씨. ⓒ 곽호룡 
한강 해설가 조영희씨는 과거에 밤섬이 여의도보다 더 가치가 높았다고 운을 띄었다. 하지만 1930년대 일제가 들어서면서 밤섬과 여의도는 운명이 뒤바뀐다. 임시정부는 여의도에 만주의 독립군을 지원하기 위한 군사시설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비행장이 들어선 것도 이때다. 군수물자는 당시 항구도시였던 마포를 통해 드나들었다.
 
해방 후 1968년에는 ‘여의도 개발사업’이 시행된다. 조영희씨는 “밤섬이 폭파된 이후 그 자갈로 여의도를 메웠다”며 “여의도는 현재 국회의사당, 지상파 방송 3사, 각 정당이 들어서 있는 명실상부한 서울의 중심으로 ‘한강의 기적’인 셈”이라고 말한다.
 
▲ 유람선에서 바라본 밤섬. ⓒ 고륜형
 
용이 앉은 자리 ‘용산’
 
배를 타고 여의도를 지나면 한강철교와 용산이 나온다. 조씨에 따르면 서울은 지리학적으로 ‘날아가고 있는 학’의 모양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용산은 ‘용이 앉은 자리’라고 해서 명당으로 불렸다. 용산은 조선시대부터 중요한 나루터였다. 용산 주변의 물살이 약하고 강의 폭이 비교적 좁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땐 우리나라 최초 철교인 한강 철교가 들어섰다. 하지만 1950년 한국 전쟁 당시 북한의 남침을 막기 위해 한강대교와 함께 폭파된다.
 
한강대교는 노들섬 위에 세워졌다. 노들섬은 용산, 광진을 포함한 3대 백사장 중 하나다. 특히 노들섬은 1954년 5월 4일 이승만 대통령 선거 유세 당시 30만의 인파가 모인 곳으로 유명하다. 당시 서울 인구는 100만 명 정도였는데, 30만 명은 기록적인 수치였다.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엔 여의도에 100만 넘게 모였다.
 
▲ 한강 최초의 철교인 한강철교. ⓒ 고륜형
 
춘향과 이몽룡의 이야기가 얽힌 동작 
 
흑석동은 검은 돌이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작나루는 춘향전과 관련이 있다. 이몽룡은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동작에 터 잡았다. 과거에 합격하고, 그때부터 동작은 합격 기원의 명당이 됐다. 현재는 국립 현충원이 들어서 있다.
 
▲ 한강 유람선을 타고 있는 시민들. ⓒ 고륜형
조영희씨는 30분간 이어진 설명을 마치며 “오늘 제가 한강을 둘러보며 보이는 풍경만 가지고 끊임없이 떠들었어요. 그만큼 한강에는 많은 우리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여러분들이 가까이 있는 이곳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줬으면 해요”라고 마무리 지었다.
 
▲ ‘2017 한강몽땅’ 프로그램은 7월 21일부터 8월 20일까지다. ⓒ 한강몽땅 홈페이지
‘선상에서 밤섬 둘러보기’는 7월 21일부터 8월 20일까지 진행되는 ‘2017 한강몽땅’ 프로그램 중 하나다. 서강대교에 있는 여의도관공서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밤섬을 거쳐 돌아오는 1시간 코스다. 신청은 인터넷 서울시 공공예약시스템에서 하면 된다. 접수 기간은 7월 3일부터 8월 4일까지이고 비용은 무료다. 장마가 끝나고 찾아올 무더운 여름, 한강에서 피서를 즐기는 색다른 체험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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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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