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의원들 지역이기주의, 도덕적 해이 ‘나 몰라라’
[두런두런경제] 박경철 제정임 이성철의 생생토크

빈 라덴 사살로 글로벌 경제 불안감 증폭

박경철(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이번 주 톱뉴스는 미국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이었습니다. 9.11 테러사건 이후 미국이 끈질기게 추격해 온 오사마 빈라덴이 파키스탄에서 최후를 맞은 것이죠. 오사마 빈 라덴은 수많은 인명을 살상한 테러리스트로 악명을 떨쳤지만 미국이 제국주의적 구습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심지어 물고문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죠. 또 나라 안에서는 저축은행사태와 관련한 금융감독원비리 문제로 떠들썩했습니다. 어린이날이 있었지만 어린이들에게 부끄러운 뉴스들로 점철되었습니다. 이성철 부장님, 오사마 빈 라덴이 최후를 맞은 것은 손꼽힐 만 한 21세기 대형 뉴스 중 하나죠?

이성철(한국일보 경제부장): 9.11사건 자체가 21세기 들어 가장 큰 뉴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우리는 9.11을 끔찍한 테러의 하나로 기억하지만 이 사건이 미국인들에게 준 충격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입니다. 정치 경제 외교 군사 측면 뿐 아니라 일반 개개인에게 준 심리적인 충격과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도 엄청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2001년 이후 10년간 이어져 온 9.11체제가 빈 라덴의 사망으로 한 챕터가 끝났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빈 라덴이 죽으면 9.11체제는 끝난 것이냐? 넓은 의미의 9.11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미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9.11테러가 너무 충격적인 일이지만, 반대편에서 보면 ‘이라크전에서만 수십 만 명이 죽었다’는 시각이 있을 수 있죠. 오사마 빈 라덴의 거처를 알아내는 과정에서 미국 정보관이 물고문을 했다는 등의 인권문제와 비무장상태에서 그의 아내와 아이까지 쏘았다는 얘기도 있었죠. 제정임 교수님 어떻게 보십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미국인들의 복수라는 관점에서 보면, 10년 만에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9.11 테러로 숨진 수천 명의 가족들에게 ‘테러의 원흉을 제거했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과연 그 복수로 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게 됐는가, 달리 말해 미국과 세계는 더 안전해졌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오히려 알 카에다를 포함한 이슬람 과격단체들에게 목숨 걸고 더 심한 테러를 기획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9.11테러 자체도 연원을 앞으로 가져가보면 미국에 대한 이슬람권의 복수입니다. 아무 이유 없이 테러를 감행한 게 아니고요. 이슬람 테러에 여러 가지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만 자기 가족과 지도자가 무참하게 살해되는 것을 본 이후에 과격한 테러리스트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번 빈 라덴 사망을 계기로 이슬람권에서 이런 일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테러리스트를 미사일로 공격하는 것보다는 그 지역에 경제적 원조를 해주고 학교를 하나 더 지어주는 것이 세계 평화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지적합니다. 빈 라덴을 찾아내는 과정, 사살하는 과정 등에서 테러리스트들을 자극하는 요소가 많았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미국이 좀 더 힘들고 골치 아프더라도, 비무장 상태였다고 하는데, 빈 라덴을 생포해서 법정에 세우는 게 더 정당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리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을 했기 때문에 이슬람권에서는 ‘미국과 한 편’이라고 생각돼 표적이 될 수 있는데요, 앞으로 ‘복수 혈전’이 이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있습니다.

이 : 두 가지 측면을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적인 관점과 미국 밖에서의 관점이 있고, 정의라는 측면과 현실이란 측면의 접근 두 가지가 있겠는데요. 당연히 국제법적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게 하는 것이 옳죠. 그렇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살려두고 재판을 받게 하는 그런 과정을 겪었을 때 빈 라덴이 더욱 더 영웅시되고 세를 결집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서 정치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밖의 관점으로 보면 후속 테러와 분노를 촉발시킬 수 있기 때문에 올바른 선택이 아니었다고 할 수 있지만 미국의 관점에서 보면 ‘능지처참’을 해도 속이 시원하지 않을 대상이죠. 그래서 빈 라덴의 사망이 2001년 9월 11일 이후 시작된 9.11테러의 한 챕터를 끊은 것은 분명하지만 테러 가능성과 중동정세의 불안, 끊임없이 계속되는 폭력, 미국 경제의 불안 등 넓은 의미의 9.11체제는 상당 기간 진행형일 것으로 보입니다.

: 한 챕터를 닫은 것이지 텍스트 전체를 닫은 것은 아니라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적으로도 걱정되는 부분이 있죠?

