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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은 추상적, 피해는 현실적”
7월 1일 잠정 발효 <한EU FTA>, 중소기업 대비 미흡
[두런두런경제] 홍기빈 제정임의 경제뉴스 따라잡기
2011년 06월 30일 (목) 00:12:51 이보라 기자 realslowman@danbinews.com

   
홍기빈(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오는 7월 1일부터 한국과 유럽연합간의 자유무역협정, 즉 <한EU FTA>가 잠정 발효됩니다. 우선 잠정 발효란 것은 정식 발효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네, <한EU FTA>협상이 타결된 다음 유럽연합차원에서의 비준은 이뤄졌는데, 27개 회원국의 개별적인 비준절차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따라서 7월 1일부터 협정의 전반적인 효력이 일단 개시되지만, 27개 회원국의 개별적 동의가 필요한 지적재산권, 문화협력 등 일부 조항은 발효가 유보됐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잠정 발효되는 조항이 전체 항목의 99%로 거의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2년 내에 회원국들의 동의절차가 모두 끝나면 <한EU FTA>가 공식 발효하게 됩니다.

홍: 99%라면 다음달부터 <한EU FTA>시대가 본격 개막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텐데요, 우리 경제엔 어떤 효과가 기대되고 있습니까.

시장 확대로 얻는 혜택보단 피해가 더 직접적

   
제:
가장 긍정적 면은 시장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EU는 27개 회원국에 인구가 5억 명이나 됩니다. 국내총생산, 즉 GDP 규모가 16조4천억 달러로 전 세계 GDP의 30%를 차지하는 최대의 단일시장이죠. 이 시장과 우리가 앞으로 공산품에 대해서는 5년, 농축산물은 15년 안에 ‘완전 무관세’로 수출입을 하게 된다는 것이니까, 이론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시장이 그만큼 넓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산업 중에 국제경쟁력이 있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전자, 전기, 일부 섬유제품 등의 수출이 늘어날 것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국책연구기관들은 <한EU FTA>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이 향후 10년 간 매년 0.5% 이상 추가 성장하고, 총 25만개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홍: 유럽산 제품이 관세 없이 싸게 수입되니까 그만큼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있겠죠?

제: 그렇습니다. 유럽산 제품 중에 국내에 많이 수입되는 것이 자동차, 와인, 치즈 같은 낙농 제품, 삼겹살, 화장품, 그리고 명품 가방이나 의류, 악기 등이죠. 이들 제품 중 와인과 의류는 각각 15%와 13% 내외의 관세가 즉시 없어지기 때문에 상당한 가격 인하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 삼겹살과 낙농제품 자동차 등 다른 제품들도 매년 2~3%씩 관세가 내려가 최대 15년 안에 관세가 없어지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이 그만큼 싼 값에 살 수 있게 됩니다. 정부는 이런 수입가격 하락이 물가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홍: 이렇게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가 하면 피해를 보는 국내 산업도 없지 않을 텐데요.

제: 그렇습니다. FTA라는 것은 한 마디로 기업들이 경쟁하는 무대, ‘링’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말하자면 우리 기업들과 EU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맞붙는다는 얘깁니다. 그러면 주먹이 센 강자, 즉 경쟁력이 뛰어난 기업들은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는 반면 약자들은 많은 걸 잃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 산업 중 EU와 비교해서 경쟁력이 낮은 분야, 대표적으로 축산업, 농축산가공업, 의약품과 의료기기, 화장품과 패션, 일부 기계와 화학업종 등은 이전보다 불리해질 가능성 높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축산업 피해가 클 전망인데요, 농림부의 보수적 전망으로도 15년간 농업피해액이 매년 18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업, 농민 뿐 아니라 소비자 피해도 생길 수 있는데요, EU산 약품의 복제판매가 까다로워지면서 국내환자들의 약값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FTA 비판론자들은 “한EU FTA의 혜택은 막연하거나 과장돼 있는 반면, 피해는 매우 크고 실질적”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들을 위한 지원책 서둘러 마련해야

   
홍:
특히 기업형수퍼마켓(SSM) 등으로부터 중소유통업체와 자영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근에 제정된 유통법과 상생법이 <한EU FTA> 때문에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죠?

제: 맞습니다.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에 관한 법’이 어렵게 제정됐죠. 이들 법은 재래시장 인근에 SSM을 개점할 수 없도록 한다거나, SSM개점에 따른 피해가 예상될 때 사전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반면 <한EU FTA>는 조건 없이 유통시장을 개방하게 돼 있기 때문에, 국내에 들어온 유럽 유통업체들이 이 법들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부는 유럽 측에 국내 영세상인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다는 입장인데, 실제로 분쟁이 생기면 이런 얘기는 안 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뿐 아니라  친환경급식을 위해 각급 학교식당에서 지역농산물을 우선 구매하는 것도 ‘내국인우대금지’차원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국내 정책주권이 침해될 여지가 크다는 게 <한EU FTA>에 대해 우려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홍: 이번에 국내 법률시장도 본격 개방되기 때문에 국내 법률회사들, 로펌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더군요.

   
제:
네, 그렇습니다. 국제적인 법률서비스 시장은 미국과 영국 로펌들이 크게 양분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세계 제일의 경쟁력을 가진 영국 로펌들이 1차로 국내 시장 진입을 준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국내 대형법인 변호사들에 대한 스카웃 바람이 불고 있고, 이에 맞서 국내 로펌들은 집안 단속에 한창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법률서비스 같은 전문직 시장은 그동안 지나치게 보호됐던 영역이기 때문에, 개방을 통한 서비스개선과 경쟁력 제고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많습니다.    

홍: <한EU FTA>를 통해 중소기업들도 수출증대 효과를 좀 봐야할 텐데요, 준비는 잘 되고 있습니까? 

제: 앞으로 EU시장에 6천유로 이상의 수출을 하면서 관세인하 혜택을 보려면 ‘원산지 인증 수출자’ 지정을 미리 받아 놓아야 하는데, 대상기업 중 이 작업을 완료한 곳이 30% 정도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그나마 거의 대기업들이라고 해요.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준비가 안 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내일 모레가 협정 발효인데, 대비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논란 속에 <한EU FTA>가 발효되는데, 그나마 중소기업들이 불이익을 보지 않도록 기업차원의 준비와 정부지원에 박차를 가해야 하겠습니다.


* 이 기사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손에 잡히는 경제> 6월 29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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