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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되는가
[미디어비평]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정신분석학적 비평
2017년 07월 30일 (일) 21:40:50 이연주 기자 joann2001@hanmail.net
   
▲ 이연주 PD

“역시 그랬었군.” 료타가 자신이 6년간 키운 케이타가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내뱉은 말이다. 6년간 키워왔던 아이가 출생 병원에서 뒤바뀐, 자신의 핏줄과 무관한 아이였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주인공 료타가 피가 섞인 아이를 되찾느냐, 길러온 아이를 계속 키우느냐를 놓고 고민하는 영화다. 료타는 성공한 건축가이다. 그는 이성적이고 엄격하다. 이런 성격이 일할 때는 효율적이지만 가족에게는 가부장적으로 나타난다. 료타는 가족에게 완벽함을 강요한다. 특히 아들인 케이타에게 완벽할 것을 강요한다. 케이타는 료타의 기대를 충족시키려 노력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료타는 케이타가 자신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듣자 자신도 모르게 “역시 그랬었군.”이라는 말을 내뱉으며, 안도한다.

   
▲ 료타는 케이타가 자신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역시 그랬었군" 하며 안도한다. ⓒ 네이버 영화 스틸컷

료타는 어떤 선택을 할까? 료타는 자신의 피가 섞인 아이, 류세이를 만난다. 류세이는 전기상회를 하는 아빠 유다이와 전업주부인 엄마 유카리에게서 키워졌다. 유다이는 료타와 반대로 가정적인 아빠다. 아이와 잘 놀아주고,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류세이는 활발하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다. 료타는 자신의 친아들이 가난한 집에서 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자신이 케이타와 류세이 모두를 키우면 안 되겠느냐고 제안한다. 하지만 거절당하고, 대신 아이를 교환해서 살아보기로 한다.

료타는 왜 엄격하고 냉정한 아빠가 되었을까?

아이는 자라면서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 사회화는 개인이 그가 속한 사회의 규범과 가치를 내면화하여 정상적인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유아기 가족 관계, 그중에서도 부모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부모와의 관계는 출생 후 최초로 아이가 접하는 환경으로 정신적 원형을 형성하는 일차적 요소다. 이 관계가 원만하지 않으면 아이는 사회화 과정에 어려움을 겪는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남자아이가 아버지를 제거하고 어머니를 독차지하려는 경향이 남근기(4~6세)에 분명히 드러나고, 잠복기(6~12세)가 되면 억압된다고 주장했다. 이 현상을 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명명했다. 남자아이에게 있어서 어머니는 처음 만나는 이성으로 집착의 대상이 되고, 아버지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반항할 경우 힘의 열세로 남근을 거세당할 것이라고 두려워하며 아버지를 미워한다. 이러한 갈등을 겪다가 결국은 자신의 남근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욕망을 포기하고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 선망으로 바꾸어 자신과 동일시하는 방식으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성장한다.

료타가 어렸을 때 부모님은 이혼했다. 아버지는 도박과 경마, 주식에 빠져 가정에 소홀했고, 이혼한 후 새어머니를 들였다. 료타는 친어머니를 떠나보낸 아버지를 증오했고, 증오하는 마음을 선망으로 바꾸지 못하고 어른이 되었다. 제대로 된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어른이 된 것이다.

   
▲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 선망으로 바꾸지 못하고 어른이 되어버린 료타는 아버지로서 역할을 다 하지 못한다. ⓒ 네이버 영화 스틸컷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우리는 결핍 상태에서 태어나며 이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나머지 인생을 소비한다.”고 했다. 인간의 삶은 결핍을 채우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료타도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결핍을 끊임없이 채우려 했을 것이다. 료타는 결혼 후 아빠가 되었다. 좋은 아빠가 되어보려 하지만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결핍으로 인해 정상적인 아버지의 역할을 모른다. 료타는 완벽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자신이 추구하는 아버지 상(像)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료타는 엄격하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가지게 된다. 완벽한 가족의 모습, 완벽한 비즈니스맨의 모습으로 결핍을 숨기려 한다. 무의식 속에 그의 상처는 잠겨있었다.

료타의 상처를 끄집어낸 류세이, 상처를 치유해준 케이타

아이를 바꾸고 나서 료타는 자신이 설정한 아버지상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류세이는 핏줄로 이어져 있어 어떻게든 자신의 기대를 충족시킬 거라 생각했는데, 류세이는 료타의 엄격한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료타는 단순히 혈육이라는 것으로 아이와 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료타는 유다이가 하듯, 아이와 놀아주고 캠핑을 하는 등 아버지로서 노력한다. 류세이는 잘 노는 듯했지만, 그를 키워준 가족을 그리워한다.

   
▲ 료타는 자신의 결핍을 케이타에게 드러내며 한층 더 성숙한 아버지가 된다. ⓒ 네이버 영화 스틸컷

그러다 료타는 케이타가 카메라로 찍은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료타는 잠을 자고 있거나, 일하는 모습뿐이다. 료타는 그때 자신이 얼마나 케이타에게 소홀했는지 깨닫게 된다. 료타는 케이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케이타는 이미 상처를 받은 상태. 엄격한 아버지였던 료타는 케이타에게 사과를 한다. 자신도 결핍이 있고, 완벽하지 않음을 고백한다. 그러면서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 그러면서 료타는 아버지가 되는 길에 한 걸음 내디딘다. 그리고 그것은 료타에게 자신의 결핍을 비로소 메꾸어주는 하나의 의식(ritual)이 되었다.


편집 : 이민호 기자

[이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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