: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복의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경제의 잠재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더군요. 테러집단이 미국이나 다른 서방국들을 공격해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힘을 보여주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누구 소행인지는 모르지만 삼성을 포함해서 해외에 있는 우리 기업의 사옥을 테러하겠다는 협박이 있었고, 이미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는 우리 군에도 폭탄 테러 시도가 발생했죠.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지만요. 테러 가능성 등 안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세계 경제의 회복이 더 지연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 우리도 과거 제국 열강들에게 침탈당한 역사가 있었고, 그 때 우리를 외면했던 다른 열강들에 대해 아쉬움과 한을 가지고 있는데요. 우리가 이라크에 파병한 것도 냉정하게 그쪽에서 바라보면 한 동네에서 부잣집과 가난한집이 싸우고 있는데 이웃이 부잣집 쪽에 서서 같이 편을 들어주는 것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정작 그 가난한 집에서 (건설 공사 등으로) 덕을 보는 건 우리였는데 말이죠. 왜 우리 부대에 폭탄이 날아드느냐에 대해 뜬금없다 할 것이 아니죠. 지혜로운 리더십이 등장해서 이런 문제들을 잘 풀어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부장님 이번 주 주목해 볼 경제 이슈 뭐가 있습니까?

: 네, 이명박 대통령의 방문으로 하이라이트가 됐던 금융감독원의 신뢰 추락, 이어진 제일저축은행 뱅크런(예금인출) 사태를 포함해 금융 불신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현실을 첫 번째로 꼽았고요. 이어서 일본의 반도체 회사인 엘피다가 25나노반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반도체 업계에 새로운 논란이 불거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1주택자에 대한 거주요건을 폐지한 부분과 그것을 둘러싼 후속 논란을 꼽아봤습니다.

제 : 저도 1주택자 거주요건 폐지는 이 부장님과 같고요, 한국과 유럽연합간의 자유무역협정, 즉 한EU FTA 비준안이 한나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이로 인해 기업형 슈퍼마켓, 즉 SSM 규제 법안의 무력화가 우려되는 것 등 여러 논란이 번지고 있다는 뉴스에 주목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이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 예금보장액인 5000만원을 넘어서는 고액예금과 후순위채권까지 세금으로 물어주자는 내용의 저축은행법예금보상법안을 내놓아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봤습니다.

: 저도 금감원을 비롯해서 공정위원회 국세청 정부 부처할 것 없이 전관예우문제, 아까 지적하신 보상법 발의, 인텔에서 3D 반도체 개발 이 세 가지를 뽑았습니다. 이번 주엔 하도 많이 들으니까 식상할 정도지만 금감원 문제를 먼저 얘기할까요. 이 부장님, 금융감독원은 국가기관도 민간기관도 아닌데 권능은 압도적이죠. 돈 받는 것은 민간 기준이고 권능은 국가기관을 넘어서죠. 이 오묘한 기관에 대해 얘기를 해봐야겠어요.

견제 없는 금감원, 제도 개혁과 인적 청산 시급

: 지금 금융감독원이 만들어진 게 1999년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 사태 이후에 감독기구를 통합하면서죠. 그 이전에는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그리고 지금 논란되는 저축은행 등을 관리하는 신용관리기금 이렇게 네 군데 관리기구가 통합된 것입니다. 금감원은 사실 과거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시절부터 힘이 셌던 곳입니다. 5공화국 시절에 ‘금융계의 황제’로 불리면서 정치자금 창구역을 했던 이원조씨가 은행감독원장을 지낸 사람이죠. 은행감독원장은 은행에 대한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고, 당시는 은행이 기업의 돈줄을 쥐고 있었으므로 은행감독원장은 은행과 기업을 모두 좌우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자리였던 것입니다. 이것이 통합 금융감독원이 됐으니 그 힘이 얼마나 더 커졌겠습니까. 일각에서는 실질적 파워를 놓고 따진다면 국세청 검찰 못지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주목할 점은 과거 감독원들은 재무부에 종속돼 있었는데, 금융자율화 과정에서 금융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조금씩 줄어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는 간섭을 못하게 됐죠. 그 공백을 금융감독원이 메우기 시작하면서 금융감독원은 오히려 과거보다 영향력이 더 커졌습니다.

:이런 막강한 규제기관이 이번에 처음 문제를 터트린 게 아니고 계속 부정과 비리, 과다한 권력 남용에 대해 지적됐는데 덮어왔던 게 큰 문제를 낳은 것 아닙니까.

