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 매달려 신재생에너지 개발 중국보다 처져
[두런두런경제] 홍기빈 제정임의 경제뉴스 따라잡기

독일, 원전 폐기로 신재생에너지 시대 앞당겨

홍기빈(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독일 정부가 오는 2022년까지 17기의 원자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고 원전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계획을 확정했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한동안 원자력발전 쪽으로 쏠렸던 세계 에너지정책의 흐름을 신재생에너지 쪽으로 돌리는 선도적 역할, 이른바 ‘원전 르네상스’의 막을 내리고 ‘신재생에너지 시대’를 앞당기는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됩니다. 독일은 지난 2000년 사민당과 녹색당 연정 당시 원자력에서 탈출하기로 결정했는데, 2009년 기민당이 집권하면서 정책을 수정했습니다.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고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 ‘값싸고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원전을 좀 더 써야 한다’는 쪽으로 돌아선 것이죠. 그런데 일본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의 위험성을 다시 인식하게 됐고, 원전 반대 시위가 번지는 가운데 기민당이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원전 탈출을 최종 확정하게 된 것입니다. 

홍: 독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독일처럼 원전 포기를 선언하는 예가 나오고 있죠?

제: 그렇습니다. 스위스가 오는 2034년까지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고, 이탈리아 정부도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당사자인 일본의 변화도 주목됩니다. 간 나오토 총리는 ‘원전 증설계획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에너지절약과 신재생에너지 위주로 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한국계인 손정의 씨 등 일본의 거물 기업인들이 과거 핵발전을 지지했던 걸 반성하면서 거액의 기금을 만들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중국도 신규원전 허가를 일단 중단하고 원전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홍: 하지만 기존의 원전 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힌 나라들도 있는데요.

제: 프랑스가 대표적이죠. 프랑스는 세계 최강의 원전기술 대국인데요, 원전 발전량이 세계 2위입니다. 전력의 75% 가량을 원전에 의존하고 있죠. 프랑스는 국민의 77%가 원전에 반대하는 것으로 여론이 나타나는데도 원전 중심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체르노빌 사고로 홍역을 치른 러시아도 경제개발을 위해 값싼 에너지가 필요하고 이미 확보한 원전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원전을 포기 못한다는 입장입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도 원전 증설 계획을 바꾸지 않겠다는 방침이고, 우리 정부 역시 원전 중심의 에너지정책을 고수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엔 소홀, 지나친 원전 중심의 에너지정책

홍: 우리나라는 현재 원자력 발전에 어느 정도나 의존하고 있나요? 

제: 현재 21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데, 전체 발전량의 30% 정도를 차지합니다. 정부의 에너지개발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4년까지 원전 14기를 더 지어 발전량의 50%까지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국토 대비 원전밀집도, 즉 땅 면적에 비해 원전이 얼마나 촘촘히 들어서 있는가 하는 정도가 세계 1위가 됩니다. 정부는 특히 지난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대규모 원전을 수주한 것처럼 원전을 주력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습니다. 

홍: 후쿠시마 사건을 봤을 때 원전은 일단 사고가 났다하면 통제가 불가능하고 그 영향도 치명적인데, 우리나라가 원전 밀집도 1위가 돼도 괜찮은 걸까요? 

제: 정말 걱정됩니다. 정부는 국내 원전이 절대 안전하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정부와 원자력전문가들 얘기지, 제3의 중립적기구가 검증한 사실은 아닙니다. 체르노빌 사고 후 일본 내에서 원전 증설 반대 움직임이 거셌을 때 일본 정부가 한 얘기가 “우리 원전은 체르노빌과 달리 절대 안전하다” 였습니다. 그러나 기술강국, 안전신화의 주인공이었던 일본이 후쿠시마 사태로 처참하게 무너지지 않았습니까? 지진이 많이 나는 일본에 55기나 되는 원전이 건설된 것은 원자력으로 이익을 보는 기업, 정치인 등 ‘원전마피아’의 입김 때문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에도 지진의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고, 남북 대치로 전쟁과 테러 위협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고, 가동 중에 여러 가지 사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원전 밀집도 세계 1위가 된다는 것 정말 두려운 일입니다. ‘값싼 에너지’도 좋지만 무엇보다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지 않는 에너지’를 써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홍: 그렇게 보면 당장 원전을 폐쇄하면 좋겠는데,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에너지 대안이 있느냐가 문제 아니겠습니까?

제: 맞습니다. 그게 현실적으로 부닥치는 문제죠. 원전에 찬성하는 분들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우리의 산업구조가 아직 전기 전자 등 에너지소비가 많은 제조업 중심이라 원전처럼 전력단위당 생산원가가 싼 에너지원이 없다면 생산 비용이 올라가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얘깁니다. 대안이 될 만한 신재생에너지는 아직 대규모 에너지수요를 충족할 만한 생산능력이나 전력 공급의 안정성, 경제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죠. 반면 원전 탈피를 주장하는 쪽은 지금 원전에 쏟고 있는 투자, 즉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홍보비, 건설투자, 폐기물 처리비용 등 수십조 원의 돈을 신재생에너지 쪽으로 돌리면 훨씬 빠른 속도로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정책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지원하지 않고 원전에만 매달렸기 때문에 현재 관련 기술 경쟁에서 중국에도 뒤처졌다고 전문가들은 비판하고 있습니다.  

홍: 또 다른 각도에서 짚어봐야 할 부분이, 원전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화석연료에 더 의존하게 돼 지구온난화가 더욱 심각해지지 않겠는가 하는 것인데요. 

제: 그런 주장들이 있죠. 그런데 온실가스 문제를 보면 원전 역시 ‘깨끗한 에너지’라고 알려진 것과 달리 원료인 우라늄 채굴에서부터 발전소 건설과 가동, 폐기물 처리까지 상당량의 탄소를 배출한다고 환경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방사능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핵폐기물을 1만년 이상 격리 보관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완벽한 처리방법이 없어 환경에 더 위협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원전 가동을 중단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한편으로 우리가 비효율적으로 쓰고 있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데 박차를 가하면서, 화석에너지와 원전수요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 가는 전략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원전을 새로 짓는 것은  일단 중단하고, 신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을 가질 때까지 기존 원전을 징검다리로 활용한 뒤, 차후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 바이오연료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고갈되지 않는 국내자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수입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심혈을 기울여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이야 말로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대전환’을 추진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이 기사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손에 잡히는 경제> 6월 1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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