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옥같은 강의와 열띤 토론에 ‘숨은 끼 발산’ 뒤풀이도
[대학언론인캠프] 태풍 ‘메아리’ 속 뜨거웠던 2박3일

‘한국 언론은 내가 책임진다’는 포부와 열정이 태풍 ‘메아리’도 날려버렸다.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충북 제천 세명대 캠퍼스에서 열린 제5기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언론인 캠프’는 60 명의 예비 기자, 피디(PD), 아나운서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후끈했다.

 ▲ 대학언론인 캠프 참가자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 송지혜

사흘간 14개 강좌, 열정으로 모두 소화

첫날인 25일 오후 간단한 입소식에 이어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의 ‘세계 일류 언론과 한국 언론’ 강의가 시작됐다. 이 원장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 공영방송 <BBC>,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 등이 어떤 노력을 통해 시민들의 전폭적인 신뢰와 사랑을 얻게 됐는지 설명했다. 그리고 “우리 언론은 아직 갈 길이 먼데, 그 일을 해낼 사람이 바로 여러분”이라며 사명감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진 ‘PD를 위한 영상예술’ 강의에서 최종한 세명대 교수는 혁신적인 실험영상들을 소개하며, 판에 박히지 않은 창조적 영상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로서 PD 역할을 강조했다. <MBC> PD 출신인 권문혁 교수는 ‘PD는 기획으로 말한다’ 강의에서 프로그램의 흥행을 좌우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실전 노하우’를 풀어놓았다.

제정임 교수가 진행한 ‘시사현안 백분토론’에서는 참가자들이 논객으로 변신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재편해야 할지에 대해 열띤 공방이 펼쳐졌다. ‘경제적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이라는 대립되는 가치를 놓고 다양한 논거를 인용하며 주장과 반박을 이어가는 참가자들의 모습은 방송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 못지않았다.

 ▲ 강의 중인 권문혁, 이봉수, 제정임 교수. ⓒ 송지혜

둘째 날인 26일 이봉수 원장은 ‘개인DB 만들기와 칼럼쓰기’ 강의에서 자신의 ‘보물 1호’를 공개했다. 책과 신문기사 등에서 발췌한 방대한 분량의 배경지식과 글감들, 노트북 배경화면에 빼곡하게 정리된 파일들이 마치 '작은 도서관' 같았다. 치밀한 준비가 좋은 글을 낳는다는 사실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한국사회를 읽는 몇 가지 코드’ 강의에서 경북대 남재일 교수는 “사회문제를 볼 때 피상적 현상만을 볼 게 아니라 뿌리가 되는 구조를 보는 눈을 키울 것”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분단’ ‘근대화’ 등의 구조적 문제가 한국사회의 여러 현상을 설명하는 열쇳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맹활약 중인 현직 언론인들의 특강도 마련됐다. <한겨레> 안수찬 탐사보도팀장은 기자의 덕목으로 ‘혼을 담아내는 글쓰기’와 ‘근성’을 강조했다. 동아일보 종합편성방송인 <채널 A>의 이영돈 제작본부장(전 KBS PD)은 <슈퍼스타 K> <무한도전> <개그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의 인기요인을 분석하고 ‘시청자의 본능’을 포착하는 제작자가 될 것을 주문했다.

이날 밤에는 참가자들과 대학원 재학생, 교수진이 함께 어울리는 ‘사귐의 시간’이 마련됐다. 족발 등 안주와 노무현 대통령이 반했다는 ‘대강 막걸리’를 주고받으며 흥겨운 게임과 노래자랑, 춤판을 벌였다. 숨차게 이어지는 강의에 몰입하느라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했던 참가자들은 모처럼 마음을 열고 서로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참가자들은 숙소에 돌아가서도 밤늦도록 대화를 이어갔다.

  ▲ 참가자, 재학생, 교수진이 함께한 사귐의 시간. ⓒ 곽영신

"하나도 버릴 것 없는 알찬 시간이었어요"

마지막 날인 27일 오전에도 ‘자기소개서 클리닉’ ‘시사현안 가닥잡기’ ‘기획안 작성지도’ 등 언론사 합격을 겨냥한 ‘족집게 강의’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부족한 수면에도 불구하고 눈빛을 반짝이며 끝까지 집중했다. 수료식에서 이 원장은 “언론고시가 높은 벽이라고 하지만 각 언론사는 좋은 인재를 찾지 못해 안달”이라며 “게으름 피우지 않고 성실하게 내공을 쌓아간다면 꼭 언론인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 캠프 수료증을 받는 참가자들. ⓒ 송지혜

참가자 임경호(27)씨는 “대학의 신문방송학과에서 접할 수 없었던 실무적이고 현실적인 얘기를 캠프에서 많이 들었다”며 “함께 공부할 동료들이 생긴 것도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유경(23)씨는 “본격적으로 언론사 취업에 뛰어들기 전에 큰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다은(22)씨도 “모든 강의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심도 있는 내용이었다”며 “언론인의 길을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캠프를 통해 언론인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 제5기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언론인 캠프> 참가자들. ⓒ 송지혜

기념 촬영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이슬비로 변한 빗속에 세명대 캠퍼스를 떠났다. 새로 만난 ‘동지들’과 함께해서인지 발걸음이 한결 힘차면서도 경쾌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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