: 그렇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며칠 전에 금감원을 방문하지 않았습니까. ‘금감원 비리는 오래됐고, 예전부터 심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화제가 됐는데요. 아마 기업인 시절에 당했던 입장에서 경험을 얘기한 걸 것이라는 추측들이 있었습니다. 당해봐서 안다는 것이죠. 사실 금감원이 생긴 이후로 끊임없이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지난 2000년에 심했던 벤처 비리 사건 때 ‘정현준 게이트’를 비롯해 큰 사건마다 금감원 임직원이 연루됐죠. 또 2007년에는 다단계업체 제이유 사건, 단군 이래 최대의 금융사기라고 했었는데, 그 사건 때도 금감원 직원이 중간에서 사채를 알선하고 수천만 원을 받은 비리가 있었습니다. 최근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서도 4월 말 어느 하루 동안 5명이 한 번에 체포되고 구속되는 일이 있었는데요. 지난 10여 년 동안 금감원의 문제가 끊임없이 얘기됐지만 정공법으로 수술 받은 적이 없다는 것, 이것이 부정비리를 키운 배경이라 생각합니다.

박 : 제가 며칠 전에 금융감독위원회에 볼일이 있어서 갔었는데, 1층 로비에서 부산에서 올라온 분들, 부산저축은행 예금자들이 격렬한 항의를 하고 계시더군요. 그분들의 논지에 다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는데요. “우리 집에 도둑이 들어서 내 장롱 속의 돈을 잃었다. 물론 도둑맞으면 문단속 안한 내 잘못이다. 하지만 문제는 파출소 순경이 망을 봐줬다는 것이다. 그러면 경찰서 가서 항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 내가 항의하는 것은 다른 게 아니다.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파출소에서 망을 봐줬기 때문에 항의하러 온 것이다. 그런데 금감원장은 왜 우리를 만나주지도 않느냐.” 결국은 수위들이 격렬하게 밀어내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할 일인데 말이죠.

: 금감원에서 저축은행에 내려 보낸 ‘낙하산’ 감사 얘기는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많이 들었던 얘기 아니겠습니까. 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금감원은 늘 똑같은 논리로 답변했습니다. 감독원 출신들은 잘못을 잡아내는 전문가다. 전문가들이 감사를 하게 되면 오히려 해당 금융기관의 투명성, 경영진 견제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 우리가 찍어 눌러서 낙하산 내려가는 게 아니라 그런 필요 때문에 해당 금융기관의 요청에 의해서 가는 것이라는 논리를 일관되게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 보셨듯이 결과는 정반대 아니었습니까? 감독원 출신 전문가들은 범죄를 막는데 쓰인 게 아니라 오히려 범죄를 도와주는데 쓰였고, 결국 그러한 필요 때문에 해당 저축은행들이 여태까지 감사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경영진의 독주를 제어하고 견제를 하는 감사가 없다고는 얘기를 못 하겠죠. 하지만 금융기관이 왜 굳이 감독원 출신을 원할까. 회계사들도 있고 다른 전문가들도 있는데 굳이 감독원 출신을 원한 것은 감독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얘기겠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논리로 얘기를 해왔으니 참 딱하고, 오히려 그런 얘기들이 국민 분노를 일으키는 게 아닌가 합니다.

: 우리가 고작 연봉 1억 몇 천을 받으려고 감사 자리에 가겠냐 하는 얘기들도 하더군요. 희생과 봉사, 헌신, 공익적 이유에서라는 걸까요? 금감원이 쇄신안을 내놨는데, 골프치지 말고 술 마시지 마라, 당분간 우리가 감사 추천을 안 하겠다는 내용이더군요. 과연 뼈를 깎는 쇄신안이라 보십니까?

: 물론 금감원이 내놓은 자체 쇄신안에 낙하산 감사 더 이상 안 보내겠다, 청렴의 의무를 강화하고 제대로 감시하겠다는 것 등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정말 ‘새발의 피’죠. 좀 더 넓고 큰 차원에서 근본적 수술이 필요한데요. 낙하산만 해도, 금감원이 내려 보내는 낙하산은 정말 작은 거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청와대, 기획재정부 등을 포함해서, 예전에 ‘모피아’라고 불리던 금융권력 집단이 범 금융권에 낙하산을 내려 보내는 관행이 아직 뿌리 깊고, 금감원 낙하산은 그것의 일부일 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죠. 모피아와 금융계의 유착관계를 끊는 차원에서 인적 청산과 제도개혁이 함께 추진되어야 합니다. 또 하나는 독점하는 권력, 견제를 받지 않는 권력은 당연히 썩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합니다. 예전부터 금감원의 금융기관 검사권을 예금보험공사, 한국은행과 적절히 나눠서 상호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금감원은 ‘피검기관들에게 너무 부담을 준다’는 논리로 거부해왔거든요. 하지만 금융회사들이 어렵게 되는 것은 중복검사를 하지 않도록 주기를 조정하는 등의 대처를 할 수 있는 거고요, 예금보험공사 및 한국은행이 적절하게 검사권을 배분해 공유하면서 상호 견제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지금까지 오랫동안 금감원 안에 이런 관행이 쌓여오면서 인적으로 부패한 부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일부는 발각됐지만 일부는 그대로일 거라 생각이 드는데요. 문제가 된 사건들을 철저히 수사하고, 감사원도 감사권을 동원해서 부패한 인적 요소에 대한 쇄신, 물갈이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 제 교수님 말씀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만고이래로 불변의 진리가 있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것입니다. 감독원이 감독권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부패하게 되는 거죠. 그동안 감독원의 독점권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시어머니가 많아지면 며느리만 피곤해진다’ ‘불필요한 코스트를 줄여야 한다’는 논리로 반박했죠. 심지어 최종대부자인 중앙은행, 한국은행마저도 최소한의 감독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했던 게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정부와 국회도 반성해야 하는데요, 한국은행에게도 감독권을 나눠 주자는 논의가 나올 때마다 금융감독원을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 등이 반대했습니다. 한편,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요, 금감원이 앞으로 감사를 안 내겠다고 하니까 분명 웃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금감원은 오히려 작은 데만 가고 있었고, 큰 금융회사에는 정부 감사원 정치권 청와대 인사들, 특히 공천이나 선거에서 떨어진 대선캠프 출신 인사들이 많이 갔죠. 오히려 이들이 큰 낙하산이고 금감원은 작은 낙하산일 수 있는데, 금감원이 안 간다면 오히려 이쪽에서 독점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있죠. 사실 넓은 의미로 보면 똑같은 낙하산인 겁니다. 앞으로 후속 조치와 전개 상황을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도저히 분노 때문에라도 넘어갈 수 없지만, 꼭 해법을 찾아야 하는 문제라 생각됩니다. 한편 국회의원들이 저축은행 예금보장 한도 확대하고 소급 적용해서 다 보상하자는 것을 어떻게 보십니까.

제 : 저는 그 뉴스 듣고 울컥했습니다. 이 법안을 ‘양심실종법’ ‘세금절도법’으로 부르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지난번 뉴타운 투자 실패한 것을 세금으로 보상해주자는 법안과 같은 맥락이라 봅니다. 경영 부실과 불법 행위의 피해를 예금보험에서 다 물어주어서 금융회사와 고액 예금주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그 부담을 다른 금융소비자나 납세자가 물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양심실종법’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법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해보세요. 저축은행에 예금한 것은 다 보장해준다고 하면 돈 떼일 걱정은 전혀 없고 금리는 높은데 누가 은행에 돈을 놔두겠어요. 당연히 다 빼서 저축은행에 넣으려 할 겁니다. 어떤 의미에선 뱅크런이 생길 수도 있는 사안이고요. 그리고 이 법 이전의 피해자들은 ‘왜 우리는 보상 안 해주냐’고 들고 나올 거고요, 앞으로 비슷한 금융사고가 생기면 ‘지난번엔 해줬는데 왜 이번엔 안 해주냐’며 꼬리에 꼬리를 물것입니다. 사실 저축은행 부실은 예전 2000만원이었던 예금보장한도를 5000만원으로 올린 게 문제였다, 저축은행을 고액 예금자의 돈 놀이판으로 만든 것이 잘못이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완전히 거꾸로 가는 법안입니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를 위해 뭐라도 해야 하니까 이런 거라도 들고 나왔겠지요. 하지만 금융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원칙, 즉 예금자에게 최소한의 안전성을 보장하면서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자는 원칙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법안을 내놓아서야 되겠느냐는 것입니다.

올해 네 번째 부동산 부양책,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이런 논리라면 증권투자손실보상법 등 오만 것을 만들 수 있겠죠.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합니다. 이 부장님, 이번에 5.1 부동산 대책 말이죠. 거래 활성화라며 양도세 비과세 요건인 1 주택자 거주기간 제한을 폐지했습니다. 128만가구가 혜택을 본다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현재는 3년 보유, 2년 거주를 해야 1 가구 1 주택자가 집을 팔 때 양도세에 불이익을 받지 않습니다. 거주 요건은 다른 지역에서 먼저 폐지가 됐었고요, 서울과 수도권 일부가 남아있었는데 이번에 이걸 없앤 것이죠. 다른 지역과 형평을 맞추고 거래를 활성화한다는 차원에서요. 문제는 두 가지라 생각하는데요. 다른 지역과 달리 수도권 지역만 불이익을 받았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는 것도 일리가 있지만 과연 실수요자들이 뭔가라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금융 부동산 정책, 청약문제도 그렇고요. 전반적인 부동산정책에서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선 우대를 해줍니다. 1가구 1주택 수요자는 투기자가 아니고 실수요자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실제로 살지 않는 사람도 과연 실수요자로 봐야하는가, 다시 말해서 부산에 살면서 혹은 광주에 살면서 서울 강남에 집 한 채 사 놓은 사람이 과연 실수요자일까 하는 근본적 문제를 제기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조치가 과연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실수요자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이번 정책을 내놓은 건데, 지금이 주택거래를 꼭 활성화해야 할 정도로 침체된 상황인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개인에 따라 ‘나는 집을 내 놓은 지 1년이 넘었는데 팔리지 않고 있다’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거시적으로 볼 때 현재 부동산 시장의 가격이나 거래량을 놓고 보면 이런 조치들이 추가로 필요한가에 대해서 회의적 생각이 듭니다.

: 올 들어 ‘5.1 대책’이 네 번째 부동산 대책입니다. 그 네 번 모두 핵심은 이미 집을 가진 사람들이 세금을 덜 내고 쉽게 사고 팔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과 건설사가 개발 이익을 더 많이 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규제를 없애는 것 두 가지입니다. 지금도 우리나라 집값이 너무 비싸서 월급쟁이들이 몇 년을 허리 졸라매도 전세 구하기도 힘든 게 현실인데, 여기서 집값을 더 올리고 유지하겠다는 정책이 필요합니까. 부동산 경기 부양을 통해서 경제성장률을 올리겠다는 정책 노선도 서글픕니다. 이 부장님께서 ‘우리나라가 지금 부동산 부양해야 할 때냐’는 얘기 하셨는데요, 전 세계 대도시들과 국민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을 비교해보면 서울이 최고 수준입니다. 파리 뉴욕과 비슷합니다. 왜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땅에서 살아야 하며 그 상황인데도 집값을 떠받쳐야 할까요. 왜 주택정책이 진정으로 실수요자를 위하지 않고 집을 가진 사람들이 손쉽게 투기할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와 정책인가에 대해 정말 서글프고 회의적인 생각이 듭니다.

일본 엘피다, 삼성 반도체 아성 흔드나

: 이 부장님, 마지막으로 간과할 수 없는 뉴스가요, 엘피다가 25나노디램을 개발했고 양산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삼성에서는 ‘어디 진짜 하나 보자’는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고 하고요. 엘피다가 주식시장 작전 세력도 아닌데 설마 개발 안 한걸 했다고 할 리는 만무하고요. 다만 수율(투입량 대비 정상제품 비율)이 어떻게 되냐는 정도는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겠죠. 어쨌든 놀라운 소식 맞고요. 반도체 산업, 삼성과 대한민국이 선도하고 있었는데 뭔가 소프트웨어에서 뒤집어지고 기술적 우위에서도 흔들리고 빙산에 금이 가는 느낌이 드는데요. 어떻습니까.

이 : 사실 반도체 같은 경우에 지금까지 나노 미세공정 기술 부분과 용량 등에서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을 선도해왔죠. 삼성 반도체의 황창규 전 사장 때문에 ‘황의 법칙’이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세계 반도체 시장을 양적 질적으로 주도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25나노디램 등 훨씬 더 정교한 반도체를 일본 엘피다가 두 달이면 양산에 들어간다, 단순한 개발 차원이 아니라 굉장히 큰 뉴습니다. 삼성전자는 ‘진짜 양산하는 지 두고 보자’고 했고요. 개발과 양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있는 게 사실이니까 실제로 그리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엘피다가 약간의 허풍으로 그치거나, 하더라도 수율이 낮은 제품일 가능성도 생각해야 하는데요. 어쨌든 아이폰의 돌풍에서 확인한 것처럼 스마트폰의 축이 애플로 넘어갔죠. 하지만 적어도 반도체 쪽에서는 삼성이 독보적인 위치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어디서든 1위의 아성이라는 것은 반드시 흔들리고 도전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자극을 받아 업그레이드되면 좋겠지만 어떻게 이 도전을 버텨갈지 모르겠습니다. 영원한 독주가 될 것 같았던 이 체제에 조금씩 미묘한 파장이 오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 이 기사는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 상 생략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5월 7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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